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l 순천=김영신 기자] 전남광주 순천시 별량면 이미마을이 주민들의 삶과 추억을 담은 '시패둘레길'을 조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쓴 시를 마을 곳곳에 전시해 공동체의 기억을 기록하고, 마을 경관 개선과 주민 역량 강화까지 연계한 셈이다.
이미마을의 시패둘레길 조성 사업은 2022년 200만 원, 2023년 500만 원 등 도·시비 등을 지원받아 추진한 '따순마을 만들기 사업'의 하나인 '이미 시인 만들기'에서 시작됐다.
은퇴 후 이미마을로 귀촌한 주민들과 원주민들은 국어교사 퇴직 후 귀촌한 이상희 시인과 드론교육원을 운영하는 김영아 시인의 공동 지도로 매주 마을회관에 모여 시 공부를 했다. 처음엔 시가 무엇인지 잘 모르던 나이 지긋한 주민들은 서툴지만 조금씩 시심을 품고 시어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렇게 꾸준히 틈틈이 써온 시들은 생애 첫 시패가 되었고, 전시도 했다.
이렇게 따순마을 만들기 사업이 주민들의 호응으로 성공하자 마을 주민들은 꿈이 커졌다.
김수동 전 이장과 김덕승 현 이장, 주민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고, 2025년에 도·시비 5억 원이 지원되는 으뜸마을만들기 사업에 선정되면서 몇 가지 사업을 더 할 수 있게 됐다.
주민 역량 강화 사업의 하나로 주민들의 시를 모은 시집을 발간하고, 마을 경관 사업의 일환으로 골목길 포장과 가로등 설치, 그리고 시패둘레길을 지금의 모습으로 조성했다.
마을 담장과 가로등에 설치된 시패에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어린 시절의 꿈, 가족을 위해 살아온 세월, 마을에서 겪은 일상 등 주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전문 작가의 작품이 아닌 주민들이 직접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글로 풀어낸 시들은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도, 미소 짓게도 한다.
고재섭 씨의 '부모생각'은 부모의 사랑을 되새기며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느끼는 아린 마음을 표현했다. 김순희 씨의 '어릴 적 내 꿈은 가수였지요'는 어린 시절 품었던 꿈과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작품이다. '참 잘 살았다', '멀티콥터 조종자 자격증' 등 다양한 작품도 마을 길에 전시돼 주민들의 경험과 생각을 전한다.
김덕승 이장은 "마을 어르신들이 살아오신 이야기와 마음속에 담아둔 사연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기록으로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시가 무엇인지 잘 모르던 주민들이 모여서 시를 배우고 직접 쓰는 그런 과정들 자체가 소중했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이어 "우리 마을 사람들의 인생이 한 편의 시"라며 "주민들의 애환이 담긴 시를 더 많은 사람이 오래도록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해 마을 안길에 시를 전시하는 둘레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순천시 별량면 이미마을 시패둘레길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마을에 대한 애정이 모여 만들어진 공간이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글로 남긴 시패 골목이 마을의 자산이고, 자랑이 되었다는 점은 여느 경관 사업과 차별화 되기도 한다.
이미마을 만들기 사업 추진위원회 총무를 맡아 활동하는 김영아 순천스카이드론교육원장은 "작은 사업으로 시작한 시패 전시가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이어지면서 시집도 발간하고 둘레길도 조성하게 됐다"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시 한 편 한 편을 읽으며 부모님을 떠올리고, 자신의 삶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아 원장의 말대로 순천시 별량면 이미마을의 시패둘레길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시를 찬찬히 읽다 보면 지나온 시간에 대한 그들의 다양한 삶의 언어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우뚝 솟은 첨산 아래 편안하게 자리 잡은 순천시 별량면 이미마을. 이 마을 시패둘레길은 마을회관에서 시작해서 순천스카이드론교육원 담장을 끼고 마을 한 바퀴를 돌면 30여 분이 소요된다.
bbb250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