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악몽 재연되나…국내 증시 덮친 비관론에 투자심리 '꽁꽁'


코스피 7거래일 연속 하락…16일 반등에도 불안 여전
2022년 코스피 25% 급락과 닮은꼴…"변동성 확대 불가피"

국내 증시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와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 논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로 급락하면서 2022년 약세장 재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호영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국내 증시를 둘러싼 비관론이 확산하면서 지난 2022년 약세장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와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 논란,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된 가운데 이날 8거래일 만에 반등했지만 투자심리 회복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5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8.10포인트(1.05%) 오른 5620.35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12.21포인트(1.74%) 상승한 773.59를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1480억원, 424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2128억원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은 0.50원 오른 1343.00원에 거래됐다.

이날 국내 증시는 반등에 나섰지만 전날까지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특히 전날 코스피지수는 7.57% 급락한 5554.22에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지수도 7.65% 내린 760.82로 장을 마감하며 양 시장에서 투매 양상이 나타났다.

특히 양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되면서 투자심리 위축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전날 오후 12시 23분 코스닥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8.01% 하락한 757.88을 기록하면서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어 오후 12시 38분에는 코스피지수가 8.00% 급락한 5528.05까지 밀리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도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는 10번째, 코스닥에서는 5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글로벌 AI 인프라에 약 7조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데이터센터가 창출할 실질적인 AI 매출은 3조6000억달러 이하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와 같은 투자 속도가 유지될 경우 2030년까지 3조5000억달러 이상의 투자 자산이 손상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다.

가트너는 코어위브와 네비우스 등 AI 인프라를 제공하는 네오클라우드 사업자의 80% 이상이 독립 사업자로 생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막대한 투자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AI 산업의 성장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날 장중 각각 9%, 11%대 급락세를 보였다. AI 산업의 성장 기대감을 바탕으로 상승했던 반도체주에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국내 증시의 낙폭을 키운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도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외국인은 지난 12일 2조1462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13일과 14일에도 각각 4조6297억원, 1조1250억원을 팔아치웠다. 전날에도 3조6752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최근 4거래일 동안 11조원 넘는 매물을 쏟아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반등 흐름을 뒷받침할 만큼의 유의미한 수급 개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기술적으로도 코스피가 6000포인트대에 안착하지 못한 채 장중 재차 하향 이탈했다는 점에서 지지력 확보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에 시장에서는 2022년 약세장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연간 약 25%,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약 19% 하락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연 0~0.25%에서 4.25~4.5%까지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국내 증시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2022년 첫 거래일 2988.77에서 마지막 거래일 2236.40으로 25.17%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도 1037.83에서 679.29로 34.55% 급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한 해 동안 444조1380억원 감소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1439.9원까지 치솟으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했고, 투자자예탁금도 연초 71조7328억원에서 연말 43조9025억원으로 38.8%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뿐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등 성장주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최근 증시 역시 미국의 물가 상승 우려와 기술주 고평가 논란, 외국인 자금 이탈이 맞물린다는 점에서 당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2022년에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긴축이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면 현재는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과 금리 불확실성이 주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이어지는 반면 개인과 기관의 매수 여력이 제한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이어지는 반면 기관과 개인의 매수 여력도 제한되면서 수급 공백이 확대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최상위 반도체 기업으로 외국인 매물이 집중되며 지수 하방 압력을 견인하고 있으나, 이를 받아낼 매수 주체가 부족해 지수 낙폭이 더욱 증폭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어 "투자 심리가 급격히 훼손되면서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 국면이 지속될 수 있다"며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차질의 장기화와 동절기 난방 수요 급증 시기가 맞물려 에너지 수급 불안이 악화될 우려도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 하향이 본격화되지 않는 한 코스피 5000선이 1차 지지선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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