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징역 1년6개월 구형…"모든 게 제 불찰" 눈물


김한정·명태균 통화 녹음 놓고 공방
"명, 단호히 끊지 못하고 여지 줘 송구"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이 후원자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오 시장은 최후진술에서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모든 게 제 불찰"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특검팀은 2일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팀은 "오 시장이 유력 정치인으로서 누구보다 정치자금법을 준수해야 할 지위에 있는데도 여론조사 비용을 제3자가 지급하도록 해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라며 "정치자금 수수에 관한 규제를 잠탈해 법질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항소심의 핵심 쟁점인 김한정 씨와 명 씨의 통화 녹음을 놓고 양측이 공방을 벌였다. 항소심에서는 오 시장의 김 씨와 명 씨의 2021년 3월 통화 녹음파일이 뒤늦게 제출됐다. 통화에서 명 씨는 "하여튼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말아요. 내 알아서 할게" "내가 오세훈이한테 십원짜리 한번 받았냐"라고 말했다. 오 시장 측은 이를 근거로 김 씨가 오 시장과 무관하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김 씨가 보유한 통화 녹음 중 유리한 내용만 선별해 제출했다며 증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경위를 확인할 핵심 시기의 녹음은 제출되지 않았다며, 최소 35개의 통화 파일 전체가 제출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녹취에 김 씨가 오 시장의 요청 없이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지급한 경위가 담겼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 변호인 측은 "그때 당시에 서로 간에 아무런 경계나 거침이 없이 나누었던 대화가 그대로 저장돼 있는 것"이라며 "공소사실을 정면으로 배척하는 반대 증거"라고 강조했다.

명태균 씨가 9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무상 여론조사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현장풀)

이날 오 시장은 최후진술에서 여론조사를 논의하거나 활용한 적이 없고, 대납을 요청할 이유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오 시장은 "명태균이 접근했지만 신뢰하지 못할 사람으로 알아 봤고, 존재나 의미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며 "단 한 차례의 가벼운 소통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명태균을 단호히 끊어내지 못하고 계속 접근할 여지를 줘 법정에 서게 된 데 대해 깊은 반성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공직자로서 우유부단함이 여지를 주게 됐고 많은 국민께 심려를 끼치게 됐다. 모든게 제 불찰"이라며 울먹였다.

또 "저는 제 자리를 잃는 게 두렵지 않다"라며 "제가 두려운 것은 국민이 믿어주신 고결한 정치가 일개 정치 브로커의 증오심과 적대심 때문에 오염돼 국민을 실망시켜드리는 것과, 서울시의 번영과 시민 삶의 질이라는 제게 부여된 소명이 증오심과 조작 정황에 멈춰서는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23일 오후 2시 선고한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당시 비서실장을 통해 김 씨에게 비용 3300만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오 시장이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김 씨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고 인정했다. 지급된 2100만원을 여론조사 대가로 판단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2100만원을 명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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