[더팩트ㅣ안동=김성권 기자] 해양경찰의 수사 전문성과 해상 응급환자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신임 수사관 교육을 의무화하고 숙련 인력의 이탈을 막는 한편 1급 응급구조사 확충과 구급 전담 조직 신설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해경 수사 인력의 전문성 축적과 해상 응급환자 대응체계 모두 인력·교육·조직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임 의원이 해경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먼저 해경 수사 인력의 전문성 부족과 숙련 인력 이탈 문제가 두드러졌다. 올해 기준 해경 수사관 783명 가운데 수사 경력 3년 미만은 283명으로 전체의 36.1%를 차지했다. 수사관 3명 중 1명 이상이 경력 3년 미만인 셈으로, 이러한 비율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30%를 웃돌았다.
경험을 쌓은 수사관들이 수사 업무를 떠나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수사경과 선발 지원자는 총 200명이었지만, 수사경과 해제 신청자는 435명으로 두 배를 넘었다. 수사경과는 수사 업무를 담당할 경찰관을 선발·관리하는 제도로, 선발 후 3년이 지나면 본인의 희망에 따라 해제를 신청할 수 있다.
신임 수사관 교육체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다 수사 부서에 처음 배치되는 경찰관을 대상으로 1주일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수 의무가 없어 교육을 받지 않고도 수사 업무를 맡을 수 있다. 반면 경찰청은 내부 지침에 따라 신임 수사관이 수사연수원에서 4주간 수사기초이론과 수사서류 작성, 관련 법률 및 수사기법 등을 교육받도록 하고 있다.
해경은 2021년 수사를 지휘하는 간부의 역량을 관리하기 위해 '수사지휘역량평가'를 도입했으나, 수사관 자격관리제도와 병행하는 데 따른 현장 부담 등을 이유로 2023년 폐지했다.
전문가들은 일선 수사관이 다양한 사건을 독자적으로 처리하기까지 최소 3년, 능숙하게 수사를 수행하기까지는 통상 5년 이상의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대규모 마약 밀수부터 선박 사고, 해상 실종·사망 사건까지 다양한 수사를 담당하는 해경의 특성상 숙련 인력을 확보하고 경험을 조직 내부에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상 응급환자 대응체계에서도 전문 인력 부족 문제가 확인됐다. 해양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해경에 신고가 접수돼 이송된 응급환자는 총 9622명이다. 이 가운데 함정이 3680명, 파출소 연안구조정이 3662명을 이송했다. 전체의 76.3%인 7342명이 함정과 연안구조정을 이용한 것이다.
환자 이송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도 문제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함정의 연도별 평균 이송 시간은 1시간 59분에서 2시간 44분, 파출소 연안구조정은 56분에서 1시간 2분으로 나타났다. 육지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장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송 과정에서 적절한 응급처치를 제공할 전문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올해 기준 1급 응급구조사가 배치된 함정은 전체 194척 중 51척으로 26.3%에 불과했다. 파출소 역시 96개소 가운데 28개소(29.2%)에만 1급 응급구조사가 배치돼 함정과 파출소 10곳 중 7곳가량은 전문 응급구조사 없이 운영되는 실정이다.
중증환자 대응 공백도 심각하다. '해양 구급체계 정립을 위한 구급 활동에 관한 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해경 구급출동 중 4대 중증환자 발생률은 연평균 20.1%로 소방의 17.2%보다 높았다. 반면 2023년 해경이 이송한 4대 중증환자의 응급처치 시행률은 55.4%에 그쳤다. 중증환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이송 과정에서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셈이다.
현행 '해양경찰청 인력관리에 관한 규칙'은 응급구조사 배치 대상을 '위중증환자 후송 관련 청장이 지정한 파출소 및 함정'으로 한정하고 있다. 어느 해역에서든 응급환자가 발생할 수 있지만, 지정된 곳을 중심으로 인력을 배치하도록 해 현장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급 업무를 총괄할 조직과 인력도 부족하다. 해경 본청에는 구급 전담 과가 없으며, 수색구조과 내 특수구조구급계에서 실제 구급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은 1명에 불과하다. 이는 인력관리 규칙에서 정한 최소 인원인 2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선 지방청과 경찰서에도 구급 담당자가 각각 1명씩 배치돼 있지만, 대부분 1급 응급구조사 등 전문 자격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임 의원은 수사와 구급 분야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의무화와 전문 인력 확충, 처우 및 조직 개편을 포함한 종합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의원은 수사 분야와 관련해 "수사 실무교육을 의무화해 충분한 교육 기간과 과정을 마련하고 수사 지휘자의 전문성과 역량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해상 사건은 현장 접근이 어렵고 증거가 유실되거나 훼손될 가능성이 커 수사 과정에서 별도의 전문성과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해상 수사의 특수성을 반영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응급환자 대응과 관련해서는 "해상·도서 지역주민에게 해경 함정과 연안구조정은 사실상 구급차인데 중증환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1급 응급구조사 정원을 확대해 함정과 연안구조정에 우선 배치하고 모든 파출소와 함정에 배치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구조안전국을 '구조구급안전국'으로, 수색구조과를 '수색구조구급과'로 개편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전문 인력 확충과 구급 전담 조직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상 수사와 응급환자 이송은 모두 육상과 다른 환경적 제약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핵심 업무다. 전문 인력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남아 경험을 축적하고, 필요한 교육과 장비·조직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경의 인력 운용과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t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