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감] ETF 심사 논란부터 은행장 해킹 사과까지…전방위 책임론


이찬진 "상장 일정 맞추려 심사 서둘러"…야당 사퇴 요구까지
5대 은행장 4년 만에 국감 동시 출석…해킹·금리·연임 집중 질타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왼쪽부터)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이선영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논란부터 금융권 연쇄 해킹 사태까지 금융권 주요 현안이 국회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정부의 상품 출시 일정에 맞추기 위해 ETF 심사를 서둘렀다고 인정했고, 5대 시중은행장은 고객정보 유출 등 보안 문제에 고개를 숙였다. 대출금리 산정과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둘러싼 질타도 이어지면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는 물론 금감원의 감독 책임까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금융감독원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사전 검증과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오후에는 5대 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해킹 사고 대응과 소비자 피해 보상, 대출금리 및 지배구조 문제 등에 대한 질의를 받았다.

가장 먼저 쟁점이 된 것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심사 과정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금감원이 심사를 진행한 경위를 추궁했다. 이 원장은 이러한 사례가 처음인지 묻는 질문에 "저희가 확인해보니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심사를 서둘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4월 중순인가 금융위에서 상장 일정을 정책적으로 발표한 게 있다"며 "그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 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금감원은 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가 금감원의 신고서 심사 착수를 위한 필수 사전절차는 아니라는 입장도 내놨다.

금감원이 상품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해 금감원이 발주한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 원장은 해당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재완 금감원 부원장보 역시 보고서 내용을 전달받았으나 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야당은 내부 보고체계와 위험관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도입 과정에 청와대의 정책적 요청이 있었는지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지난 1월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은 김용범 당시 정책실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검토를 지시했는지를 묻는 질의에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 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최근 증시 급락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질문에 "일정 부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상품 출시와 관련해 사전에 위험성을 직접 지적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송구하다"고 밝혔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 등이 사퇴를 요구하자 "지금 말씀드리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인사권자께서 정하실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서예원 기자

오후 국감에서는 금융권 연쇄 해킹 사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증인석에 나란히 섰다. 5대 시중은행장이 국감에 동시에 출석한 것은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고객정보 유출이 확인된 신한·KB국민·하나은행을 중심으로 사고 인지와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묻는 질의가 이어졌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공격을 인지하기까지 15시간 26분, 하나은행은 41시간 44분이 걸렸다. 신한은행에서는 고객 2만5729명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에 대해서는 해킹 사고 대응 과정에서 내부 임원이 접속기록 삭제와 은폐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의혹을 추궁하자 이환주 행장은 자신이 지시한 사실이 없으며 보고받지도 못했다고 답했다. 이 행장은 "신속하게 차단하고 대응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보안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고 AI 기반 공격에 대응하는 보안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상혁 행장 역시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호성 행장은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추가 피해가 발생할 경우 반드시 배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고객정보 유출이 확인되지 않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보안 강화를 강조했다. 정진완 행장은 "이번에 해킹 피해를 보지 않은 것은 그냥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고, 강태영 행장은 2022년 구축한 차세대 통합관제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보상 방식 역시 논란이 됐다. 의원들은 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를 고객이 직접 입증해야 하는 구조라면 은행의 배상 약속이 실질적인 구제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은행장들은 피해 보상과 소비자 보호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도 보안 감독 강화 방침을 내놨다. 이 원장은 "AI 기반 공격에 대한 AI 기반 방어 등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금융회사의 자체 보안 역량 강화를 적극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보안 취약점 분석과 IT 자산 관리, 모의해킹 훈련 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원장은 사이버보안 해킹 사건에서 최고경영자(CEO)의 내부통제 관리 책임 문제가 처음으로 다뤄지는 사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킹 사고에 대한 책임 추궁이 실무 담당자를 넘어 최고경영진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서예원 기자

은행권의 이자 장사와 대출금리 산정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개정 은행법 시행 이후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낮추면서 우대금리를 더 큰 폭으로 축소해 대출자의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6월 3.42%포인트였던 가산금리를 8월 3.34%포인트로 낮췄지만, 같은 기간 우대금리도 1.96%포인트에서 1.65%포인트로 축소했다. NH농협은행도 가산금리를 3.60%포인트에서 3.34%포인트로 낮추는 동안 우대금리는 2.19%포인트에서 1.58%포인트로 줄였다.

민 의원은 이를 두고 "은행법 개정 취지를 거스르고 국민을 기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동수 정무위원장도 "국민으로부터 고혈을 빨겠다는 뜻이냐"고 질타했다. 이환주 행장과 강태영 행장은 관련 우려를 이해한다며 세부 자료를 확인해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연말 은행권 인사를 앞두고 지배구조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두고 '셀프연임'과 '이너서클' 문제를 지적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장 선임이 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아니라 경영성과와 내부통제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정상혁 신한은행장에게는 3연임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정 행장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현재는 피해자 구제와 재발 방지 대책에 전념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감원 자체의 감독행정 쇄신도 과제로 제시됐다. 이 원장은 검사·제재 관행과 검사 처리 지연 등을 개선하기 위한 쇄신방안을 오는 11월 중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와의 협의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감은 고위험 금융상품의 출시 과정부터 사이버보안, 대출금리,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이르기까지 금융권 전반의 책임 문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금융회사들이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을 약속한 가운데 향후 금감원이 사고 원인 규명과 경영진 책임 판단, 감독체계 개선을 얼마나 실질적인 조치로 연결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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