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지 전수조사' 후폭풍…'여의도 11배' 농지 매입 못 한 채 대기


올해 대기, 내년 매입 목표보다 220ha 많아
김선교 "대책 없는 조사 즉각 중단해야"

이재명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농지은행이 올해 연말까지 매입하지 못하고 남는 농지 면적(3220ha)이 여의도 면적 11배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추석을 앞둔 지난달 16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 일대 논에서 농부가 벼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이재명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농지은행이 올해 연말까지 매입하지 못하고 남는 농지 면적(3220ha)이 여의도 면적 11배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정부안 매입 목표보다 많은 수준인 만큼, 전수조사 이후 추가 농지 처분이 이뤄질 경우 농지은행의 매입 재원과 계획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농지 전수조사 기본·심층조사 현황' 및 '농지은행 매입현황'에 따르면, 올해 공공임대용 농지 매입 수요는 6920ha인데 반해 8월 말까지 사들인 면적은 2025ha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9월 이후 1675ha를 더 사들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하더라도, 연말 대기 물량은 3220ha(32.2㎢)에 달한다. 이는 윤중로 안쪽 기준 여의도 면적(2.9㎢)의 11배가 넘는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매입이 불가능한 농지의 경우 사전 상담 단계에서 반려되며 반려 사유별 건수는 개인정보 등 이유로 별도 집계·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매입이 가능해 접수가 완료된 물량은 5769ha이고, 이 가운데 2025ha 가량 매입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농지 전수조사로 위반 의심 농지로 처분 문제가 발생할 시 농지은행을 통해 매입하는데, 이를 감당할 만한 재원 및 계획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농지 은행을 통하지 않고 개인이 시장에 파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농지는 일반 토지와 달리 농지법상 소유·이용의 제한이 있어 현실적으로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

농식품부가 기본조사를 마친 1049만 필지(136만ha) 중 위반 의심 농지는 284만 필지(30.2만ha)에 달한다. 아직 위반이 확정되지 않아 모두 처분 대상은 아니지만, 올해 안에 사지 못해 넘어가는 물량이 내년 목표를 220ha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공공임대용 농지 매입을 위해 1조6138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8월 말까지 8636억 원을 집행해 잔액은 7502억 원이다. 8월말 집행액을 매입 면적으로 나누면 ha당 평균 약 4억2600만 원인데, 이 단가를 3220ha에 단순 적용하면 약 1조3700억 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도 정부안에는 공공임대용 3000ha 농지 매입에 1조1550억 원을 편성됐는데, 이를 초과하는 수준인 것이다. 농식품부는 대기 물량 처분 계획을 묻는 질의에 "국회 심의 단계에서 증액을 통해 연말 매입 대기물량 해소를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농지 전수조사 결과, 심층조사 대상으로 분류된 농지는 전국 615만 필지(79.5만ha)다. 시도별로는 경기가 110.7만 필지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남광주 98.1만, 경북 92.8만, 경남 74.3만, 충남 57.9만, 전북 53.6만, 강원 42.6만, 충북 35.5만 필지 순이었다. 제주 13.0만, 인천 11.9만, 대구 7.7만, 울산 6.0만, 부산 4.3만, 세종 3.6만, 대전 2.4만 필지가 뒤를 이었고, 서울은 0.8만 필지로 가장 적었다. 경기·전남광주·경북 3곳이 전체의 약 49%를 차지한다.

국민의힘은 농지 전수조사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달 30일 충북 충주에서 '농민 수탈 농지 전수조사 간담회'를 열고 농지 전수조사 즉각 중단과 원전 재설계를 촉구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이번 농지 전수조사가 충분한 준비 없이 서둘러 추진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입법조사처가 지난 6일 발간한 '농지 전수조사, 서두른 만큼 놓친 것들'에 따르면 "충분한 준비와 정책적 숙고 없이 서둘러 추진되면서 현장의 불안과 사회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서는 조사 시작을 앞두고 정부가 발표한 기본조사 대상 농지가 115만ha(5월)에서 조사 도중 136만ha(7월)로 증가했지만, 기한 연장 없이 기본조사가 마무리된 것을 두고 "'기한 내 완료'라는 행정 성과를 위해 조사 품질과 정확도의 저하가 불가피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뒤늦은 설명과 그간 너무 적었던 소통이 시장의 불안감을 오래 방치하고 키웠다"고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은 연말 대기 물량이 내년 매입 목표보다도 많은데, 농식품부는 국회 증액에 기대는 답변밖에 내놓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재원과 매입 계획 없이 이렇게 서둘러 조사를 강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남윤호 기자

김선교 의원은 "연말 대기 물량이 내년 매입 목표보다도 많은데, 농식품부는 국회 증액에 기대는 답변밖에 내놓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재원과 매입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서둘러 조사를 강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기본적인 것도 하지 않으면서 농민들을 피눈물 나게 하는 농지 전수조사는 명분을 잃었다"며 "대책 없는 농지 전수조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nderwater@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