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이중삼 기자] 김윤덕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새 정부의 주택공급 방향을 제시했다면 홍지선 현 국토부 장관은 그 정책을 착공과 입주로 연결하는 실행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급 확대라는 큰 방향은 같지만 홍 장관은 계획보다 속도와 현장을 강조하며 정책의 다음 단계를 제시했다.
두 전·현직 장관의 취임사에는 주택공급 확대·주거복지 강화·균형발전·교통망 확충 등 공통된 과제가 담겼다. 다만 홍 장관은 통합심의와 인허가 패스트트랙·지방정부와의 협의체 가동 등을 언급하며 정책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구체화했다.
◆ 김윤덕, '정책 전환'에 무게…공급·주거복지 큰 틀 제시
김윤덕 전 장관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새 정부 국토교통 정책의 큰 그림을 제시하는 데 무게를 뒀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기조인 '모두가 잘 사는 사회'와 '진짜 성장'을 뒷받침할 핵심 부처로 국토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주택 분야에서는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해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 유휴부지·노후 공공시설 복합개발·3기 신도시 속도 제고·공공성을 고려한 정비사업 활성화를 공급 시스템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LH의 역할도 강조했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적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공공임대 품질을 높이고 청년·신혼부부·고령자 등 계층별 수요에 맞는 주거 유형과 지원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토균형발전에도 힘을 실었다. 5극 3특 경제·생활권을 육성하고 세종시와 새만금을 지역 거점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공공기관 2차 이전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라며 "기업과 인재가 모이는 지역 성장 거점을 조성하고 권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광역교통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종시는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새만금은 서해안권의 발전 허브로 육성해 균형발전의 선도 모델로 키워나가야 한다"며 "주택 정책도 균형발전을 고려해 바라봐야 한다. 서울·수도권 집값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양극화 문제 해법도 이를 통해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통 분야에서는 지역별 고속철도망과 도로망 확충·가덕도신공항 등 거점공항 건설을 제시했고 안전 분야에서는 싱크홀 등 새로운 유형의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조직·제도 정비를 강조했다.
자율주행·UAM, RE100·AI 산업단지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건설·물류 산업의 첨단화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김 전 장관의 취임사는 주거·균형발전·교통·안전·미래산업 등 국토부의 주요 정책 과제를 폭넓게 제시하는 데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 홍지선, '계획→착공→입주'…정책 실행력 강조
홍지선 장관의 취임사에서는 같은 정책 과제들이 등장하지만 표현과 접근법이 달라졌다.
홍 장관은 취임사 첫머리부터 "계획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국민께 구체적인 변화와 성과를 보여드려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주택공급을 두고는 더욱 명확했다. 홍 장관은 "주택공급은 계획과 숫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3기 신도시와 도심 주택사업의 속도를 높여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정책 수단도 구체적이다. 수도권 지방정부와 다층적 협의체를 가동하고 통합심의와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구축해 중앙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이 '3기 신도시 속도 제고'를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면 홍 장관은 속도를 높이기 위한 행정 절차와 협업 구조까지 언급한 셈이다. 민간 장기임대 확대·보편형 공공임대 활성화·전세사기 대응 등에서도 정책 대상과 추진 방향을 담았다.
홍 장관은 "대한민국 어디에서 살더라도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국토를 만들겠다"며 "내 집 마련과 안정적인 주거로 이어지는 든든한 주거 사다리를 놓겠다"고 했다.
균형발전에서도 기업형 첨단도시·도시·건축 특례·인프라 지원 등을 통해 일자리와 주거가 결합된 성장거점을 만들겠다고 했다. 공공기관 2차 이전과 세종·새만금 등 기존 과제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부연했다.
안전 분야에서도 건설현장 부실시공과 불법하도급 근절·도로·철도·항공의 위험요인 사전 발굴 등 관리 대상과 대응 방향도 분명히 했다. 홍 장관은 "불법과 편법이 원칙을 이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체계를 더욱 촘촘히 갖추겠다"고 했다.
자율주행과 UAM·이동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하고 건설산업에는 AI와 첨단기술을 입혀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키워가겠다고도 했다.
◆ 홍 장관 "정책과 현실 사이 간극 줄여야"
특히 홍 장관은 현장을 정책 실행의 출발점으로 끌어올렸다. 경기도에서 도시·주택·교통 행정을 담당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보고서에서 한 줄로 적힌 인허가 절차가 현장에서는 주민에게 몇 달·몇 년의 기다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홍 장관은 국토부 구성원들에게 "사무실에서는 몰랐던 시민들의 의견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직접 보고 듣고 정책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줄여달라. 회의를 위한 회의보다 국민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먼저 묻겠다"고 했다.
홍 장관은 "내 집 마련에 대한 국민의 걱정은 여전히 크고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이동의 불편·건설·교통 현장의 안전과 미래 산업의 경쟁력까지 어느 하나 미룰 수 없는 과제들이 많다"며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서 국토부가 해야 할 몫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홍 장관의 현장 실행 메시지가 성과로 이어지는지는 주택공급 속도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주택공급을 얼마나 앞당길지 서울시 등 지방정부와의 이견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