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영봉·안디모데 기자] 경찰청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처음 열린 국정감사(국감)에서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수사의 신속성과 완결성을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개혁의 일환으로 인사와 승진 제도를 손볼 것도 다짐했다.
◆ "순환인사, 일방적 추진 없을 것"
1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는 개정 형소법 시행에 따른 경찰개혁 관련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주 실종 사건에서 지휘·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형사과장과 실종팀장은 지휘역량평가에서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정량평가가 압도적이다. 무단으로 종결하면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고 팀에도 도움이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완수사·재수사 요구와 시정조치 등을 앞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성과평가 지표에도 경찰 수사의 신속성과 완결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도 "내년도 성과지표를 개정하고 있다"며 "신속성을 좀 완화하고 완결성에 점수를 많이 높이도록 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식 민주당 의원은 "왜 승진을 정보가 많이 하느냐"라며 "수사와 치안 양대 축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수사는 국가수사본부가, 치안은 가칭 '국민안전본부'가 담당하는 조직 개편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정보국은 이제 폐지해야 한다"며 "우수한 자원, 승진 연수가 임박한 직원을 주로 인사계장이나 감찰계장으로 보내지 말고 직접 수사부서에 배치하면 실제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김 직무대행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민생안전 분야에서 업무 능력에 따라 더 많은 승진자가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답했다.
임호선 민주당 의원은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순환인사 확대 방침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유예를 요청한다"고 했다. 순환인사는 지역 유착을 막기 위해 경찰관의 근무지를 일정 주기로 바꾸는 제도다. 경찰은 경정급 이상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순환인사를 경감급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 직무대행은 "현장에서 공감받지 못하는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의 순환인사에 따른 주거 부담 지적에도 "관사나 교통비 등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사실상 쉽지 않은 방향"이라며 "현장 직원들과 소통하고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 "한동훈 딸 '허위 스펙' 의혹, 재수사 가능성"
한동훈 무소속 의원 딸의 ‘허위 스펙’ 의혹 사건을 두고는 조사 방식과 불송치 판단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1년8개월 동안 수사하면서 고발인은 6차례 조사했지만 피고발인은 1차례 서면조사하는 데 그쳤다"며 "논문 대필과 저작권법 위반이 이슈가 됐는데 압수수색영장 청구는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 직무대행은 고발인 위주 조사가 통상적인지 묻는 질문에 "일상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전면 재수사 요구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대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전면 재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한 의원 딸의 전자책 판매가격과 수수료가 모두 0.99달러여서 영리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확인해 보니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판매되면 약 35%를 인세로 받아갈 수 있다"며 "홈페이지만 봐도 알 수 있는 것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직무대행은 "검토하고 결과를 회신하겠다"고 답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새로운 사실을 인지하면 수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홍 본부장은 "원론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이광희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필요한 증거라고 판단했다면 실제 미국 측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았겠냐"며 "경찰이 요건과 절차를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냐"고 물었다.
김 직무대행은 "공조조약을 통해 공조를 요청했지만 검찰에서 불송부 결정했기 때문에 사건 진척이 안 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검찰의 불송부가 타당하지 않고 경찰은 수사하려고 했다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그렇게 이해한다"고 말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검찰이 국제형사사법공조 요청을 법무부로 넘기지 않은 뒤 경찰이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사유를 보완해 보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수사라인에 대해 "감찰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김 직무대행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경찰은 2022년 5월 고발된 한 의원 딸의 논문 대필·봉사활동 부풀리기 등 의혹을 수사한 뒤 2023년 12월28일 불송치 결정했다. 한 의원은 딸의 전자책 관련 저작권법 위반 의혹에 대해 "저작권자의 승낙을 받은 사안"이라며 수사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 김병기 수사 지연에 "권력 눈치보기 아냐"
김병기 무소속 의원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 주요 사건의 수사 지연을 둘러싼 지적도 이어졌다.
이상식 의원은 김 의원 사건을 두고 "동료 의원 사건이라 조심스럽고 죄송하지만 왜 이렇게 늦어지고 있느냐"며 "권력 눈치를 보는 것이냐"고 물었다.
홍 본부장은 "그렇지 않다"며 "13개 의혹이 있고, 보완해야 할 내용을 보완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답했다. 수사에 자신이 없어 수사심의위원회를 거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니다"라며 "사건 관계인의 신청이 있어서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차남 특혜 채용 등 김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을 1년 넘게 수사하고 있다.
이 의원은 방 의장 사건에 대해서도 "당초 검찰에서 일반 사기죄 혐의를 적용하자고 했는데 경찰이 자존심을 세워 고집부렸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 본부장은 "검찰과 경찰의 판단이 달랐던 것뿐"이라며 "최종적으로 경찰의 판단에 따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송치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수사 지연에는 "중국으로 도주한 주요 피의자와 관련해 중국과 협의 중"이라며 "방조범 등 다른 피의자들에 대해서도 국제공조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최선을 다했지만 미흡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며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해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도 "엄정하게 수사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경찰청장 공백 장기화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직무대행 체제로 국감을 치른다. 벌써 2년이 다 돼 간다"며 "정상적인 운영이 아니며,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청장 임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진 행안위원장도 "경찰청장 없이 두 차례 연속 국감을 진행하는 데 유감"이라며 "조속히 청장이 임명돼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지난 10일 대구 상가 천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과 통화했는지, 누가 먼저 전화했고 몇 분간 통화했는지 물었다. 김 직무대행은 "통화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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