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긴장 완화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가운데 북한은 곧장 "자작 광대극"이라고 조롱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고의성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의의 사고'라는 표현으로 신중론도 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사과는커녕 메시지 수위도 달라지지 않았다.
◆李 '긴장 완화·불의의 사고'에도 北 "자작 광대극" 원색 비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국경선 일대에서의 지뢰 폭발 사건이 그 누구의 '은밀하고 의도적인 지뢰 매설'에 의한 것이라는 터무니 없는 결론을 서둘러 내리고, 어설프기 그지없는 '공식 입장문'이라는 것을 발표해 버린 것"이라며 "그 무슨 '사과'에 대해서도 운운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의 이같은 언급은 우리 군의 조사 결과를 부정하면서 정부가 요구한 사과 역시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30일 지뢰 사고와 관련해 "북한은 소위 '국경선 요새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활동을 즉시 중단해야 하며, 북측의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부장은 그러면서 "우리가 국경선을 요새화하는 진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부터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며 "한국과 마주 설 일이 없게, 들짐승마저도 드나들 수 없게 영영 문을 닫아 매자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국경선 요새화의 목적 자체가 남북 단절에 있는 만큼 남측에 지뢰를 매설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우리 정부 발표를 재차 부정한 셈이다.
대화 가능성에도 재차 선을 그었다. 김 부장은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한국이라는 족속들2018년 을 의식하는 것조차 소름이 끼친다"며 "우리는 어떤 형식으로든 한국과 엮이거나 상종할 수 있는 사소한 공간이나 여지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김 부장은 이 대통령이 전날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밝힌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직접 거론하며 "자작 광대극의 제2부가 막을 올린 것 같다"고 폄하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기념사에서 지뢰 폭발을 '불의의 사고'라며 고의성이 규명되기 전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신중한 접근을 택했다는 관측이 있었는데, 북한의 대남 메시지 수위에 변화는 없었던 것이다.
◆"대화 제의 사전 차단, 사과 않겠다는 것"…정부 대응은 어떻게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 부장 담화로 남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DMZ 지뢰 사고에 대해서도 사과할 의향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의 대화 제의나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정치적 쇼로 폄하해 남측의 유화책이 대내외적으로 동력을 얻지 못하도록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우리 측의 북측 소행 조사 발표, 입장문에 대한 반발로 사과 등 후속 조치가 없을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부장의 직전 담화는 지난달 30일 이후 이틀 만으로, 당시에도 '명백한 자작극'이라며 이번 담화와 입장이 다르지 않았다.
북한의 이같은 반응에 따라 정부 대응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대북 후속 조치는 기존 정부 입장대로 군 당국의 최종 조사가 나오고 난 뒤에야 실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김 부장의 담화가 발표되기 전 '남북 군사분계선(MDL) 확정 대화'를 북측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MDL을 두고 남과 북, 유엔(UN) 군사령부가 측정하는 선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해소해 재발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다만 김 부장이 '어떤 식으로든 한국과 엮이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앞으로 주유엔 대사 명의 서한을 보내 유감을 표명했던 사례도 거론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유엔을 포함해 과거의 것, 현재의 것,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점검하고 있다"며 2015년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서한에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자제하는 내용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