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st BIFF] 이창동 감독 '가능한 사랑' 뜨자 쏟아진 환호(종합)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 부산 뜨겁게 달궈
50분 내내 농담·칭찬 오간 끈끈한 팀워크

이창동 감독과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여정, 조인성(왼쪽부터)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에서 열린 영화 가능한 사랑 오픈토크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김성렬 기자

[더팩트ㅣ부산=김샛별 기자]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등장하자 부산영화제 야외무대가 뜨거운 환호로 가득 찼다. '가능한 사랑'을 향한 많은 관심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제31회 부산영화제(BIFF)에서 '아이콘' 섹션을 통해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감독 이창동)의 오픈 토크가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이창동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등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한국 영화 최초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토론토국제영화제 트리뷰트 어워즈 TIFF 에버트 감독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외 언론에 호평을 받고 있다.

팬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실제로 이날 '가능한 사랑' 팀이 등장하자 엄청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특히 2주간 개봉됐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찾은 팬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조인성은 "약 3만 명 정도 온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전도연은 "저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사실 '가능한 사랑'은 꽤 오래전부터 기획된 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은 "수익성이 중요해진 시대로 바뀌면서 노동자들의 좌절이 컸다. 남아 있는 노동자와 해고된 노동자 사이에는 서로를 산 자와 죽은 자로 나눌 정도로 깊은 골이 패였다. 심지어 함께 해고된 사람들끼리도 서로를 싫어하고 미워하게 되는 집단적인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었다"며 "이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것이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 자체가 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프리 프로덕션에서 무산됐고, 십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 감독은 "취재도 하고 시나리오도 쓰고 전도연과 설경구의 캐스팅까지 어느 정도 완성이 됐었다"며 "그런데 과연 내가 이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는지,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로 보여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 결국 영화를 엎게 됐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설명했다.

이후 점차 노동의 의미는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고, 이제는 AI 시대가 오면서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알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 감독은 "그러다 같이 작업하는 오정미 작가가 다큐멘터리 감독 이야기를 함께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며 "그때야 노동자의 고통이 타자의 고통이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나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을 어떤 윤리와 태도로 바라볼 수 있는가를 통해 결국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 영화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창동 감독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에서 열린 영화 가능한 사랑 오픈토크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산=김성렬 기자

전도연이 해고 노동자인 호석의 아내이자 마스크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미옥 역을 맡았다.

전도연은 캐릭터 구축 과정을 묻자 "이 감독님과 작품을 할 때는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우리 모두가 불안을 안고 산다고 생각하는데 나나 미옥도 마찬가지다. 미옥의 경우에는 특히 가족과 사랑, 남편을 지키기 위한 불안을 갖고 있는데 그 부분이 나와도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공감이 갔다"고 밝혔다.

설경구는 해고 노동자로 총파업과 강제 진압 현장에서 겪었던 일들로 오랜 시간 후유증을 겪고 있는 호석을 연기한다.

그는 "난 그냥 나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감독님이랑 처음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호석은 어떤 사람 같냐'고 물었다. 난 '저 같다'고 했는데, 호석도 나도 특별한 사람이 아닌 보편적인 남성을 상징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나라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돌이켰다.

영화 가능한 사랑 오픈토크 행사가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에서 열린 가운데, 행사장 일대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부산=김성렬 기자

조인성은 예지의 남편 상우로 분해 미옥 호석 부부와 어울리며 그들을 따듯하게 대하면서도 속마음은 알 수 없는 인물을 표현한다.

조인성은 "많은 생각이 들었던 캐릭터라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상우가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친절하게 다가가지만 더 가까이 가지는 않는 모습이 배우와 관객의 관계와도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관점에서 상우를 바라보며 인물을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의 작품은 선과 악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인물을 보여주지 않는다. 저 역시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했다"며 "영화를 보다 보면 관객도 상우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가 살아온 삶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여정은 해고 노동자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감독 예지 역을 맡았다.

사실 예지의 시선은 이 감독의 시선이기도 했다. 때문에 관객들에게 이 감독의 시선을 전달시키고 설득해야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을 터다. 조여정은 "이 이야기를 몰랐을 때도 부담스럽고 어려운 캐릭터였다"며 "다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확실했던 건 예지는 다큐를 찍는 감독으로서 이 영화에서도 미옥의 눈만 보고 그림자처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창동 감독과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왼쪽부터)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에서 열린 영화 가능한 사랑 오픈토크 행사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부산=김성렬 기자

특히 네 사람은 지난 제작보고회 때부터 훈훈했던 현장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이날 역시 50분 내내 농담과 칭찬을 오가는 이야기들로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했다.

특히 전도연은 "설경구는 굉장히 이기적이고 무뚝뚝한 사람"이라며 "반면 조인성과 조여정은 실제로도 따뜻한 사람이다. 두 사람이 촬영을 끝나고 서울에 갈 때면 '따뜻한 사람 둘이 가고, 무뚝뚝한 사람 둘이 남았네'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를 듣던 설경구는 "난 조인성과 조여정이 너무 미웠다. 두 사람 때문에 전도연에게 욕을 더 먹었다"며 스스로 이기적인 이유를 어필해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이 감독 "영화가 보통 재밌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오늘 오픈토크는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나서 주고받는 이야기처럼 느껴질까 봐 걱정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이에 전도연은 "'감독님이 찍은 영화 중 재밌는 영화다. 이창동 감독 코미디 잘 찍는다'는 말이 많다"며 "재밌는 저희 영화 '가능한 사랑'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센스 가득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설경구는 "한국에서는 이제 11월 6일에 공개된다. 또한 오는 23일 전 세계에 개봉하니 극장에서 보고 싶으시면 해외 가서 봐 달라. 2시간 43분이 순식간에 삭제될 것이라 자신한다"고 밝혔다.

조인성은 "어제 배우들끼리 우리의 출연 여부와 관계없이 감독님이 빨리 또 작품을 내주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경구 형은 '나 또 할 거야'라고 하더라. 그러니 이제 말한다"며 "저도 하고 싶다"고 진실된 속내를 고백해 마지막까지 웃음을 안겼다.

'가능한 사랑'은 오는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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