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운동장'에 노심초사…마음껏 뛰고 싶은 덕수초 아이들


정부 소유 운동장에 화훼시설…"외부인·농약 위협"
학부모들, 거리 시위…대토 추진에도 갈등 지속

덕수초 운동장되찾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운동장 환수와 학생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시위를 하고있다. /덕수초 비대위 제공

[더팩트ㅣ안디모데 기자] 서울 중구 덕수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운동장을 돌려달라며 연일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행정안전부 소유 부지인 덕수초 운동장에 설치된 화훼시설의 외부인 출입과 농약 사용으로 학생들 안전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행안부의 외부인 출입시간 조정 등 조치에도 학교와 학부모 측은 화훼시설 철거를 요구하면서 갈등 봉합은 요원한 상황이다.

◆ 30년 전 부지 맞교환…행안부 소유 화훼시설 논란

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996년 공업고등학교를 신설하기 위해 덕수초 운동장 부지를 행안부 소유의 현 서울반도체고등학교 부지와 맞교환했다. 시교육청에서 소유권을 넘겨받은 행안부는 지난 2000년 부지 4845㎡ 중 1241㎡에 비닐하우스와 유리온실 등 정부서울청사 조경을 위한 화훼시설을 설치했다.

현 주차장을 운동장으로 사용하던 덕수초는 지난 2006년 행안부에 부지 사용을 요청했다. 이후 덕수초는 화훼시설을 제외한 3604㎡ 규모의 부지를 무상 임대받아 운동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덕수초 운동장 안전 문제가 최초로 제기된 것은 지난 2008년이다. 당시 덕수초 학부모들은 외부인 출입과 농약 사용 등이 학생 안전을 위협한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 민원을 냈다. 권익위가 운동장 측면 갓길 설치와 등·하교 및 체육 시간 차량 운행 자제, 친환경 농약 사용 등 중재안을 마련하면서 갈등은 봉합됐다.

이후 18년 만인 지난 2월 덕수초 운동장을 민주화운동기념관 후보지로 검토 중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행안부 산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민주화운동기념관 신규 설립 추진 계획을 밝히며 행안부 소유의 덕수초 운동장 부지를 후보지로 검토했다. 하지만 학교와 학부모를 비롯해 교원단체의 반발이 이어지자 검토를 철회했다.

지난 4월15일 행안부 서울청사관리소 소속 차량이 덕수초 운동장을 지나가고 있다. /덕수초 비대위 제공

박수민 덕수초 교장은 "지난 2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신축할 민주화운동기념관 부지 후보로 덕수초 운동장을 검토 중이니 학교의 입장을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운동장 부지가 어떻게 운영됐는지 몰랐던 학부모들도 관심을 가지며 대응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시 불거진 안전 우려…학부모들 "화훼시설 전면 철거"

덕수초 학부모와 동문들은 지난 3월 덕수초 운동장되찾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했다. 김책 비대위원장은 "운동장을 지나다니는 차량과 지속된 외부인 출입으로 학생들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지난 4월15일 방과 후 축구 수업 중 1톤 트럭이 운동장에 들어와 수업을 멈추고 학생들이 대피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지난 6월 학교 측과 협의해 평일 오전 7~8시와 주말에만 출입하기로 협의했다. 하지만 출입구가 정문과 후문, 운동장 등으로 분산돼 있어 외부인 출입 관리에 여전한 공백이 생기면서 덕수초는 중구청에 보안관 초소 설치와 인력 추가 채용을 위한 교육경비보조금을 요청했다. 중구청은 지난 7월 교육경비보조금 2925만원을 교부했다.

덕수초는 운동장 출입문에 이동식 보안관 초소를 설치하기 위해 행안부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행안부는 "이미 시간대를 한정해 출입하고 있어 정규수업 및 교육활동, 학생 안전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동식 초소는 당초 사용허가 목적인 교육활동과도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비대위는 화훼시설에서 사용하는 농약으로 운동장 토양이 오염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농약이 빗물과 함께 운동장에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토양 내 농약 잔류 검사 추진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비대위는 행안부와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지난 7월8일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운동장 부지 반환과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현재 비대위는 매주 수요일에 시위하고 있다. /덕수초 비대위 제공

이에 행안부는 서울시교육청과 덕수초 운동장 부지를 행안부 소유 다른 토지와 맞바꾸는 대토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시교육청이 대토를 위한 4곳의 부지를 제안해 이를 검토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금액대가 다르고 일정한 일조량 등 온실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있어 추가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독성·친환경 농약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온실 내에서만 살포하고 있고 안전조치도 모두 취했다"면서 "보안관 초소도 당시에는 곤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현재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대토 협상을 기다릴 수 없다며 조속한 화훼시설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매주 수요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피켓 시위도 벌이고 있다.

비대위는 "대토 협상 완료 시점이 2028년 이후로 예정돼 있어 그 전까지 학생들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없다"며 "대토 추진과는 별개로 행안부는 10월 내 구체적인 화훼시설 철거 일정과 이행계획을 제시하고, 2027년 2월 말까지 화훼시설을 전면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박 교장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보안관 초소도 마음대로 못 세우는 상황이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lahep12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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