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윤정원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를 겨냥해 "국민과 싸우지 말고 국민을 위해 싸우라"고 직격했다. 주택의 '실거주'에 이어 농지의 '실경작'까지 일률적인 기준을 앞세우면서 국민의 다양한 사정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오 시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더 이상 때려잡을 대상을 국민에게서 찾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거주 집착이 이제 실경작 집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농지 정책을 함께 문제 삼았다.
비판의 출발점은 추석 연휴에 들었다는 민심이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왜 내가 투기꾼 취급을 당해야 하는 것이냐"는 성토가 상당했다고 전했다. 투기와 불법을 막아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정부가 정한 원칙에서 벗어난 국민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의심하는 정책 방향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주택 정책에서 드러난 문제가 농지 정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봤다. 실거주 원칙을 앞세워 강한 규제를 시행한 뒤 현실과 충돌할 때마다 예외와 보완책을 붙였고, 그 결과 정책이 복잡해지고 현장의 혼란도 커졌다는 것이다.
농지 조사 역시 직접 경작 여부를 먼저 내세웠다가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오자 고령·질병·상속 등 불가피한 사정을 구별하겠다고 나섰다는 게 오 시장의 시각이다. 그는 "현실은 언제나 정부가 정해놓은 몇 가지 예외보다 복잡하다"며 "행정이 개별 사정을 모두 살펴 투기와 선의의 보유자를 완벽하게 가려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은 오만이고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비판은 정책 집행 방식을 넘어 국정 운영 전반으로 이어졌다. 오 시장은 정부가 개혁을 명분으로 누군가를 투기꾼이나 기득권으로 규정하는 이유를 국정 비전의 부재에서 찾았다. 대통령이라면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 전환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어떻게 키우고 청년들에게 어떤 기회를 열어줄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계곡 정비'도 거론했다. 그는 "국민의 삶, 그리고 미래와 직결되는 국가 개혁은 소위 '때려잡는' 계곡 정비와는 차원이 다른 일"이라며 "집 가진 국민도, 땅 가진 국민도 대통령이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맞서야 할 과제로는 안보 환경과 세계 경제질서의 변화, 저성장·저출생, 산업 경쟁력 위기 등을 꼽았다.
한편 정부는 농지 전수조사에서 투기와 불가피한 사정을 구별하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2일 설명자료를 통해 고령·질병·상속 등으로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현행 농지법상 요건에 따라 임대차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명백한 투기가 아닌 관행적 위반에는 자진 정비 기간을 주고, 소유자가 원하면 농지은행에 임대나 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으로 처분을 유예하는 방안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