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Death, Dead, Killl…익숙해진 K팝 '센 제목' 배경은


'Dead', 'Death' 등 자극적인 영단어 사용하는 사례 늘어
사회 정서의 변화와 K팝 글로벌화에 따른 흐름

그룹 제로베이스원의 멤버 성한빈은 12일 발매한 첫 번째 솔로 미니앨범 제목을 DEAD:ALIVE’로 정했다. 이 앨범에는 UNDEAD, Killin Me, Bloody Gravity 등 과격한 단어를 제목으로 채택한 곡이 다수 수록됐다./박상민 기자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남자 솔로 가수와 보이그룹을 중심으로 K팝 음악에 '센 제목'이 자주 등장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룹 제로베이스원의 멤버 성한빈은 지난 12일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서, 앨범 타이틀을 'DEAD:ALIVE(데드:얼라이브, '죽음과 삶'의 뜻)'로 정했다. 또 이 앨범의 수록된 곡을 살펴보면 'UNDEAD(언데드, '살아있는 시체'의 뜻)', 'Killin' Me(킬링 미, '나를 죽이는 것'의 뜻)', 'Bloody Gravity(블러디 그래비티, '피비린내 나는 중력'의 뜻)' 등 강렬을 넘어 과격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제목이 다수 등장한다.

이는 성한빈에게만 볼 수 있는 특징은 아니다. 에반도 솔로 EP 타이틀을 'DEATH OF ME(데스 오브 미, '나의 죽음'의 뜻)'이라고 짓고 동명의 타이틀곡을 선보였으며 이에 앞서 발매한 싱글의 제목도 'Ride or Die(라이드 오어 다이, 관용적으로 '죽을 때까지 함께하는 사이'를 뜻함)'였다.

이외에도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도 'LXVE to DEATH(러브 투 데스, '죽음에 이르는 사랑'의 뜻)'나 'DEAD AND(데드 앤드, '죽음, 그리고'의 뜻)' 등 꾸준히 '센 단어'를 앨범에 사용하고 있으며, 그룹 올아워즈는 올해 3월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앨범 'NO DOUBT(노 다우트)'의 타이틀곡을 'DEAD MAN WALKING(데드 맨 워킹, 형장으로 걸어가는 사형수를 가리키는 말로 '죽은 목숨'을 뜻함)'로 정하고 뮤직비디오에 단두대, 사슬, 악마 등의 오브제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물론 이들이 이처럼 과격한 제목을 지은 것은 각각의 콘셉트와 음악 장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 등을 모두 고려한 끝에 결정한 사항일 테고, 비슷한 시기에 이런 제목이 집중된 것도 단순히 우연의 산물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런 '센 제목'이 이제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과거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빅스의 '저주인형' 등의 곡이 발표됐을 때는 제목의 독특함과 과격함이 음악만큼이나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과격한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는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자체로 큰 이슈가 되지는 않는다.

가수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은 발표 당시 직설적이고 파격한 제목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현재는 제목 자체가 화제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더팩트 DB

여기에 엔하이픈과 같은 어둡고 극단적인 '다크 콘셉트'를 앞세운 그룹의 인기는 이런 '강하고 자극적인 단어'의 유행을 한층 더 가속했다.

이를 두고 한 제작자는 '표현 수위의 한계치를 늘려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음악 제작자 A씨는 <더팩트>에 "사실 K팝의 극단적이거나 기괴한 제목은 지금뿐만 아니라 2000년대부터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그때는 자체 심의가 강하게 작용하기도 했고 '사랑과 이별의 아픔'같은 제한적인 주제에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런 과격한 단어가 더 폭넓은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이런 단어를 쓰는 데에 크게 눈치를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K팝 그룹의 가사에 욕설이 들어가거나 방송부적격판정을 받으면 큰 이슈로 다뤄졌다. 하지만 최근 K팝 그룹 가사에는 'F워드', 'B워드' 등이 들어간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며, 방송용으로 가사를 수정하는 것은 특별한 화젯거리가 아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더군다나 가사 수정을 거부하고 재심의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A씨는 이를 두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K팝의 글로벌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봤다. 그는 "인터넷 세대 이전에는 이런 과격한 단어나 욕설의 사용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나, 각종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가 활성화되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사람들이 이런 이슈에 무뎌진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K팝이 글로벌화되면서 해외에서 통할만한 단어를 찾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며 "영미권 음악의 가사를 살펴보면 노골적으로 성적이거나 범죄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K팝이 해외로 나가면서 이런 음악들과 경쟁을 하다보니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가수 에반도 첫 솔로 EP 타이틀을 DEATH OF ME로 정했다. 이처럼 앨범의 콘셉트나 메시지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과격한 제목이나 가사를 선택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배정한 기자

이와 함께 마케팅의 용이성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으로 꼽힌다. A씨는 "어쨌든 자극적인 단어는 호기심을 불러오는 데에 효과적이다.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들고 한 번이라도 더 눈이 가게 만들기 위해 점점 더 강하고 센 단어를 찾는 경향도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A씨는 "사실 '더 강렬한 단어, 더 센 단어'를 찾는 흐름은 시대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다만 K팝의 국내와 해외 시장 구분이 희미해지면서, 이전에는 가사에 집중하던 것이 이제는 제목까지 넓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해외 몇몇 곡처럼 지나친 폭력이나 노골적인 성, 약물과 같은 내용은 사회정서 상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제목이나 가사에 한계치를 시험하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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