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잠시 멈췄던 프로축구의 시간이 다시 흐른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A매치 일정으로 약 3주 동안 숨을 고른 ‘하나은행 K리그2 2026’이 한글날 연휴와 함께 다시 팬들 곁으로 돌아온다. 시즌 막바지로 접어든 만큼 이제부터는 한 경기, 승점 1점의 무게가 이전과 다르다. 선두 경쟁부터 플레이오프 진출권 다툼, 중위권 순위 싸움까지 28라운드부터 다시 뜨거워진다.
그 중심에는 역시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수원삼성이 있다. 수원은 승점 53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27라운드 휴식팀이었던 데다 A매치 휴식기까지 겹치면서 공식경기를 치르지 않은 기간이 약 한 달에 이른다. 시즌 중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긴 공백이다.
문제는 이 휴식이 ‘충전’이 될지, 잘 달리던 흐름을 끊어놓은 ‘브레이크’가 될지다.
수원은 휴식기에 들어가기 전까지 4연승을 질주했다. 특히 마지막 경기였던 서울 이랜드 원정에서 1-0으로 이기며 선두 경쟁에서 중요한 승점 3점을 챙겼다. 화려한 공격보다 필요할 때 승리를 만들어내는 힘이 돋보였다. 시즌이 막바지로 갈수록 우승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흔히 장기 레이스에서는 "잘하는 팀보다 이기는 법을 아는 팀이 강하다"고 한다. 지금 수원이 그렇다. 수원은 11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최하위권 안산(15위·승점 22)을 상대로 리그 재개전을 치른다. 순위만 보면 수원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다. 올 시즌 첫 맞대결에서 수원은 안산에 1-2로 패했다.
선두팀 입장에서는 ‘설욕전’인 셈이다. 더구나 한 달 가까운 실전 공백 이후 첫 경기라는 변수가 있다. 강팀이 긴 휴식기 뒤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상대보다 자신의 경기 감각이다. 경기 초반 패스 속도와 압박 타이밍, 결정력 등이 얼마나 빠르게 정상 궤도에 올라오느냐가 관건이다.
골문 경쟁도 관심거리다. 김준홍이 아시안게임에 차출된 사이 김민준이 골문을 지키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특히 서울 이랜드전에서는 여러 차례 결정적인 선방으로 1-0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김준홍이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복귀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주전의 복귀냐, 좋은 흐름을 보인 김민준의 연속 출전이냐. 시즌 막바지 수원의 골키퍼 선택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선두 수원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그 뒤의 추격자들도 멈추지 않았다. 28라운드 최고의 빅매치는 9일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수원FC와 화성의 맞대결이다.
수원FC는 승점 48로 2위, 화성은 승점 44로 5위다. 불과 4점 차이다. 수원FC가 이기면 선두 수원을 추격하면서 2위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지만 화성이 승점 3점을 가져가면 상위권 판도 자체가 다시 요동친다.
수원FC는 월드컵 휴식기 이후 무려 7승4무, 11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하정우와 마테우스 바비가 공격을 이끌었고 최기윤을 중심으로 한 2선도 힘을 보탰다. 다만 이번 경기에서는 구본철과 마테우스 바비가 경고 누적으로 나설 수 없어 전력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변수다.
이에 맞서는 화성도 만만치 않다. 시즌 초부터 이어온 ‘승격팀 돌풍’이 이제는 이변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류첸코가 팀에 적응하면서 공격력이 살아났고 플라나도 꾸준하다. 이래준이 합류한 스리백 역시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두 팀의 올 시즌 첫 맞대결은 1-1 무승부였다.
충북청주의 상승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충북청주는 A매치 휴식기 직전 안산을 3-2로 꺾으며 올 시즌 처음으로 연승을 기록했다. 승점 29로 11위까지 올라서며 중위권 진입 가능성도 키웠다.
특히 이종언이 약 석 달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올 시즌 25경기에 나선 이종언은 왕성한 수비 가담과 드리블, 적극적인 침투로 충북청주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안산전에서는 골뿐만 아니라 인터셉트 3회, 차단 5회까지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충북청주는 9일 오후 4시30분 청주종합경기장에서 성남을 상대로 시즌 첫 3연승에 도전한다.
프로축구 시즌은 결국 ‘가을’에 결정된다. 봄의 좋은 출발도, 여름의 상승세도 마지막 몇 경기에서 무너지면 의미가 퇴색한다. 반대로 시즌 내내 흔들렸던 팀도 막판 연승 한 번이면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중국 고사에 '행백리자반구십(行百里者半九十)'이라는 말이 있다. 백 리를 가는 사람에게 아흔 리는 절반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목표가 가까워질수록 마지막 걸음이 더 어렵다는 교훈이다.
2026 K리그2도 이제 그런 시간으로 들어간다. 승점 53으로 가장 앞에 서 있는 수원삼성도 아직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 11경기 무패의 수원FC도, 돌풍의 화성도 마찬가지다. 긴 휴식을 끝내고 다시 울리는 휘슬부터 사실상의 ‘가을 축구’가 시작된다.
한 달 만에 빅버드로 돌아오는 선두 수원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까. K리그2의 진짜 승부가 이제부터다.
◆ ‘하나은행 K리그2 2026’ 28라운드 일정
수원FC : 화성 [10월 9일(금)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 / MAXPORTS, 쿠팡플레이]
충북청주 : 성남 [10월 9일(금) 오후 4시 30분 청주종합경기장 / BALL TV, 쿠팡플레이]
김포 : 서울E [10월 9일(금) 오후 4시 30분 김포솔터축구장 / 더 라이프2, 쿠팡플레이]
전남 : 용인 [10월 10일(토) 오후 2시 광양축구전용구장 / MAXPORTS, 쿠팡플레이]
파주 : 부산 [10월 10일(토) 오후 2시 파주스타디움 / 생활체육TV, 쿠팡플레이]
천안 : 경남 [10월 10일(토) 오후 4시 30분 천안종합운동장 / IB SPORTS, 쿠팡플레이]
김해 : 충남아산 [10월 10일(토) 오후 4시 30분 김해종합운동장 / BALL TV, 쿠팡플레이]
수원 : 안산 [10월 11일(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 / 생활체육TV, 쿠팡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