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제약품 오너 3세 남태훈 대표이사 부회장이 부친 남영우 명예회장의 상장사 직접 지분을 모두 넘겨받으며 승계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직접 지분까지 확보하면서 남 부회장이 경영과 소유의 중심에 선 모습이다. 다만 국제약품 지분 23.96%를 보유한 최대주주 '우경'의 지분 85.43%는 여전히 부친 남 명예회장이 쥐고 있다. 우경의 소유권 이전 방식과 재원 마련이 국제약품 승계의 다음 과제로 남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남 명예회장은 지난 6일 보유하고 있던 국제약품 보통주 181만5237주를 장남 남 부회장에게 전량 증여했다. 발행주식 총수의 8.58%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남 명예회장의 국제약품 직접 지분은 0%가 됐고 남 부회장의 보유 주식은 44만8021주에서 226만3258주로 늘었다. 지분율은 2.12%에서 10.70%로 상승했다. 이번 증여를 통해 남 부회장은 오너일가 중 국제약품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개인주주가 됐다.
1980년생인 남 부회장은 2009년 입사 후 영업과 관리 부문 등을 거쳐 2015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지난해 남 명예회장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단독대표 체제를 구축했고, 올해 부회장 승진과 함께 이사회 의장 및 주요 계열사 대표를 겸직하며 경영 전면에 선 데 이어 상장사 직접 지분까지 확보했다. 이번 지분 수증은 단독 경영권에 이어 상장사 소유 기반까지 한층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장사 직접 지분을 확보했으나 승계의 핵심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남 명예회장의 직접 지분이 소멸하면서 국제약품의 최대주주는 지분 23.96%를 보유한 비상장 지주회사 우경으로 변경됐다. 우경은 2017년 옛 효림산업(현 효림이엔아이)의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된 비상장사다. 국제약품 지분 외에도 효림이엔아이 지분 60.72%와 에너지 관련 기업 지분 등을 보유하고 있는 지배구조 최정점의 법인이다.
우경의 최대주주는 남 명예회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남 명예회장은 우경 주식 42만7150주를 보유해 지분 85.43%를 확보했다. 반면 남 부회장은 우경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다. '남 명예회장→우경→국제약품'으로 이어지는 간접 지배축을 완성하려면 남 명예회장이 보유한 우경 지분을 남 부회장이 어떠한 방식으로 넘겨받느냐가 승계의 최종 관건이 될 전망이다.
생전 증여를 택하면 우경 비상장주식의 세법상 평가액과 증여세 부담, 납부 재원이 관건이다. 매매 방식이라면 남 부회장이 주식 매입 대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핵심이다. 상속으로 넘길 경우에도 상속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공시에서 우경 지분의 구체적인 이전 방식이나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다. 남 부회장이 보유한 효림이엔아이 지분(28.93%)을 승계 과정에서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분 교환이나 현물출자 등을 통해 우경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거래가 이뤄진다면 각 비상장사의 주식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격이 적정한지, 세금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지배회사 우경의 지분 승계 외에도 수익성 개선, 자회사 리스크 관리라는 복합 과제를 남 부회장이 어떻게 풀어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세 승계 완성 여부는 우경 지분이 어떻게 이전되는지, 그 과정에서 세금과 계열사 재무 부담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했다.
지배구조 정리와 함께 본업에서의 실적 개선과 투자재원 확보도 남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중대 과제다. 국제약품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9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6% 증가했다. 그러나 판매관리비가 12.9% 늘어난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4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9.4% 감소했다.
반면 필요한 자금 수요는 지속되고 있다. 회사는 안산공장 생산시설 확충 및 보관소 구축 등에 총 555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으며, 이 가운데 내년 집행 예정액만 4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녹내장 치료제 임상 3상 등 신약 연구개발(R&D)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수익성 방어와 대규모 자금 조달을 동시에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약품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외부 조달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 리스크 관리 역시 남 부회장의 책임 경영 능력을 시험하는 요소다. 화장품·건강기능식품 자회사인 국제피앤비는 상반기 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으며, 매출채권 16억원 전체에 손실충당금이 설정되어 있다. 투자주식 장부가액도 0원이다. 국제약품이 상반기 2억원을 추가 출자했으나 재무건전성 개선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또한 국제약품은 효림이엔아이의 공사 이행보증과 관련해 300억원 규모의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계열사 관련 재무 리스크 관리 부담도 안고 있다.
국제약품 관계자는 "우경 지분 이전과 관련해 현재 알려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