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사고 뒤 폐색전증 사망한 노동자…법원 "업무상 재해”


2m 높이서 추락해 발목 골절…요양 중 숨져
"거동 제한으로 혈전 발생 가능성"…유족 승소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고로 발목이 골절된 근로자가 요양 중 폐색전증이 발병해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고로 발목이 부러져 요양 중 폐색전증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강우찬 부장판사)는 A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건설회사에 근무하던 A 씨는 2024년 수도 건축공사 현장에서 비계 설치 작업을 하던 중 2m 높이의 작업대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오른쪽 발목 골절과 왼쪽 얼굴을 다친 A 씨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입원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사고 약 한 달 뒤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망진단서에는 직접 사인이 '미상'으로 기재됐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폐동맥이 혈전으로 막히는 '폐색전증'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A 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사고로 입은 부상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2025년 3월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유족들은 사고로 발목이 부러져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혈전이 발생했고, 이것이 폐색전증으로 이어져 사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추락사고에 따른 부상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는 고인의 다리 깊은 정맥에서 혈전이, 양쪽 폐동맥에서는 폐색전증이 확인됐다. 사망 원인으로 볼만한 다른 장기 질환이나 외상, 약물 등의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

법원 감정의도 추락사고에 따른 골절과 외상 때문에 보행이 제한되고 혈관벽이 손상되면서 심부정맥혈전증이 발생한 뒤, 혈전이 폐동맥을 막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소견을 냈다.

재판부는 "발목 골절로 이미 통증과 부종이 있는 경우 혈전이 생기더라도 새로운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렵고, 퇴원 후 거동이 제한된 상태에서 혈전이 형성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사고 후 약 1개월이 지난 시점에 폐색전증으로 사망했다는 사정만으로 사고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폐색전증은 다리 깊은 정맥에서 생긴 혈전이 떨어져 나와 폐동맥을 막으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별다른 전조증상 없이 급사할 수도 있다는 점도 짚었다.

근로복지공단은 A 씨가 사고 약 5개월 전 부정맥을 진단받은 점을 근거로 업무 관련성을 부정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진단받은 부정맥은 일반적으로 혈전성 색전의 원인이 되지 않는 유형이며, 진료기록 등에서도 폐색전증을 일으킬 만한 다른 유력한 위험 요인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고인의 사인이 된 폐색전증은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의학적 소견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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