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예천=김성권 기자] 경북 예천 출신으로 일본에 유출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고 되찾는 데 평생을 바친 고(故) 정조문 선생의 삶과 정신을 고향 예천군에서 재조명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8일 예천군에 따르면 안병윤 군수는 전날 일본 교토에 위치한 고려미술관을 찾아 정희두 대표이사를 면담하고, 고려미술관 설립자인 고(故) 정조문 선생의 업적을 예천군에서 계승·선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기관 간 교류를 넘어 한평생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는 데 헌신한 한 인물의 정신을 고향에서 어떻게 계승하고 미래세대에 전달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예천 출신 정조문 선생, 일본에 고려미술관 세우다
고(故) 정조문 선생(1918~1989년)은 예천군 풍양면 우망리 출신이다.
6세였던 1923년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 선생은 이후 사업가로 자수성가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성공에 머물지 않고 일본으로 유출된 우리 문화유산을 환수하고 보존하는 일에 자신의 삶과 재산을 바쳤다.
그 결실이 바로 일본 교토의 고려미술관이다. 선생은 사재를 들여 1988년 고려미술관을 설립했다. 우리 문화유산이 해외에 흩어져 있던 시기에 이를 한데 모아 보존하고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현재 고려미술관에는 도자기와 회화, 불상, 금속·목공예품, 민속품 등 1700여 점에 달하는 한국 문화유산이 소장돼 있다.
특히 해외에서 한국 문화유산을 전문적으로 소장·전시하는 박물관이라는 점에서 고려미술관은 한국 문화사의 해외 거점으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정조문 선생의 정신, 고향 예천에서 다시 조명"
안 군수와 정 대표이사의 이번 면담에서는 고려미술관과 예천군이 문화유산을 매개로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양측은 고려미술관 소장품과 연계한 전시를 비롯해 고(故) 정조문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알리는 선양사업 추진 방안을 협의했다.
또 예천박물관을 중심으로 국내 문화기관과의 교류·협력 체계를 확대해 고려미술관과의 실질적인 상생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이는 고려미술관이 보유한 문화유산과 정조문 선생의 이야기를 단순히 일본 현지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선생의 고향인 예천으로 연결해 지역의 역사·문화자산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예천박물관을 중심으로 관련 콘텐츠를 발굴하고 국내외 문화기관과 협력한다면 정조문 선생의 삶과 문화유산 수집·보존 활동을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콘텐츠로 발전시킬 가능성도 열려 있다.
◇"통일된 조국에 모든 유물을"…유지 계승하는 예천군
정조문 선생이 남긴 뜻은 문화유산에 대한 개인적인 애착을 넘어섰다. 선생은 생전에 '통일된 조국에 모든 유물을 기증하라'는 뜻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이 모은 문화유산을 개인의 소유로 남기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 민족과 조국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안병윤 군수는 이번 면담에서 이러한 정조문 선생의 정신을 고향 예천에서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군수는 "'통일된 조국에 모든 유물을 기증하라'는 고(故) 정조문 선생의 숭고한 유지를 받드는 것은 고향 후손들의 마땅한 도리"라며 "예천박물관이 선생의 삶과 업적을 알리는 중심 거점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뜻에서 시작된 문화유산의 길…예천의 새로운 문화자산으로
정조문 선생이 걸어온 길은 예천군에도 중요한 의미를 던진다.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일본에서 살아야 했던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길을 선택했고, 자신의 재산을 들여 해외에 한국 문화유산 전문박물관을 세웠다.
그런 문화유산의 뿌리에는 선생이 태어난 예천군이 있다.
예천군이 고려미술관과의 협력을 본격화한다면 정조문 선생의 생애와 문화유산을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 교류의 장이 열릴 수 있다.
연계 전시와 학술 교류, 문화유산 교육·체험 프로그램, 정조문 선생 선양사업 등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한다면 예천군은 물론 국내에서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해외 한국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지역에서 소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조문 선생이 남긴 '문화유산은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정신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달하느냐다.
예천군과 고려미술관의 이번 만남은 그 첫걸음이다.
일본 교토에서 시작된 고려미술관의 문화유산 이야기가 이제 선생의 고향인 예천군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사람의 헌신으로 지켜진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가 고향 예천에서 새로운 문화자산으로 다시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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