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류, 1년 새 천지개벽…올해 여야 '예산전쟁' 승자는?


與, 작년 핵심 국정 예산 방어하며 '완승'
1년 새 지지율 20% 낙하…예산동력 '비상'
野, 미래기금 등 주요사업 중심 감액 전망

1년 전과 비교해 180도 달라진 국정 기류에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둔 여야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국민의힘은 대규모 예산 칼질을, 더불어민주당은 철통 방어를 벼르고 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정채영·이태훈 기자] 1년 전과 비교해 180도 달라진 국정 기류에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앞둔 여야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국민의힘은 무기력했던 지난해 예산안 정국에서의 모습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더불어민주당은 소실된 국정 동력에도 야당의 '예산 삭감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2026년도 국정감사 일정이 중반을 향해 달려가면서 향후 이어질 2027년도 예산안 정국에 대한 여야의 대비 태세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820조 9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지난달 3일 국회에 제출했다. 여야는 국정감사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공청회와 종합정책질의 등을 통해 예산안 심사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727조 9000억 원)보다 12.8% 늘어난 수치로, 역대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라 확보한 추가세수로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고,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AI) 산업 등 미래 성장엔진에 대규모 예산을 편성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예산안 편성에 대해 "성장 잠재력의 하락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는 우리 경제의 갈림길에서 2027년도 예산안을 통해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반등을 뒷받침하고, 성장의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이 지난해처럼 정부·여당 바람대로 대규모 삭감 없이 법정시한(12월 2일) 내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사진은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지난 8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한 모습. /배정한 기자

다만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이 지난해처럼 정부·여당 바람대로 대규모 삭감 없이 법정시한(12월 2일) 내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여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건은 같으나,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지난해 비슷한 시기와 비교했을 때 20%포인트(p) 가까이 떨어지면서, 예산안 처리를 밀어붙일 동력이 크게 약화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6∼8일 전국 18세 이상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p, 응답률 2.8%), 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5.2%로 집계됐다. 지난해 예산안이 처리됐던 시기, 같은 조사에서 이 대통령은 54.9%의 지지율을 등에 업고 있었다.

국민의힘은 1년 전 비슷한 시기와 비교해 크게 바뀐 국정기류를 감안, 정부가 제출한 2027년도 예산안의 대규모 칼질을 벼르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발(發) 검찰개혁의 산물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의 개청에 맞춰 이들 조직에 불필요한 예산이 편성된 것은 아닌지 자세히 들여다볼 공산이 크다. 정부가 제출한 중수청·공소청 내년도 예산 합계는 1조 5578억 원으로, 2026년도 검찰청 예산 약 1조 2633억 원보다 약 2945억 원 늘었다.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확보한 추가세수를 국채 상환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야권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개최한 '2027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김우철 한국재정학회 회장은 "지출 총량과 기금 적립, 국채 발행이 맞물려 있는 만큼 예산안의 전면 재편성이 필요하다"며 "빚으로 하는 기금 적립을 중지하고 결산 흑자로 국가채무를 우선 상환한 뒤 기금을 적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도 "기금의 적립과 집행에는 엄격한 원칙과 명확한 중장기 재원 대책이 따라야 한다"며 "빚을 내 쌓아두고 임기 내에 탕진하는 무책임한 재정 운용을 막고, 청년과 미래세대의 짐을 덜어주는 데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1년 전 비슷한 시기와 비교해 크게 바뀐 국정기류를 감안, 정부가 제출한 2027년도 예산안의 대규모 칼질을 벼르고 있다. 사진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부터)가 지난 6월 30일 국회에서 조정식 국회의장 주재 회동을 마친 후 운영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이 밖에도 이재명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인 △지역사랑상품권과 농어촌 기본소득 △3대 메가프로젝트 △원전·재생에너지 등 관련 예산이 국민의힘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예산 정국에선 삭감이 필요한 예산 항목도 거의 손대지 못했다"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실정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내년도 예산안에서 삭감이 필요한 부분은 당이 적극적으로 관철할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국정동력 회복이 절실한 민주당 입장에선 정부 핵심 국정과제 예산을 지키고 분위기 반전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민주당 인사는 통화에서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예산 정국 주도권이 (야당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당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원하는 예산안을 국회가 통과시키고, (정부가) 일을 잘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의 지지도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내년부터는 총선 국면에 돌입하는데, 민주당이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정 성과를 내기 위해 야당의 반대를 아랑곳하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예산안 통과를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통화에서 "현재 양극화된 정치 구도를 감안할 때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한참을 부딪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문제는 여당이 압도적으로 의석수가 많다는 것인데, 이를 고려하면 대부분은 여당 뜻대로 (예산 정국이)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기사에 활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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