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빗물 침투를 위해 설치한 투수블록의 성능을 준공·관리주체 인계 단계에서 한 차례도 검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현장에서는 성능 미달과 시험 개입 등으로 1만4714㎡가 넘는 구역에서 재시공과 자재 교체까지 이뤄졌다.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빗물 침투를 위해 설치된 투수블록에 대해 LH가 준공·지자체(관리주체) 인계 단계에서 실제 투수성능검사를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허영 의원은 "자재 반입 당시 제출된 시험성적서 하나만 믿고 실제 시공이 완료된 후나 지자체로 시설물을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기능 작동 여부를 전혀 검증하지 않은 채 무책임하게 인계를 추진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LH는 허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주택분야의 경우 자재 반입 후 투수성능을 측정하지만 준공·인계 시에는 추가 측정이 실시되고 있지 않다"고 인정했다. 단지분야도 준공·인계 단계의 성능검사 자료 요구에 '해당사항 없음'으로 답했다.
문제는 자재 반입 당시 일부 시료가 합격했더라도 다짐 불량이나 줄눈 모래 시공 오류 등으로 완공 후 빗물이 제대로 스며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허영 의원은 "인계 당시 성능 기록조차 남기지 않다 보니 이후 물 빠짐 먹통 사태가 발생해도 원인 규명과 하자 보수의 책임이 고스란히 지자체와 국민 혈세로 전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허 의원에 따르면 현장 모니터링단 조사에서 시공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투수성능이 기준에 미달했는데도 관리주체에 인계를 추진한 사례도 적발됐다. 설계상 투수포장으로 계획된 구간을 상부 승인이나 적절한 대책 없이 아스팔트·일반콘크리트 등 물이 스며들지 않는 불투수포장으로 임의 변경한 정황도 포착됐다.
투수블록의 성능 미달과 부실한 시험 관리로 대규모 재시공이 이뤄진 사실도 드러났다.
허 의원실에 따르면 파주운정3 A26블록(4171.2㎡)과 평택고덕 A39블록(9787㎡)·경남항공 국가산업단지 진주지구(756㎡) 등 3개 현장에서 총 1만4714.2㎡ 규모의 재시공과 자재 교체가 이뤄졌다. 성능 미달과 시험 개입 등 불공정 행위가 적발된 데 따른 조치다.
시험시료 관리에도 허점이 확인됐다. 확인된 9개 주요 사업장 중 2곳은 시료 채취와 서명·봉인 증빙이 전혀 없었다. 8곳은 시험기관에 접수할 당시 시료의 봉인 상태를 확인한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허 의원은 "LH가 빗물 침투와 도심 침수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외면한 채 형식적인 시험성적서 한 장 뒤에 숨어 준공과 인계라는 핵심 검증 절차를 완전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LH는 최근 5년간 구매·시공·인계된 모든 투수블록 현장의 내역을 전면 공개하고 관할 지자체·제3자 검증기관과 함께 현장 성능 재검증에 즉각 나서야 한다"며 "설계 기준에 미달하는 현장에는 원인 조사와 재시공을 추진하고 납품부터 하자기간까지 이어지는 성능검증·사후 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