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의왕=황지향 기자] "이제 우리의 과제는 자동화를 확대하는 것을 넘어 공장이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며 진화하는 자율운영공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최영태 현대차·기아 제조솔루션본부 이포레스트센터장(상무)은 지난 16일 경기 의왕시 현대차·기아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6' 미디어투어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의왕연구소에서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6'을 개최한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행사는 현대차그룹의 자율운영공장 구축 비전과 스마트공장 혁신 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했다. 미디어와 그룹사, 협력사, 대학·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제조 신기술 200여건을 전시하고 시연한다.
이포레스트는 현대차·기아의 스마트공장 브랜드다. AI와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기술을 통해 제조 시스템을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투어에 앞서 미래 공장 비전을 발표한 최 상무는 자율운영공장의 핵심 가치로 인간 중심의 자동화와 데이터·소프트웨어 기반의 자율화를 제시했다.
최 상무는 "자동화의 목적은 사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안전하고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제조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로봇은 위험하고 반복적이며 작업자 부담이 큰 업무를 맡아 현장의 안전성과 작업 품질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는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AI와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등을 결합한 제조 기술을 검증하고 신공장과 기존 공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최 상무는 "우리의 목표는 2030년 HMGICS에서 버추얼 기반 자율화 제조시스템을 고도화하고 2032년 이후 미래 신공장에서 휴머노이드와 풀스케일 자율화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가 구상하는 미래 공장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부품을 운반하는 자율주행 물류로봇부터 사람의 손처럼 움직이는 로봇, 차량 외관의 미세한 결함을 찾아내는 인공지능(AI) 검사 장비까지 다양한 제조 기술을 선보였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공장 내부에서 부품을 운반하는 자율주행 물류로봇이었다. 로봇은 물품을 싣고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했다. 현대차·기아는 물류로봇의 하드웨어와 주행 소프트웨어를 표준화해 제작비용을 약 30%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전 속도도 개선했다. 리튬티타네이트산화물(LTO) 배터리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배터리 시스템을 적용해 기존 2시간이 걸리던 충전 시간을 최대 12분 수준으로 단축했다.
여러 대의 물류로봇을 통합 관리하는 관제 시스템 'HACS 2.0'도 시연했다. 로봇별 예상 도착 시간을 계산해 이동 경로를 조정하고 좁은 공간에서도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돕는다. 현대차·기아는 물류로봇 표준화 플랫폼을 기아 화성 EVO West 공장과 울산 공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전시 공간에서는 제조 현장에 특화된 AI 에이전트 '이포레스트 폴라리스'가 시연자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연자가 "어제 차도의(차체·도장·의장) 주요 결함에 대해 알려줘"라고 질문하자 AI가 공정별 결함 정보를 검색하고 분석 결과를 화면에 표시했다. 작업자가 여러 시스템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폴라리스는 공장형인 '폴라리스 팩토리'와 일반형인 '폴라리스 제네럴'로 구분된다. 팩토리는 생산·품질·설비 정보를 통합 분석하고 제네럴은 사내 문서 검색과 보고서 작성 등을 지원한다. 이날 시연에는 기능 확인용 가상 데이터를 사용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9월 울산 전기차(EV) 공장에서 폴라리스 시범운영을 시작했으며 향후 다양한 제조 업무로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어 엔비디아와 협업 중인 디지털 트윈 기술을 선보였다. 실제 공장과 동일한 환경을 가상공간에 구현하고 중력과 마찰, 충돌 등 물리 현상까지 반영해 설비와 로봇의 움직임을 미리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신차 생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확인하고 설비 시운전에 필요한 시간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현장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가상 연구실의 실험 현황을 설명하고 요청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는 모습도 시연했다.
이후 로봇이 사람의 손처럼 움직이며 부품을 다루는 기술을 살펴봤다. 산업용 로봇에 장착된 '핸드 그리퍼'는 서스펜션 스프링에 걸린 와이어를 제거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두 종류의 그리퍼는 각각 손가락으로 꼬집거나 움켜쥐는 동작을 활용했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직접 수행하던 작업으로, 현대차·기아는 로봇이 다양한 형태의 물체를 다룰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아직 초기 개발 단계로 모방학습과 강화학습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차량 외관의 미세한 결함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터널형 비전 검사 기술도 공개했다. 차량이 검사 장비를 통과하면 여러 대의 카메라가 외관을 촬영하고 AI가 결함 여부를 분석한다.
차량 한 대를 검사할 때 촬영하는 초고해상도 이미지는 약 5000장에 달한다. AI는 이를 분석해 결함의 위치와 크기까지 확인한다. 현대차·기아는 외국산 검사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광학계와 알고리즘 등을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기아 화성 EVO West 공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생산라인 구축에 필요한 로봇의 작업 경로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가상공간에서 로봇의 작업 경로를 만들고 3차원(3D) 비전 센서로 실제 환경과의 오차를 보정해 로봇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개발 완료 목표는 2027년 6월이다.
전시 투어 마지막 구간에서는 작업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립 자동화 기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도어 가니시 자동 장착' 기술을 시연했다. 도어 하단에 부착하는 가니시는 작업자가 허리를 숙여 여러 개의 클립을 끼워야 하는 부품이다. 현대차·기아는 로봇이 미세 진동기를 이용해 클립을 삽입하고 센서로 장착 상태까지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오는 2027년 12월 기아 광주1공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차량 문틀에 고무 부품을 장착하는 '보디 웨더스트립 자동화' 기술도 선보였다. 로봇이 크고 유연한 고무 소재의 웨더스트립을 집어 들어 차체를 따라 부착하고 비전 검사로 장착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기아는 이처럼 자동화가 어려웠던 공정에도 로봇을 확대 적용해 작업자의 부담을 줄이고 품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날 전시에서 확인한 기술들은 아직 개발 중인 것부터 실제 공장 적용을 앞둔 것까지 단계가 다양했다. 다만 방향은 같았다. 사람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작업을 로봇에 맡기고 AI가 공장의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과 품질관리를 지원하는 것이다.
최 상무는 "우리의 목표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에만 있지 않다"며 "사람은 더 안전하고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고 데이터와 AI는 공장을 더 유연하고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도록 돕는 제조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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