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국정감사 초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정부를 향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농지 전수조사와 전력수요 전망 등 정부 정책의 추진 방식과 실효성을 지적하는가 하면, 일부 상임위원회에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집권여당이 야당의 공세에 정부를 엄호하면서도 정책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을 요구하는 견제 역할에도 나선 모습이다.
지난 7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농지 전수조사를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농지의 소유·이용 실태를 파악한다는 조사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해 농민들의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농식품부는 문제의식을 현장에서 풀어나가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농민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적어도 농민들에 대한 사과 정도는 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문금주 의원도 농지 전수조사의 본래 취지를 강조하며 정부의 조사 방향을 짚었다. 문 의원은 "농지 전수조사의 본래 목적은 새로운 투기 유형을 적발하거나 농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의 부분적인 조사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전국 농지의 소유 이용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농해수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농지 전수조사는 초반에 무책임하게 쉽게 생각하고 추진해 지금 수습이 안 되게 생겼다"며 "수도권 투기용 농지와 휴경지를 중심으로 조사하고, 더 이상 범위를 벌리지 말고 내실을 다져야 해서 질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정부 정책의 타당성을 따져 묻는 여당 의원의 질의가 나왔다. 지난 6일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전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제시한 2040년 AI 데이터센터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가 불과 4개월 만에 4.0GW에서 11.9GW로 급증한 점을 지적하며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을 문제 삼았다. 이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과잉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수요 예측에 불확실성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상임위원회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첫 대미투자금 송금 절차를 두고 "첫 단추부터 잘못"이라며 외교부의 안일한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정부의 비아파트 매입임대 정책이 청년·신혼부부의 실제 주거 수요와 괴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짚으며 정부에 사후관리 강화를 요구했다.
이처럼 여당 의원들은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짚는 동시에 구체적인 개선 방안도 제시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역할과 별개로 국정감사에서는 견제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기노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여당이라고 해서 정부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할 건 아니다"라며 "정부의 부족한 부분들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 좀 더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있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당이 여당으로서도 정부를 견제하고 할 말을 해야 한다. 정부가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적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며 "다만 야당의 지적이나 공세가 지나칠 경우 왜곡된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여당 입장에서 짚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