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는 인류 문명을 받아들인 개항의 도시이며,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됐다. 1902년 제물포항에서 북태평양 화산 열도 하와이섬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이 출발했다. 인천을 모항으로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남·북극을 오가며 지구 환경을 탐구해 왔다. 세계사에서 지중해는 고대 서양문명의 중심이었으며, 인도양은 대륙을 잇는 무역 항로를 구축했다. 대서양은 15~16세기 콜럼버스, 바스코 다 가마, 마젤란 등이 활동한 대항해시대를 열었다.
고대부터 인천은 중국과 한반도를 연결하는 해상교통로였다. 개항 이후 국제적인 해양·물류 도시로 성장했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은 외세의 침탈에 불안했던 인천 바다의 역사를 전환시킨 계기가 됐다. 바다가 인류 생존의 인프라를 개척해 온 것처럼 인천은 5대양을 연결하는 세계의 중심인 셈이다.
최근 개항의 바다를 품은 인천 월미도의 국립인천해양박물관과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시회는 기원전 12세기의 트로이 전쟁과 20세기 제2차 세계대전 간에 걸친 3000여 년의 간극을 연결하는 전쟁의 바다 역사를 떠오르게 한다.
올해는 하와이 포로 2700여 명이 인천으로 귀환한 지 80년이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의 모집, 관 알선, 징용 등으로 고국을 떠나 미군의 포로가 된 하와이 한인 포로의 생활상이 소개됐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내년 2월 21일까지 '낙원에 갇힌 날들-하와이 포로수용소 한인 포로의 기록' 특별전을 연다. 인천이 개항과 이민의 도시로서 700만 재외동포의 고향이지만 '비자발적 이민'의 성격으로 무시됐던 한인 포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일상이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이번 특별전은 하와이주립대학교 구술사연구소의 주도적인 역할과 하와이한인이민연구소의 협조로 성사됐다고 한다. 지난달 22일 열린 개막식에는 유근미(미국명 M. Kunmi Yu Danico) 하와이대 구술사연구소장, 슐츠(Ned Schults) 전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장, 고서숙 고송문화재단 이사장, 김대일·김세일·하영임 하와이 한인 포로 후손 등이 참가했다. 유 소장은 "이번 전시회가 이덕희 하와이한인이민연구소장의 자료 발굴에 힘입어 진전됐다"면서 "앞으로도 인천과 하와이의 한인 이민 역사를 연구하는 전문가 그룹 간의 교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인 포로의 기록' 전시회는 당시 한인 포로 황해수의 기억을 좇아 강제 동원에서 귀환까지의 경로를 밝혔다. 1941년 진주만 공습 1년 후 황해수는 노무자 신분으로 남양군도로 강제 동원됐고, 1944년 봄 미군의 포로가 돼 하와이 호노울리울리 포로수용소로 이송됐다. 포로수용소에서 여전한 일본인 포로들의 고압적인 자세와 갈등, 미군 정보기관인 JICPOA의 심문, 포로수용소 식당과 세탁소에서의 일과 식사 등이 기록 전시됐다.
황해수는 포로수용소에서 "독서, 조선어 주간지 '자유한인보' 구독, 야구·축구·배구·탁구 등의 운동, 야간 영화 관람 등이 가능했으며, 교사를 구해 일주일에 2시간씩 영어를 배우는 조선인도 있다"고 전했다. 또 "일본인과는 달리 임시 노역이나 세탁소 노역을 맡아 하루 80센트를 받았으며, 남는 땅에 채소를 기르기도 했다"고 술회한다.
하와이 한인 포로들은 고국으로 돌아온 1946년 1월 엄동의 인천 바닷바람마저 환희와 감격으로 맞이했을 것이다. 황해수도 이재민수용소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가 파란만장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한·그리스 수교 65주년을 기념해 유치한 '그리스-바다가 빚은 위대한 문명' 국제교류전은 기원전 3000년 경의 여성상부터 트라이림의 눈, 황금 화관, 호메로스 두상 등 그리스 문명의 진수를 오는 12월 6일까지 선보인다. 영화 '오디세이'의 흥행으로 그리스 신화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도 뒤따르고 있다.
그리스는 서양문명의 근원으로서 인문학 탐색의 출발점이다. 그리스 문명에서 탄생한 자유와 민주, 평등의 정신은 오늘날 현대사회로 계승됐다. 또 철학과 문학, 예술과 교육 등의 기초가 그리스 문명의 유산으로 남았기 때문에 이번 '그리스전'은 인문주의를 탐색하는 기회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첨예한 정치 양극화 현상을 보면 진영과 이념 편향을 공고히 할 뿐, 민주주의 정신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들었다.
'그리스전'은 바다를 통한 교류가 핵심 키워드다. 모형으로 전시된 '삼다노선'은 아테네 전성기 국가 경쟁력의 상징이었다. 공동운명을 책임지는 노잡이 시민의 협동 정신을 이끌고 이견 조율의 지혜를 발휘하는 그리스 정치 지도자(선장)에 비교하면 우리의 현실은 거리가 멀다.
최근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빚은 시민과의 괴리를 대폭 줄여야 삼다노선의 리더십에 도달할 수 있다.
인천은 이민의 역사와 애환이 서린 해양의 도시다. 지난 1일부터 재외동포협력센터가 재외동포청으로 흡수·통합됐다. 2023년 6월 송도국제도시 부영송도타워에 둥지를 튼 재외동포청은 최근 공간 부족과 보안 등의 이유로 독립건물 이전을 추진해 시민사회의 반발을 가져왔다. 재외동포청은 이민의 핏줄을 이어가는 인천에 자리 잡아야 이치에 맞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개관한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세계적인 해양 역사·문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유치해 시민 문화향유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하와이 이민 100주년을 맞이한 2003년 개관했다. 하지만 700만 동포들의 삶과 애환을 다루고,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승화하기 위한 시설 인프라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다. 시설 확장을 통한 제2의 개관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오늘날은 대학을 지원하는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밝은 미래를 기약하는 시대다. 대학 건물에 붙은 우정원, 현대자동차경영관, LG-POSCO경영관, SK경영관, 신세계관, 정석학술정보관 등은 인재육영을 위한 빛나는 사례들이다. 국부적인 재정 지원보다 후대로 이어지는 문화 자산의 터전을 만들어야 국민과 국가의 역량은 상승한다.
일자리 창출에 버금갈 정도로 시민의 역사와 문화 향유 자산을 구축할 수 있는 재외동포청 독립 청사 신축, 한국이민사박물관 증축 등에 대학처럼 정부와 기업총수들이 관심을 기울이면 어떨까.
기업의 장학사업도 훌륭하지만 민족에게 문화 자산 인프라를 조성하고 남기는 일은 더욱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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