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경제] 회장님, 왜 국정감사 때만 자리를 비우시나요? (영상)


국회 '국정감사 시즌' 회장님 사수 작전 미스터리

[더팩트ㅣ정리=이선영 기자]

◆ 방송 : 더팩트 유튜브 콘텐츠 'THE 미스터리경제' EP31.

◆ 출연 : 금융증권부 이한림, 이선영 기자

◆ 편집 : 디지털미디어본부 이상빈, 이환호, 유영림 기자

선영>세상에 당연한 경제는 없다. 팩트 뒤에 숨겨진.

한림>기묘하고 오싹한 경제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한림, 선영>더팩트 경제 추리 콘텐츠. '미스터리경제' 시작합니다.

선영>네, 가을이 오면 경제부 취재 전선에 가장 긴장감이 감도는 주간이 시작되는데요. 바로 국회 '국정감사 시즌'입니다. 주요 정부 부처 피감기관들은 물론이고 대기업 본사 고층 빌딩들까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경직돼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는데요.

한림>네, 맞아요. 저도 경제부를 오래 출입하면서 매년 10월 겪는 풍경인데요. 평소에는 언론에도 자주 나오고 현장 경영을 활발하게 지휘하던 내로라는 기업 회장님이나 대형 계열사 CEO분들이 신기하게도 10월만 되면 여의도 바닥에서 아예 자취를 감추십니다. 취재를 조금 해 보면 대부분 자리를 비우셨거나, 안 계시거나 국내에 없는 경우도 많고 비서실에서도 말을 아끼고 있어요.

선영>또 재미있는 것은 국회 정무위원회나 산자위 등에서 대형 사태 책임자들의 증인 채택 명단이 발표되는 그날부터 본격적인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는 건데요. 희한하게도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거물급 회장님들은 꼭 이 타이밍에 해외 장기 출장 일정이 잡히거나 갑자기 건강진단 일보가 나오면서 '병원 치료에 들어가셨다' 이런 소식을 심심치 않게 뉴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림>왜 국정감사 때면 자리를 비우실까요? 우연치고는 매년 같은 상황이 벌어지니까 의문이 좀 들 수밖에 없다는 거죠. 투자자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국회 질타를 피하려는 '도피성 스케줄'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기업 총수의 국감 출석 여부에 따라 기업 평판이라든지, 주가라든지 이런 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일도 아닐 텐데요. 올해도 또 어떤 거물들이 리스트에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거나 이런 것들을 이제 우리 투자자나, 소비자들이 뉴스룸을 계속 찾아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선영>기업 총수나 수장들의 하루 일정이 몇 달 전부터 초 단위로 짜인다고 하는데 왜 10월 국감 날짜만 잡히면 그 철저하던 스케줄이 일제히 마비되는 걸까요?

한림>그러게요. 10월에 서버에 문제가 생길까요? 스케줄 관리나. 어쨌든 겉보기에는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나 국익을 위한 해외 세일즈 이런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국회 의원회관을 무대로 벌어지는 대관 라인에 보이지 않는 '방어 협상론이 숨어 있거든요. 이번 주 '미스터리경제'에서는 10월 국감 시즌을 맞아서, 국감 철마다 반복되는 '회장님 사수작전'의 속사정을 파헤쳐 봅니다.

한림>우선 취재원들한테 좀 들었던 이야기를 먼저 해 볼게요.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사 내부에서 국회와 정부 부처를 전담하는 이른바, 대관팀들의 일년 고과가 사실상 9월 말이나 10월에 국감 증인 명단이 확정되는 날 결정된다는 이야기 혹시 들어 보셨나요?

선영>대관 담당자들의 성패는 '우리 총수의 명단 제외' 혹은 '종합국감 전까지 증인 철회' 이런 데 달렸다, 이런 말은 들어 봤는데요. 만에 하나 실패해가지고 회장님이 국감장에서 의원들한테 또 거센 호통을 듣거나 포토라인에서 고개 숙이게 되면 대관팀 라인은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압박이 심하다고 하더라고요

한림>네, 맞습니다. 이게 요즘에는 국민들이 국감 현장을 라이브 영상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시대고 국민을 대표해 국정감사에 나선 국회의원들도 예전처럼 자극적인 망신 주기 같은 거 그런 관행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자본시장 생리상 총수의 평판은 기업의 신인도와 직결되는 가장 큰 자산이자 리스크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대관 조직은 일종의 선제적 방어 비용으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물론 국감장에 성실하게 출석해서 오해를 풀고 정면돌파를 선택하는 기업 총수도 분명히 많이 계시죠. 하지만 리스크 관리가 시급한 일부 기업의 경우 회장님의 출석을 면제받는 대신에, 국회의원실에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종의 '협상 공식'이 작동하기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선영>'협상 공식'이면 어떤 방식으로 국회를 설득하는 걸까요?

한림>아마 많이 보셨을 것 같아요. 기사를 쓰면서. 가장 흔한 카드가 '실무 최고 책임자'의 대리출석. 뭐 CFO라든지 계열사, 어떤 사업 부문 대표라든지 회장님 대신에. 그리고 전격적인 상생안 발표 등이 있습니다. 회장님은 국익이 걸린 해외 계약이나 글로벌 IR 이런 거 하시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웠으니까 실제 현장 사태를 총괄한 부사장이라든지 사업 부문 대표를 보내서 성실하게 해명을 하겠다, 국감장에서 출석 안 한 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조율을 한다는 거죠. 여기에 더해 국감 당일 아침이나 국감이 치러지기 며칠 전에 피해 소비자들을 위한 수백억 원 규모의 기금 조성이나 주주 환원이나 대대적인 내부 통제 쇄신안 공시를 전격 발표하기도 합니다. 의원실 입장에서도 회장님 불러가지고 맹목적으로 이렇게 망신 주기보다는 실질적인 민생 구제 성과를 이끌어 내는 게 목적이었기 때문에 합리적인 조율이 이루어지는 구조라고 할 수 있겠죠.

선영>그렇군요. 그러면 총수들의 갑작스러운 출장이나 입원 소식의 이면에는 자사의 평판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서 기업들이 물 밑에서 지출하는 유무형의 자원과 양보안이 깔려 있었던 셈이네요. 그런데 선배, 리스크 비용을 써서라도 회장님을 지키려는 기업들의 절박함 그런 거는 이해가 되는데 과거보다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해지고 일반 주주들 눈높이에서 봤을 때 이런 물밑 협상 공식이 마냥 곱게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일 것 같거든요. 잘못한 게 있으면 당당하게 나와서 해명해야지 왜 자꾸 세금이나 상생안을 방패막이로 쓰냐, 이런 비판과 공분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한림>정확한 지적입니다. 국감장을 바라보는 국민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시점이기도 하죠. 그 증인 명단은 전체 공개거든요. 국민에 전체 공개되고 특히 기자들이 그 유명하신 회장님 이름이 나오면 톱으로 올리기 때문에 기사도 많이 보시고 '아 이분이 국감장에 나오시나?' 하고 그날 딱 라이브 영상을 틀어 봤는데 출석을 안 하셨어요. 불출석 사유서를 내시고 해외 출장을 가셨다든지 건강이 안 좋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든지 그런 식으로 하는 걸 많이 봤죠. 그런데 이제 최근 들어서 대기업 총수들이 이런 꼼수성 출장이나 상생안 딜 같은 거를 던져도 국회 문턱을 넘기 힘들어지는 결정적인 또 계기가 있습니다. 국정감사장이 단순히 질타의 장을 넘어 주주 '행동주의 펀드'들의 대리전장으로 약간 판이 바뀌고 있는 느낌도 있거든요.

선영>'행동주의 펀드'라고 하면 기업 지분을 산 다음에 '주주환원 하라' '지배구조 개선하라' 이렇게 압박하는 그 펀드를 말씀하시는 거죠?

한림>네, 직접 행동하는 펀드들이죠. 쉽게 말해서 예전에는 펀드들이 주주총회나 법정에서만 싸웠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들이 국회의원실과 손을 잡기도 한다는 겁니다. 기업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의혹이라든지 지배구조의 치명적인 약점을 정교한 데이터로 묶어서 의원실에 이렇게 제보를 하는 거죠. 의원 입장에서는 대기업을 제대로 저격할 확실한 무기, 어떻게 보면 제보를 받았기 때문에 공짜로 얻은 거고 펀드 입장에서는 국회라는 거대한 확성기를 빌려서 기업과 총수를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이해의 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겁니다.

선영>그러면 기업들이 국회에 상생기금 몇 백 억 원 내놓겠다고 해 봐야 의원실 뒤에 버티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날카로운 논리 앞에서는 방패가 통하지 않는 구조가 되겠네요.

한림>네, 맞아요. 회장님들 입장에서도 일방적인 망신 주기 질의보다 이 경영권이나 지배구조를 건드리는 국감이 100배는 더 공포스럽지 않을까 싶어요. 회장님 입장에서 그리고 라이브 방송으로 전 국민이 보는 국감장에서 총수가 말 한마디 잘못해서 박제가 된다거나 쇼츠에 계속 나올 거 아니에요. 그렇게 하면 그걸 빌미로 소송이 들어오거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밀려서 진짜 경영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겁니다. 결국 회장님 지키기 작전, 회장님 사수작전은 단순한 체면 사수가 아니라 내 집무실 자리를 지키느냐, 마느냐 이런 '진짜 생존 싸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선영>오늘 얘기를 듣다 보니까 앞서 왜 대관들이 밤을 새우면서 이렇게 비명을 지르고 있는지 주주 입장에서 와닿기도 하는데요. 외형 성장에만 치중하던 대기업들이 이제는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의 지배구조와 투명성을 요구받는 혹독한 검증대 위에 서게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한림>네, 맞습니다. 매년 10월 반복되던 수장들의 출장이나 입원 이런 이면에는 평판 리스크와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치열한 노력들이 또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국익을 위해 정말 바쁘게 뛰는 총수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정말 많으시죠. 하지만 시장의 감시 체계가 국회와 연계돼 진화한 만큼, 올해는 국민과 투자자들 앞에서 더 책임 있는 경영, 당당하시면 그냥 나와서 말씀하시면 되잖아요. 잘못한 게 없으면. 그렇게 하는 경영의 본질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영>맞습니다. 자본의 방패가 두꺼워질수록 감시의 눈도 날카로워져야 한다는 걸 배우는 것 같고요. 우리 기자들도 현장에서 더 노력해야 된다는 것을 또 느끼는 것 같습니다.

한림>그렇습니다.

선영>저희도 이제 국정감사 시즌이기 때문에..

한림>국감 시즌 때는 저희가 밥을 거의 먹지 못하죠.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밤 늦게 끝난 경우도 많고요.

선영>맞아요. 밤 늦게까지 이어지니까 건강도 조심해야 되겠네요.

한림>그렇습니다.선영>저희가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또 올해 국감 향방도 주목해 주시기 바라면서 저희는 다음 주에 또 재미있는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한림, 선영>구독과 좋아요. '미스터리경제' 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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