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대미 외교의 최전선에 있는 강경화 주미한국대사가 백악관과 소통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한미 관계에 가장 어려운 현안으로는 정보 협력을 꼽았다. 강 대사는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에 대해선 미국 측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도 밝혔다.
쿠팡 등 한미 간 누적된 이견에 정보 협력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급기야는 소통 자체가 막혀 버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만큼 양국의 신뢰 관계마저 훼손될 수 있어, 한미 정상 간 합의 사항인 안보 분야 후속 협의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13일 제기된다.
◆美, 한미 외교회담서도 '정보 공유' 문제 제기…7개월째 이견 평행선
강 대사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서 한미 관계의 어려운 현안 질의에 "정보 협력 관련해서 제일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답했다. 강 대사는 지난달 18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미국 측이 양국 정보 공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앞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외통위 국감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정보 분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설명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조 장관은 정보 사항을 이유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강 대사의 발언을 고려하면 정보 분야에 대한 미국 측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강 대사는 미국 측 요청에 따른 대응을 묻자 "아직 미국 측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당국자가 밝힌 "한국이 수십 년간 이어온 동맹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 특히 정보와 방첩 관련 사안"이라는 입장과도 맞닿아 있다.
강 대사는 미국이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한 원인으로 지목된 정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에 대해선 미국 측의 문제 제기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 대사는 당시 정 장관의 전화를 받아 미국 측에 경위를 설명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전날 정 장관도 기자 간담회에서 자신의 지난 3월 구성 발언이 논란이 되자, 강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인 지난해 7월 구성을 처음 언급했던 만큼, 미국 측의 '한국 고위 당국자의 정보 누설' 판단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 대사가 이를 미국에 전달했음에도 정 장관의 구성 발언에 대해 미국 측이 문제 제기를 거두지 않은 점, 한미 관계의 어려운 현안으로 정보 협력을 꼽은 점,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진 점 등을 고려하면 양국 간 정보 관련 이견은 최소 7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보 협의 재개 분위기 '뚝'…외교부 "이견 있을지라도 소통·협력 지속"
이에 따라 한미 정보 협력 문제가 양국의 안보 합의 후속 협의에도 부담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보 협력 문제는 안보적 민감도가 높은 핵추진잠수함 도입이나 원자력 협정 개정 등과 밀접한 만큼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달 유엔(UN)총회 계기 한미 정상회담과 지난 1일 대미투자 프로젝트 확정으로 안보 협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무색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강 대사는 이번 국감에서 이례적으로 백악관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강 대사는 "백악관에 대한 소통에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다"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또는 백악관 주요 인사들과 면담을 저도 자주 하고 싶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만큼 고위급 협의는 저도 좀 답답할 정도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강 대사가 언급한 '답답함'이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 자체가 영향을 준다기보다는 대미투자 발족 등 (미국 측과) 여러 가지로 소통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다방면으로 퍼져 있는 현안을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입장에서 진전시키려는 노력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한미동맹이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간이라는 확고한 기조 아래 미국 측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다소간의 일정 부분에 이견이 있을지라도 계속해서 다양한 현안에 대해 소통하고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