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192cm ‘장신 폭격기’ 이영준(그라스호퍼)이 멀티골을 폭발시키며 한국 축구를 아시안게임 4강으로 이끌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25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이영준의 멀티골과 김지수(브렌트포드), 김명준(헹크)의 추가골을 앞세워 4-0으로 승리했다.
카타르와 조별리그 1차전 4-1 승리, 사우디아라비아와 2차전 2-0 승리에 이어 베트남까지 꺾은 한국은 3전 전승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연속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은 이로써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사상 첫 4회 연속 우승까지 두 경기만을 남겼다. 한국은 오는 30일 오후 3시 중국-태국전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중국과 태국의 8강전은 26일 열린다.
승리의 주역은 이번 대회 처음 선발 원톱으로 나선 이영준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조별리그 2차전을 하루 앞두고 대표팀에 합류한 이영준은 전반 15분 자신의 최대 강점인 높이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현주가 올린 크로스를 정확한 헤더로 연결하며 베트남 골문을 열었다.
하지만 선제골 이후 한국의 경기 내용은 순탄하지 않았다. 베트남은 수비 시 5-4-1 형태로 촘촘한 수비벽을 구축하며 한국의 공격 공간을 차단했다. 한국은 높은 볼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공격 템포가 떨어졌고, 잦은 패스 미스로 오히려 역습을 허용했다.
전반 35분에는 아찔한 장면도 나왔다. 한국의 패스 미스를 틈탄 베트남의 역습에서 응우옌 꽝 빈의 슛이 왼쪽 골대를 맞고 나오자 레 반 투언이 골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1-1 동점이 되는 듯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득점은 취소됐다.
한국은 전반 슈팅 숫자에서도 4-6으로 뒤지는 등 한 골을 앞서고도 베트남의 밀집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이민성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양민혁을 빼고 와일드카드 엄지성을 투입했다. 이후 이현주 대신 이승원을 넣으며 측면 침투와 공격 속도를 끌어올렸다. 교체 이후 한국의 공격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후반 21분과 22분 배준호가 잇따라 슛을 시도했고, 24분에는 엄지성이 왼쪽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슛을 날렸지만 베트남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계속해서 베트남의 골문을 두드리던 한국은 후반 31분 기다리던 추가골을 터뜨렸다. 중앙수비수 김지수가 공격에 가담해 골망을 흔들며 2-0을 만들었다. 한 골 차의 불안한 리드가 두 골 차로 벌어지면서 경기 흐름은 급격하게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불과 4분 뒤인 후반 35분 이영준이 다시 한번 베트남 골문을 열었다. 첫 선발 경기에서 자신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며 멀티골을 완성했고, 스코어를 3-0으로 벌려 승부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후반 43분에는 김명준이 쐐기골을 넣으며 4강 진출을 굳혔다.
전반 내내 베트남의 밀집수비에 막혀 답답했던 한국은 후반 들어 공격 템포를 끌어올리며 네 골 차 승리를 완성했다. 특히 이영준은 제공권뿐 아니라 결정력까지 보여주면서 토너먼트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확실한 최전방 카드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전반에 드러난 공격 전개의 문제점은 숙제로 남았다. 밀집수비를 상대로 패스 속도가 떨어졌고 공격 지역에서 세밀함도 부족했다. 준결승 이후 만날 상대의 수준이 한층 높아지는 만큼 이런 약점을 얼마나 빠르게 보완하느냐가 금메달 도전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래도 토너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결과는 확실하게 챙겼다. 이영준이 머리로 4강의 문을 열었고, 김지수가 승기를 굳힌 뒤 이영준이 다시 한 번 골망을 흔들어 승부를 끝냈다.
한국 축구의 아시안게임 사상 첫 4연패까지 남은 승리는 이제 두 번이다.
이날 이민성 감독은 지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과 비교해 3명이 달라진 라인업을 내세웠다. 사우디전을 하루 앞두고 합류한 이영준(그라스호퍼·스위스)이 이날 김명준(KRC 헹크·벨기에)을 대신해 선발 출전했다. 더불어 중원에서 엄지성(스완지 시티·잉글랜드, WC)과 이승원(강원FC)이 빠지고, 배준호(스토크시티FC·잉글랜드)와 강상윤(전북현대)을 선발 배치했다.
최전방에 이영준이 나서고, 2선에는 양민혁(베스테를로·벨기에), 배준호, 이현주(FC아로카·포르투갈)가 포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이기혁(강원FC, WC)과 강상윤이 호흡을 맞췄다. WC는 23세 초과 와일드카드 선수다. 포백 수비진은 배현서(경남FC)-김지수(브렌트포드FC·잉글랜드)-신민하(강원FC)-최석현(울산HD)으로 구성됐다. 골문은 김준홍(수원 삼성)이 지키고 있다.
남자 축구는 총 15개 팀이 참가해 A조부터 D조까지 총 4개 조(A~C조 4개 팀, D조 3개 팀)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러 각 조 1, 2위가 8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한국은 2전승으로 D조 1위를 차지해 8강에 합류했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2023년 개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연속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축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4회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
대한민국 4-0 베트남
득점: 이영준(전15, 후36) 김지수(후32) 김명준(후43, 이상 대한민국)
출전 선수: 김준홍(GK), 배현서, 김지수(후39 박성훈), 신민하, 최석현, 이기혁, 강상윤, 양민혁(HT 엄지성), 배준호(후33 김명준), 이현주(후10 이승원), 이영준(후39 박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