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 취소' 판결에도 사업 계속…범일동 정비사업 적법성 공방


소송 취하 뒤 구역 축소…변경 신고 논란
조합 "분양 이익 커 손실 없다"…15일 선고

부산시 동구 범일동 가로주택정비사업 구역도. /조합원 제공

[더팩트ㅣ부산=손연우 기자] 부산시 동구 범일동에서 추진 중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조합설립인가 취소 판결 이후 보상 약정과 사업구역 변경을 거치면서 인가의 적법성과 합의 비용 부담을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1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업은 조합원 142명이 참여해 시행사 소유 부지와 주변 노후 주택을 함께 개발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사업구역 경계에 있는 일부 통행로의 도로 요건을 놓고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

해당 구역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던 토지주 A씨는 사업구역 경계에 있는 범일동 330-188번지와 825-14번지 두 필지가 가로주택정비사업에 필요한 법적 도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2024년 6월 부산 동구청장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법에서 정한 도로 등으로 둘러싸인 구역에서 추진해야 한다. 법원은 해당 두 필지가 실제 통행로로 이용되더라도 법에서 정한 도로나 기반시설로 인정할 수 없어 사업구역이 '가로구역'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1·2심에서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되던 중 조합과 A씨 측은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대체부지와 신축 건축물 제공 등을 내용으로 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약정에는 조합이 정해진 의무를 제때 이행하지 못하면 기본 보상금 외에 35억 원을 예정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 측이 합의에 따라 소송을 취하했다. 조합은 법원이 도로 요건을 문제 삼은 경계부를 안쪽으로 조정해 대지면적을 기존 9588.3㎡에서 9435.9㎡로 152.4㎡ 줄인 뒤 사업구역 변경 신고 절차를 밟았다.

이를 두고 일부 조합원은 법원이 인가 취소 사유로 판단한 문제를 조합이 경미한 변경 신고로 처리하면서 사실상 판결을 우회한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승소한 토지주와 합의해 소송을 끝낸 뒤 구역 일부를 줄이는 신고만으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축소 면적보다 변경 대상의 성격이다. 줄어든 면적이 작더라도 사업구역의 법적 요건을 좌우한 경계부를 바꾼 만큼 단순한 계획 수정이 아니라 별도의 인가 심사가 필요한 변경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조합원 B씨는 지난 2월 부산 동구청장을 상대로 조합설립인가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지법은 오는 15일 이 사건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일부 조합원은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약속한 보상 비용이 자신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대체부지와 신축 건축물을 제공하는 데 비용이 들고, 약정을 제때 이행하지 못하면 35억 원의 손해배상 부담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장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관련 법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됐다"며 "B씨는 시행사 측 관계자다. 시행사 측은 사업 진행 도중에 들어와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합의 비용이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손실이 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카센터 소유주의 땅이 84평이고 사업지 용적률은 약 1100%다. 이는 아파트 19가구를 지을 수 있는 규모로, 분양하면 약 50억 원의 이익이 발생한다"며 "상가 하나를 제공하고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5억 원은 A씨에세 상가를 지어주기로 해놓고 주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며 "사업은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을 것이고, 만약 사업이 중단될 경우 A씨는 그 자리에서 사업을 계속하면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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