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진출에도 지워지지 않은 불안, '우승목표' 이민성호가 풀어야 할 숙제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승리의 환희 뒤에 숨은 그림자, 이대로 결승전 괜찮은가
측면 공격 의존도와 단조로운 패스 플레이 넘어설 해법 찾아야

이민성호의 와일드 카드 엄지성(가운데)이 15일 카타르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D조 1차전에서 전반전에만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의 아시안게임 4연패의 문을 활짝 열어제치며 기뻐하고 있다./나고야=KFA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2-1 승리, 그리고 결승 진출. 결과만 놓고 보면 목표를 달성한 경기였다. 하지만 90분 동안 그라운드와 벤치에서 펼쳐진 장면들을 돌아보면 승리의 기쁨만으로 넘기기 어려운 과제도 분명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23세이하 한국축구대표팀이 30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전에서 중국을 꺾었지만, 벤치의 대응과 공격의 효율성에서는 결승을 앞두고 짚어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았다.

◆ 흐름을 빼앗기고도 늦었던 벤치의 대응

후반 30분을 넘어서며 한국 선수들의 발걸음은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 주도권을 잡고는 있었지만 의미 있는 공격으로 연결되지 못한 패스가 이어졌고,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내는 장면도 줄어들었다. 급기야 후반 33분에는 상대 윙어 양시에게 측면을 허용하며 자책골 위기를 맞았고, 이어진 코너킥에서도 상대 포워드 장위닝에게 위협적인 슛을 내주면서 중국이 경기 흐름을 가져가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러나 이민성 감독의 벤치에서는 좀처럼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이미 28년 만의 4강 진출로 잃을 것이 없었던 중국과 달리, 연장으로 갈수록 부담이 커지는 쪽은 한국이었다. 그럼에도 정규시간 안에 승부를 끝내기 위한 적극적인 용병술이나 분위기 반전 카드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전반전 상대의 롱패스 역습에 선제골을 내준 잔상이 경기 막판까지 벤치의 판단을 지배한 듯했다. 1-1로 맞선 채 답답한 흐름이 이어진 후반 중반 이후에도 교체카드를 통한 분위기 반전보다는 현상 유지에 무게를 둔 경기 운영이 계속됐다. 비록 경기 막판 두 명의 교체카드를 활용했지만, 경기의 주도권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이를 되돌리기 위한 벤치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2026북중미월드컵 남아공전에서 이기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축구대표팀이 연상될 정도였다.

이민성호의 배준호가 30일 중국과 2026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배준호는 후반 37분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오사카=신화.뉴시스

◆ 단조로운 공격, 밀집수비를 흔들 해법은 부족했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아쉬움은 컸다. 엄지성과 배준호의 돌파를 앞세워 양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공격이 반복됐지만, 정작 상당수의 크로스는 정확도가 떨어지거나 상대의 밀집 수비에 막히면서 위협적인 장면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타점이 높은 이영준을 집중 견제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주요 공격 루트를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패스의 질과 공간 활용이었다. 빈 공간을 만들어내는 패스보다 상대 수비가 바짝 붙어 있는 선수의 발밑으로 공이 투입되는 장면이 많았다. 이는 안전한 선택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상대의 밀착 압박에 패스 줄기가 끊기고, 공격의 속도마저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오히려 중국이 역습 상황에서 수비 뒷공간을 향해 긴 패스를 정확하게 떨어뜨리며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는 공을 오래 소유하고도 상대 수비 블록을 제대로 흔들지 못했던 한국의 공격과 대조적이었다. 한국은 공격의 주도권을 쥐고도, 이를 실질적인 득점 기회로 바꾸는 구체적인 공격 패턴이 충분하지 않았다.

이민성호의 이영준(9번)이 25일 베트남과 2026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배준호와 세리머니하고 있다./나고야=KFA

◆ 결과 우선주의의 함정, 결승전을 향한 과제

한국은 후반 36분 배준호가 엄지성의 크로스를 달려들며 결승 헤딩골로 연결해 승리를 낚아챘다. 전반 동점골 역시 코너킥에 이은 이영준의 헤더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세트피스와 측면 크로스가 이날 한국의 가장 효과적인 공격 루트였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외의 공격 방식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은 결승을 앞두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앙에서 수비 블록을 흔드는 패스나 2선의 침투와 연계 플레이 등 다양한 공격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측면과 세트피스에서 효과를 봤지만, 그 밖의 공격 루트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은 분명한 과제다. 특정 공격 패턴이 통하는 것보다, 그것이 막혔을 때 다른 해법을 꺼낼 수 있느냐가 남은 결승전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이민성 감독은 그동안 경기력보다는 결과에 우선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토너먼트에서 결과가 중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다. 다만 이번 중국전은, 결과를 얻은 경기에서도 다음 경기를 위해 반드시 보완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결승에서 만날 홈팀 일본은 중국보다 한층 견고한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금과 같은 단편적인 공격 패턴과 늦은 벤치 대응만으로는 더 높은 수준의 상대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결승을 앞둔 벤치가 준비해야 할 것은 결과를 지키는 축구가 아니라, 경기 흐름이 달라졌을 때 새로운 해법을 꺼낼 수 있는 축구다. 공격 패턴의 다양화, 세밀한 공간 침투, 그리고 상황에 따른 유연한 용병술. 대망의 결승전을 앞둔 이민성호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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