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과 캠핑, 두 마리 토끼 잡는 'BMW X1' [오승혁의 팩트 DRIVE]


도심의 기동성과 주말의 활용성…540리터 트렁크에 담은 반전
단단한 승차감·화면 속 공조 조작은 아쉬움…6790만원의 값어치는?

오승혁의 팩트 DRIVE는 BMW X1을 타고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차의 매력을 살펴봤다. /경기 가평=오승혁 기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차는 나에게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는 거다.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삶의 일부다." -엔초 페라리(1898~1988)

매년 수백 종의 신차가 쏟아지는 시대. 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소비자가 체감할 ‘진짜 팩트’는 드물다. ‘팩트 DRIVE’는 <더팩트> 오승혁 기자가 직접 타보고, 확인하고, 묻고 답하는 자동차 콘텐츠다. 흔한 시승기의 답습이 아니라 ‘오해와 진실’을 짚는 질문형 포맷으로 대중의 궁금증을 푼다. 단순한 스펙 나열은 지양한다. 이제 ‘팩트 DRIVE’에 시동을 건다. <편집자 주>

[더팩트|서울·경기 가평=오승혁 기자]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이문세 '가을이 오면')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공기가 확연히 차가워졌다. 차를 타고 달리다 창문을 살짝 내리면 선선한 바람에 흙냄새가 섞여 들어온다. 가을 노래를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계절이다.

출퇴근길 도심의 빽빽한 빌딩 숲과 올림픽대로의 지루한 거북이걸음을 벗어나 경기도 외곽의 한적한 임도로 방향을 틀었다. 시동을 끄고 문을 열자 푸른빛 날개를 뽐내는 작은 곤충 한 마리가 차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도심에서 봤을 때는 날카롭던 차의 인상이 숲에서는 한결 부드럽게 느껴졌다.

이번 ‘오승혁의 팩트 DRIVE’가 만난 차는 BMW X1 xDrive20i M 스포츠다. <더팩트>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인근 도심과 경기도 가평 유명산 일대를 오가며 일상과 주말 사이에서 이 차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살폈다.

BMW SUV 라인업의 막내라는 소개만으로는 이 차를 다 설명하기 어렵다. 매일 출퇴근에 쓰기에는 부담이 적으면서 주말에는 짐을 싣고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BMW를 고르는 이유인 운전의 재미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 X1은 이 세 가지 기대를 얼마나 채워줄까.

BMW X1의 후면. 후면과 자연의 조화가 꽤나 좋았는지 차차에 여러 곤충이 앉았다. /경기 가평=오승혁 기자

- 출퇴근용으로 타기엔 어떤가?

숲으로 향하기 전 X1을 만난 무대는 도심이었다. 정체된 도로에서는 차의 최고출력보다 차체 크기와 운전자가 느끼는 부담이 더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평일마다 좁은 골목과 주차장을 오가야 한다면 주말에 쓸 넓은 공간만 보고 차를 고르기도 어렵다.

X1의 장점은 이런 일상과 레저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좋은 크기에 있다. 도심을 오갈 때는 대형 SUV의 덩치를 의식하는 부담이 덜하고, 길이 열리면 경쾌한 주행 감각을 즐길 수 있다. 주말 여행을 위해 평일 내내 큰 차를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이 차의 설득력이다.

다만 ‘작고 다루기 편한 SUV’가 곧 ‘푹신한 SUV’를 뜻하지는 않는다. M 스포츠 특유의 단단한 하체는 방지턱을 넘을 때 존재감을 드러냈다. 차체 움직임을 다잡는 성격이 운전자에게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부드러운 승차감을 우선하는 사람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출퇴근용으로 X1을 검토한다면 굽이진 도로에서의 움직임만 볼 게 아니다. 평소 다니는 길과 비슷한 노면에서 방지턱을 넘고, 동승자가 앉을 자리에서도 승차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매일 타는 차의 만족도는 짧은 가속보다 반복해서 만나는 도로에서 결정된다.

- 엔트리 SUV로 캠핑, 짐 싣기 진짜 괜찮나?

트렁크를 열기 전에는 반신반의했다. 차급이 차급인 만큼 매트 등의 짐을 넣다 보면 공간이 금방 차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기본 540리터 트렁크는 숫자보다 형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닥이 깊고 양옆 벽이 비교적 반듯해 짐을 배치하기에 유리한 구조다. 굴곡 때문에 활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같은 용량이라도 어떤 모양으로 확보했느냐에 따라 실제 쓰임은 달라진다.

2열 시트를 접으면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진다. 뒷좌석을 모두 승객에게 내줘야 하는 상황과, 일부 공간을 짐에 쓸 수 있는 상황의 차이가 크다. 결국 캠핑에 충분한지를 판단하려면 트렁크 용량에 앞서 함께 탈 사람과 가져갈 장비부터 떠올려야 한다.

X1을 넓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할 차는 아니다. 여러 사람이 타고 부피 큰 장비까지 챙긴다면 더 큰 SUV가 유리하다. 반면 평소에는 출퇴근에 쓰고 주말에 필요한 장비를 추려 떠나는 용도라면 이 정도 크기가 현실적인 접점이 될 수 있다.

좁은 캠핑장 진입로나 나무 사이로 이어진 샛길에서는 작은 차체의 이점도 살아난다. 짐을 얼마나 많이 싣느냐뿐 아니라, 목적지까지 얼마나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느냐도 레저용 SUV의 쓰임이다.

- 비포장 흙길과 오르막, 달리는 맛은 어땠나?

BMW X1의 파노라마 선루프를 열고 가을 하늘과 산을 잠시 차 안에 담았다. /경기 가평=오승혁 기자

포장도로가 끝나고 자갈과 젖은 낙엽이 섞인 오르막 흙길에 차를 올렸다.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kg·m. 제원표의 숫자만으로 압도적인 힘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속 페달을 밟으면 느낌은 제법 단단하다. 페달을 지그시 누를 때 차체를 밀어 올리는 힘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번에 달린 구간에서는 힘이 부족해 흐름이 끊긴다는 인상보다 필요한 만큼 꾸준히 밀어준다는 느낌이 앞섰다.

사륜구동 시스템인 xDrive도 이런 감각을 뒷받침했다. 젖은 흙과 낙엽이 섞인 경사로를 지날 때 접지력을 확보하며 나아가는 모습이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다만 이번 시승은 일반적인 임도 주행이다. 험로 주파 능력의 한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며, 사륜구동 역시 타이어와 노면 조건을 넘어서는 만능 장비는 아니다.

도심 방지턱에서 단단하게 느껴졌던 하체는 굽이진 길에서 장점으로 돌아왔다. 차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리기보다 움직임을 다잡는 쪽에 가까웠다.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지우는 성격보다는 운전자가 차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쉬운 세팅이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을 쥐고 굽이를 따라가다 보면 X1을 단순히 작은 SUV로만 보기 어렵다. 크기를 줄였다고 운전의 재미까지 덜어내지는 않았다. 넓은 공간이나 높은 출력과 별개로, 직접 운전할 때의 감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는 대목이다.

BMW X1의 내부 모습. /경기 가평=오승혁 기자

- 감성 캠핑카로 타기엔 어떤가?

숲에 차를 세워두고 해가 기울 무렵 실내 조명을 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도심에서 화려하게 보였던 엠비언트 라이트가 어두운 숲에서는 한층 은은하게 느껴졌다. 이동을 마친 뒤에도 잠시 차 안에 머물고 싶게 만드는 요소다.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연결해 음악을 듣고 커브드 디스플레이로 길을 확인하는 과정도 번거롭지 않았다. 운전석 시트의 마사지 기능까지 켜면 이동 중 쌓인 긴장을 잠깐 풀기에 좋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과정뿐 아니라 도착한 뒤 보내는 시간에도 신경 쓴 실내다.

반면 화면으로 모아놓은 조작 기능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리 공조 버튼이 줄어든 만큼 히터 온도를 바꾸려면 화면을 확인하고 터치해야 한다. 깔끔한 실내 디자인을 얻은 대신 손끝 감각만으로 빠르게 조작하기는 어려워졌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일수록 이런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또 실내 분위기가 좋다는 평가와 차박에 적합하다는 평가는 구분해야 한다. 이번 시승에서 확인한 것은 차 안에 머물 때의 분위기와 편의성이다. 실제 숙박에 필요한 공간과 바닥의 평탄함까지 검증한 것은 아니다.

X1의 캠핑 감성은 차 안에 모든 생활을 옮겨놓는 데서 찾기보다, 장비를 싣고 자연으로 들어가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이동 공간이라는 데서 찾는 편이 더 어울릴 듯 싶다.

BMW X1의 시트 컴포트 기능을 보여주고 있는 커브드 디스플레이 모습. /경기 가평=오승혁 기자

- 6790만원, 출퇴근과 주말을 함께 맡길 값어치가 있을까?

시승차 가격은 6790만원이다. ‘엔트리 SUV’라는 말이 쉽게 살 수 있는 가격을 뜻하지는 않는다. 공간과 적재량만을 기준으로 보면 더 큰 국산 SUV도 함께 비교하게 되는 금액이다.

따라서 X1의 값어치는 트렁크 크기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매일 도심에서 감당할 차체 크기, 굽이진 길에서의 주행 감각, 주말에 짐을 싣고 떠날 활용성을 함께 봐야 한다. 하나의 장점을 극대화하기보다 서로 다른 요구를 한 대에 담은 차에 가깝다.

승객과 짐을 최대한 많이 싣는 일이 우선이라면 더 큰 차가 맞을 수 있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면 M 스포츠의 단단한 세팅을 충분히 경험해봐야 한다. 화면 중심의 조작 방식도 구매 전에 직접 확인할 부분이다.

반대로 평일에는 도심을 오가고 주말에는 교외로 떠나면서, 그 과정에서 운전하는 재미까지 누리고 싶다면 X1의 성격은 분명하다. 작은 차체가 주는 편의와 SUV의 활용성을 함께 가져갈 수 있다.

산을 뒤로하고 다시 도심으로 향했다. 백미러 속 숲은 멀어졌지만 주말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차의 역할은 그대로였다. X1은 가장 많은 짐을 싣는 차도, 가장 푹신한 차도 아니다. 대신 출근길과 숲길을 한 대로 이어가고 싶은 사람에게 꽤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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