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을 독주해 온 올리브영의 아성에 다이소, 무신사, 오프뷰티 등이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신진 인디 브랜드를 앞세운 가성비 전략과 차별화된 매장 구성으로 뷰티 영역 확장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올리브영 역시 오프라인 장악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채널 고도화와 외국인 특화 서비스를 강화하며 수성에 나섰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 명소인 서울 홍대(서교동) 상권을 중심으로 뷰티 매장 간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나와 150m가량 직진하는 구간에 올리브영을 필두로 다이소, 무신사 뷰티, 오프뷰티 매장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서교동 일대는 하루 평균 유동 인구가 19만명에 달하는 핵심 상권이다. 특히 홍대입구역 일대는 유동 인구의 약 67%를 외국인이 차지한다. 폭발적인 K-뷰티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4개 매장이 앞다퉈 홍대 메인 거리에 깃발을 꽂은 셈이다.
CJ는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국내 뷰티 소매판매 시장에서 올리브영이 차지하는 점유율을 역대 최대인 21.5%로 분석했다. 하지만 다이소의 균일가 공세, 무신사의 신규 인디 브랜드 발굴, 오프뷰티의 창고형 할인 모델이 가세하면서 선두인 올리브영도 판도 변화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국내 첫 H&B 스토어로 '7조 클럽' 보는 올리브영
올리브영은 지난 1999년 1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1호점을 내며 국내 H&B 시장의 첫발을 뗐다. 당시 해외에서는 의약품 위주에 화장품·생활용품을 더한 드럭스토어가 대세였으나, 올리브영은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에 집중하는 한국형 H&B 스토어로 차별화했다.
이후 GS리테일의 랄라블라, 롯데쇼핑의 롭스 등 대기업 후발주자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품군을 공격적으로 넓히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경쟁사들이 줄줄이 철수한 2022년 이후에는 국내 독보적인 H&B 플랫폼으로 자리를 굳혔다.
현재 올리브영이 취급하는 상품 가짓수(SKU)는 2만여개에 달하며,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매장 수는 1367곳이다. 특히 전체의 약 84%에 달하는 1153곳을 직영점으로 운영해 본사가 매장 품질과 프로모션을 철저히 관리한다.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K-뷰티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올리브영은 매해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최근 3년간 올리브영의 연 매출은 △2023년 3조8612억원 △2024년 4조7900억원 △2025년 5조8335억원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올리브영은 올해 상반기 매출도 3조3349억원으로, 전년 대비 23.7% 급증했다. 8월 기준 외국인 누적 구매액만 1조원을 넘어섰고, 이 추세라면 연간 매출 7조원도 가시권에 들어온다.
◆ 가성비로 뷰티시장 넘보는 다이소·무신사·오프뷰티
올리브영의 아성에 맞서 다이소와 무신사는 기존 유통 플랫폼 경쟁력을 무기로 뷰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다이소는 전국 1600여개 점포에 뷰티 전용 매대를 깔고 전 제품 '5000원 이하' 균일가 정책을 내세웠다. 온라인 자사몰에서도 신상품을 집중 소개하는 '다이소 데이(Daiso-DAY)' 프로모션을 전개 중이다.
무신사는 온누리약국과 손잡고 약사의 전문적인 상담을 결합한 '파머시 뷰티'로 차별화를 꾀했다. 특히 두 회사가 꾸린 매장은 올리브영이 카테고리별로 제품을 세분화한 매대의 모습과 비슷하며, 이질감 없이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두 브랜드 모두 카테고리별 직관적인 매대 큐레이션으로 올리브영과 유사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며 소비자를 흡수하고 있다.
오프뷰티의 성장세도 매섭다. 큐앤드비인터내셔날이 지난해 5월 첫선을 보인 오프뷰티는 중간 유통 단계를 걷어낸 직매입 시스템을 통해 초저가 상품부터 명품 화장품까지 한데 모은 창고형 뷰티 아웃렛이다. 핵심 상권 위주 출점으로 1년 만에 점포 수를 45곳으로 늘렸으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0.7% 뛴 974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배달의민족 '장보기·쇼핑' 입점 등 온·오프라인 연계(O4O)에 박차를 가하며 연내 100호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 올리브영도 채널 고도화…모바일·외국인에 전력투구
후발주자들의 거센 출점 공세에 올리브영은 서비스 인프라 고도화로 격차 벌리기에 나섰다.
올리브영은 최근 모바일 앱에 신상품 큐레이션 코너 '올영신상'을 개설해 최근 3개월간 출시된 300여개 유망 상품을 맞춤 제안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공하던 피부 진단 서비스 '스킨스캔'을 모바일 앱에 옮겨와 개인 맞춤형 스킨케어 추천 서비스도 지원한다.
당일 배송 경쟁력인 '오늘드림' 역량도 확대 중이다. 현재 전국 27곳인 도심형 물류센터(MFC)를 확충해 최대 1시간 내 배송 체계를 촘촘히 다지고 있으며, 최근엔 서비스 지역을 제주 전역 등 도서·산간 지역으로 넓혔다.
매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보강했다. 현장 직원이 QR코드를 통해 외국인 고객과 실시간으로 피부 상담을 나눌 수 있는 'AI 통역 서비스'를 도입하고, 고기능성 스킨케어 트렌드에 발맞춰 '어드밴스드 더마' 전용존을 구축했다.
올리브영은 "K-뷰티 인기와 함께 외국인이 증가하는 만큼, 글로벌 고객의 쇼핑 편의를 높이기 위한 AI 기반 매장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큐레이션으로 다양한 K-뷰티 브랜드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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