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이미 10년 전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위원의 이해충돌 사실을 알고도 줄기세포치료제 심사에 참여시키는 등 직무를 유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네이처셀 주주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비전코리아는 중대범죄수사청에 제출한 오유경 식약처장 등의 직무유기·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고발장에서 이같이 밝혔다.
비전코리아가 낸 고발장에 따르면 네이처셀 관계사 알바이오(현 알앤엘재생의학연구소)는 2016년 오모 가톨릭의대 교수가 자사와 법적 분쟁을 겪었다며 식약처에 중앙약심 참여 배제를 공식 요청했다. 식약처도 내부 검토 문서에서 '전문가 명단 및 참여불가 전문가:개발사 의견 수용'이라고 회신했다.
그러나 오 교수는 2022년 알바이오가 개발한 퇴행성 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조인트스템'의 품목허가 심의에 참여했다. 당시 오 교수는 경쟁사인 리젠이노팜 대표로 재직 중이었다.
비전코리아 측은 식약처가 이미 파악한 이해충돌 가능성을 별도로 검토하지 않은 채 오 교수의 직무윤리 서약서만을 근거로 심의 참여를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식약처가 공정한 품목허가 심사를 수행할 의무를 저버렸다는 취지다.
심사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고발 사유에 포함됐다. 식약처는 조인트스템에 대해 2023년 4월과 2025년 8월 두 차례 품목허가를 거부했다. 비전코리아 측은 이 과정에서 기존 허가 의약품보다 치료 효과가 우월해야 한다는 법령상 근거 없는 기준이 적용됐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덕 부장판사)는 지난 7월 9일 알바이오가 식약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품목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알바이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임상시험 결과 통계적 유의성이 인정됐는데도 기존 치료제 대비 우월성을 요구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정 의약품에만 이러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평등원칙 등에 어긋나 재량권 일탈·남용에도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1차 심의에서 부정적 의견을 적극 개진한 위원이 경쟁업체에 재직한 사실을 지적하며 개발사 제품의 시판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2차 심의에서는 식약처 공무원들이 기존 심의 결과를 전제로 추가 제출 자료만 검토하도록 위원들의 논의 범위를 제한하고 특정 방향으로 유도했다고 봤다. 식약처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비전코리아 측은 "이미 알고 있던 이해충돌을 '서약서 한 장'으로 덮고, 위법한 기준과 편향된 심의를 방치한 것은 공정한 품목허가 심사라는 핵심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한 직무유기"라며 "중대범죄수사청 제1호 사건으로서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해 처벌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중수청은 이 고발 사건을 반부패수사국 반부패수사1과에 배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