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실적에도 신한은행 '정보유출' 복병…정상혁 3연임 가도 변수되나


고객 2만5000명 정보 유출…주민번호·연소득·대출한도 포함
금감원 긴급 현장조사 착수…CEO 승계 절차 속 내부통제 평가 주목

지난 1일 신한은행에서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2만 5000여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김성렬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첫 3연임에 도전하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고객정보 유출이라는 돌발 악재를 만났다. 역대 최대 실적과 리딩뱅크 탈환 등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금융감독원이 고객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하면서 정보보호와 내부통제가 새로운 평가 변수로 떠올랐다. 신한금융이 이미 차기 은행장을 포함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에 돌입한 만큼 향후 금감원 조사 결과와 신한은행의 후속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에서 대출을 신청한 고객 약 2만5000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고는 외부 비인가자가 정상적인 인증 절차를 우회해 신한은행의 일부 대출 관련 서비스에 접근하면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유출 정보에는 고객명과 전화번호, 연소득, 대출 산출한도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주민등록번호 66건과 CI(연계정보) 97건도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출 경로로는 대출모집인이 이용하는 모바일 홈페이지 'M 신한'의 간편조회 서비스가 지목된다. 신한은행 대출모집인은 해당 서비스를 통해 자신이 접수한 대출의 처리 현황을 조회할 수 있는데 외부 비인가자가 정상적인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 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한 직후 비상대책반을 구성하고 전사적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다. 외부 인터넷주소(IP)를 차단하고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는 한편 신규 보안정책을 적용하는 등 긴급조치에 나섰다.

고객들은 신한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정보가 유출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은행은 전담 상담센터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정보 유출로 금전적 피해가 확인될 경우 전액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정상혁 행장도 직접 사과에 나섰다. 정 행장은 사과문을 통해 "고객의 소중한 자산과 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금융회사에서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객 여러분께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복구와 재발 방지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고객 안전과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임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사고 경위 파악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신한은행으로부터 사고를 보고받은 뒤 긴급 현장조사에 착수해 유출 정보의 정확한 규모와 성격, 사고 발생 경위와 유출 경로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까지 금감원의 조사 결과나 제재 여부는 나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크리덴셜 스터핑 공격이 활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금융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로에 대한 확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향후 조사에서 인증·접근통제 등 정보보호 체계에 문제가 있었는지, 은행의 관리 책임이 어느 수준으로 확인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필요한 고객 보호 조치를 취하고 진행 상황을 성실히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21일 정상혁 행장을 비롯해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12개 자회사 대표에 대한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신한은행

◆ '첫 3연임' 도전 정상혁…최대 실적에 터진 악재

이번 사고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정 행장의 임기 만료를 불과 석 달 앞둔 시점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정 행장은 지난 2023년 2월 취임한 뒤 한 차례 연임했으며 현재 임기는 오는 12월 31일까지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21일 정상혁 행장을 비롯해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12개 자회사 대표에 대한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했다.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가 후보군을 심의·압축한 뒤 최종 후보를 추천하면 각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거쳐 내년 1월부터 새 임기가 시작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신한은행 임추위의 역할도 확대됐다. 기존에는 지주 자경위가 은행에서 행장 자격요건을 받아 심의기준을 정했다면 올해부터는 은행 임추위에 승계후보군 정보를 공유하고 후보군에 포함할 인사를 추천할 권한도 부여했다.

정 행장은 그동안 경영 실적 측면에서는 연임에 힘을 싣는 성적표를 받아왔다. 신한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45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KB국민은행의 2조2254억원을 앞서며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 정상혁 행장이 다시 선임될 경우 2006년 통합 신한은행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세 번째 임기를 맡는 행장이 된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연임 심사에서 경영 실적뿐 아니라 고객정보 보호와 내부통제 관리가 함께 주목받게 됐다.

특히 신한은행은 지난 7월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정보보호 전문성과 고객 신뢰 기반을 강화하겠다며 '정보보호부'를 신설했다. 정 행장도 당시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고객 자산 보호와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를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과 석 달 뒤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신한은행의 정보보호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현 단계에서 이번 사고가 정 행장의 연임 여부에 어떤 영향을 줄지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외부 해킹에 따른 사고인 만큼 구체적인 원인과 은행의 관리 책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 발생 자체만으로 경영진 책임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금감원 조사 결과다. 조사 과정에서 정보보호 체계나 접근통제 등에 미비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정 행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외부 공격의 구체적인 방식과 은행의 대응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점에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연임에 미칠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와 은행의 CEO 선임 과정에서 경영성과뿐 아니라 내부통제와 후보 검증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3일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가 아닌 능력에 기반해 적임자를 선별할 것을 주문하고, 자회사 CEO 선임 과정에서 은행 임추위의 평가가 실질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행장 역시 사고 직후 개인신용정보 보호체계를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업무 프로세스와 보안정책 개선, 임직원 교육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성과를 안고 첫 3연임에 도전하던 정 행장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를 맞게 됐다. 향후 금감원이 이번 사고의 원인과 신한은행의 관리 책임을 어떻게 판단할지, 신한금융이 이를 차기 행장 검증 과정에서 어떻게 평가할지가 정 행장의 거취를 가를 주요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 행장이 그동안 실적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아온 만큼 이번 사고만으로 연임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CEO 선임 과정에서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금감원 조사 결과와 사고 수습 과정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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