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인 줄 몰랐다" 강선우, 친전·신상발언 '독' 됐다…김병기 녹취록도 발목


법원, 친전·국회 신상발언에 "신빙성 매우 높아"
"돈 돌려주고 공천 배제"…김병기 대화도 근거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게 공천헌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직접 작성한 친전과 국회 신상발언이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송호영 기자

[더팩트 | 정예은 기자]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게 공천헌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강선우 무소속 의원이 직접 작성한 친전과 국회 신상발언이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이 스스로 쇼핑백을 받아 보관했다고 밝혀 유죄를 뒷받침했다.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나눈 대화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김 전 의원의 '돈부터 돌려주고 공천 배제는 유지하자'는 조언에 강 의원이 별다른 해명 없이 수긍한 점을 금품 수수의 정황으로 판단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강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사건 판결문에서 강 의원이 직접 밝힌 입장과 공천 과정에서의 행적 등을 근거로 1억 원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강 의원이 지난 2월10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친전과 같은 달 24일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한 신상발언에 주목했다. 당시 강 의원은 "김 전 의원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의례적으로 건네진 선물을 무심코 받았고, 이후 그대로 집에 보관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같은 발언은 사건 이후 강 의원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정황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강 의원은 2022년 4월 중순 김 전 의원에게 지역 공약을 조언하고 다른 후보자들이 받은 공천 면접 질문을 공유했다. 당시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병기 전 의원이 '원하는 질문을 텔레그램으로 보내달라고 했다'는 내용도 전달했다.

재판부는 공관위 회의를 계기로 불거진 갈등에도 주목했다. 2022년 4월20일 공관위 10차 회의에선 강서구 제1선거구를 전략공천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강 의원은 "당의 지침을 따르겠다"며 동의했고, 이같은 사실은 김 전 의원에게도 전달됐다.

이에 김 전 의원은 곧장 강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남 모 씨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왜 공천에서 배제하느냐, 불공정하다며 항의했다. /더팩트 DB

이에 김 전 의원은 곧장 강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남 모 씨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왜 공천에서 배제하느냐, 불공정하다'며 항의했다. 쇼핑백 폭로 기자회견까지 언급했다.

강 의원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이튿날 김병기 전 의원에게 대처 방안을 물었다. 김병기 전 의원이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 돈부터 돌려주고 컷오프(공천 배제)는 유지하자"고 조언하자, 강 의원은 "죄송하다. 알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만약 강 의원이 정말로 쇼핑백에 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돈을 돌려주라'는 김병기의 말에 별도의 설명을 하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강 의원이 별다른 해명 없이 수긍한 점은 금품 수수를 뒷받침하는 정황"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강 의원이 지역구 시의원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관위 관계자들은 후보자별 사정을 파악하기 어려워 지역위원장의 의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당시 강서구갑 지역위원장이던 강 의원의 공천 영향력이 상당했다고 진술했다. 실제 다른 시의원 출마 희망자는 강 의원에게 출마 의사를 밝히자 "붙이기는 어려워도 떨어뜨리기는 쉬운 거 아시죠"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강 의원이 공천에 영향력을 가진 상태에서 김 전 의원의 금품 제공 의사를 알고도 1억 원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특히 김 전 시의원이 쇼핑백을 건네자, 강 의원이 "뭘 이런 걸 다"라며 웃으면서 받은 점을 들어 "금원 제공에 대한 의사의 합치 내지는 사전 인식이 있었던 탓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14일 강 의원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1억 원의 추징을 명했다. 김 전 시의원에게는 징역 1년, 남 전 보좌관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은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됐다.

ye9@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