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겨울철 거센 파도에 뱃길마저 끊기면 아픈 몸을 이끌고 어디로 가란 말입니까."
겨울철 강풍과 높은 파고로 육지와의 연결이 끊기는 고립 위기 속에서 울릉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단순한 교통 불편을 넘어 생명권과 직결된 응급환자 후송 체계 확보를 위해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후포~울릉' 항로의 동절기 한시 운항을 조속히 허용해 달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사안은 울릉군 이장협의회와 울릉군보건의료원장이 직접 탄원서와 호소문을 제출하면서 지역 사회의 가장 뜨거운 현안으로 부상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선박의 추가 투입이 아니다. 현재 포항~울릉 항로를 안정적으로 오가는 대저페리의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를 겨울철 몇 달 동안만이라도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후포~울릉 항로에 투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최종적인 운항 가능 여부의 칼자루를 쥔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의 결단에 1만여 명 울릉 주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후포항로 중단 속, 좁아진 선택지와 가중되는 교통 불안
주민들의 요구가 거세진 근본적인 배경에는 지난해 8월 발생한 대형 공백이 자리하고 있다. 당시 후포~울릉 항로를 책임지던 에이치해운의 '울릉썬플라워크루즈호'가 코로나19 여파, 유가 상승, 누적 적자(3년간 약 200억 원)를 이유로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겨울철 포항항로가 기상 악화로 결항될 경우 주민들이 의존할 수 있는 대체 교통망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주민들이 대안으로 지목하는 대저페리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의 운항 여건은 거리상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포항~울릉 항로는 약 217㎞, 운항 소요 시간은 약 2시간 50분이다.
반면, 후포~울릉 항로는 약 167㎞, 운항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50분이다.
주민들은 단순한 거리 비교를 넘어 겨울철 거친 해상 기상 조건에서 승객의 안전과 운항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항로별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유연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응급환자 골든타임 놓칠라"… 보건의료원장까지 나선 절박한 호소
이번 사안이 이토록 절박한 이유는 '응급환자 후송'이라는 실질적인 생존 문제 때문이다.
울릉도는 지리적 특성상 중증·응급환자 발생 시 신속한 육지 이송이 치료의 성패를 가른다.
그러나 겨울철에는 매서운 풍랑으로 여객선 운항이 불투명해지고, 짙은 안개나 강풍으로 헬기 이송마저 제한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울릉군보건의료원장은 호소문을 통해 "겨울철 응급환자의 후송이 지연될 경우 바이탈이 불안정해지고 상태가 치명적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쾌속선 운항 불안정으로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비극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해경 경비함이나 강원권을 통한 우회 이동 역시 긴 시간이 소요돼 위급한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저페리 법률 검토 착수…"공익적 필요성 적극 반영해야"
운항 주체인 대저페리 역시 주민들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법률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패트>가 단독 확보한 법률 검토 의견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여객운송사업자는 승인된 사업계획에 따라야 하나 천재지변이나 기상악화 등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예외적인 운항 변경 검토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관할 해수청장이 동절기 기상 악화에 따른 정상 운항 불가 상황을 법령상 예외 사유로 인정할 경우 한시적 항로 변경의 법적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울릉군민의 기본적 교통권 확보라는 막대한 '공익적 필요성'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탄원이 맞물린 만큼, 행정기관이 관련 법령과 안전기준의 테두리 안에서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안 된다는 결론부터 내리지 말고, 가능성부터 따져라"
행정기관의 태도를 둘러싼 주민들의 불만과 불신도 적지 않다.
주민들에 따르면 탄원서를 접수하는 과정에서 담당 부서가 이해관계 대립 등을 이유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뉘앙스의 부정적 입장을 비쳤다는 전언이다.
주민들은 이에 대해 "법적으로 가능한지, 안전 확보가 가능한지 치밀하게 따져보기도 전에 상대의 눈치를 보며 안 된다는 식의 결론부터 내려서는 안 된다"며 포항해수청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강하게 질타했다.
다만, 이러한 주민 측 주장과 관련해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의 공식적이고 종합적인 입장 확인 역시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객선은 관광선이 아닌 울릉인의 '생명선'
울릉도 주민들에게 바다를 건너는 배는 관광객들을 위한 레저 수단이 아니다. 병원 진료, 생필품 조달, 교육과 행정 등 육지와 연결되는 유일무이한 '생활 필수 생명줄'이다.
겨울바다의 매서운 파도 앞에 선 울릉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재앙과도 같은 고립 속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육지로 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판을 허락해 달라는 절규다.
이제 공은 포항지방해양수산청으로 넘어갔다. 주민들의 눈물 어린 탄원과 보건의료 현장의 경고, 그리고 대저페리의 법률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포항해수청이 어떤 행정적 결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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