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훈모 순천시장 "취임 3개월…더 큰 순천 열겠다"


"국립의대·방산·소상공인·청년정책부터 동부권 상생까지"

취임 3개월여를 맞는 손훈모 순천시장은 <더팩트>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4년 뒤 참 열심히 했어, 운도 좋았어, 덕분에 순천이 너무나 살기 좋아졌어라는 말을 듣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순천시

전남광주시 동부권이 행정통합과 산업 재편, 인구·청년 문제 등 새로운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 <더팩트>는 취임 3개월여를 앞둔 동부권 지자체장을 대상으로 서면 또는 대면 인터뷰를 진행해 지역 현안과 미래 전략, 시민의 삶을 바꾸기 위한 구상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 l 순천=김영신 기자] 취임 100일을 앞둔 손훈모 순천시장은 '시민과 행정의 신뢰 회복'을 민선9기 시정의 첫 과제로 꼽았다. 새벽 시간을 활용해 일주일에 두세 차례 현장을 찾으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손 시장은 시민과 함께 시정을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현장 중심 행정’을 강조했다.

순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는 방위산업을 통한 산업경제도시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생태도시로서의 경쟁력을 넘어 국립의대 유치를 계기로 의료 기반을 강화하고, 방산 앵커기업 유치와 산업용지 확충, 소상공인 지원, 청년 주거·의료정책 등을 통해 도시의 경제와 정주 여건을 함께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는 청사·산업·예산을 '3축'으로 제시하며 순천을 동부권 거점 도시로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순천·여수·광양 등 동부권 도시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리면서 경쟁보다 상생을 통해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여순광 행정협의회 회장 도시로서 광역교통망 확충과 지역사랑상품권 통합 등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더팩트>는 손훈모 순천시장에게 취임 3개월의 소회와 주요 현안, 민선9기 순천의 미래 구상에 대해 들어봤다.

-취임 3개월여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직접 시민들을 만나며 느낀 순천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일과 시간에는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 새벽 시간을 이용해 일주일에 두세 번씩 현장을 찾고 있다.

그렇게 100일 가까이 다녀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시민으로부터의 신뢰 회복이다. 그동안 시민들의 뜻과 무관하게, 때로는 그 뜻을 무릅쓰고 시정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있었다. 이제는 시민과 함께 시정을 고민하고 함께 해법을 찾아, 시민을 중심에 두는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공직자들의 자존감과 자신감 회복이다. 그간 우리 공직자들이 자율적으로 책임감과 자존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부족했다. 이것이 시민을 위한 적극적인 행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순천대가 국립의대 후보대학으로 최종 선정됐다. 이후에도 서남권의 반발과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가?

이번 유치는 수십 년간 순천시민, 순천대 관계자, 시청과 시의회, 지역 정치권이 함께 염원해 온 숙원이 이뤄진 결과이며, 하늘이 순천에 준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발표 전날에는 양측 정치권과 단체장들이 모여 결과에 승복하고, 유치하지 못한 지역에는 유치 지역이 최선을 다해 병원급 시설이라도 들어설 수 있도록 돕는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최종 발표 이후 목포 측이 이 합의와 달리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매우 안타깝다.

목포 측이 주장하는 부지 소유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학 설립·운영 규정상 소유권 확보 요건의 기준 시점은 최종 설립인가 신청 시점이지 후보대학 신청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번에 함께 신청했던 다른 지역 대학들도 아직 명확히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의료 수요와 중증·응급 환자 규모 등 객관적인 기준으로 볼 때 동부권이 선정된 것은 합리적인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서부권 주민들의 상실감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최종 확정 이후에는 관계자들과 함께 위로와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자리를 반드시 갖겠다.

앞으로 대학병원 건립에는 상당한 재정이 필요하고 국비 지원은 통상 25% 안팎에 그치는 만큼, 순천시가 행정·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순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방위산업을 제시했는데, 구체적인 구상이 궁금하다

순천은 두 차례 박람회를 치르며 생태도시로는 확고히 자리매김했지만, 생태자산만으로는 도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이제는 생태도시를 넘어 산업경제도시로 가기 위해 방위산업을 키우려고 한다.

방산도시가 갖춰야 할 조건은 크게 네 가지다. 철강 원자재 조달을 위한 제철소가 가까워야 하는데 광양제철이 있고, 수많은 부품 조달을 위한 철도망이 필요한데 KTX가 서는 순천역이 있다. 완제품 수출을 위한 항만이 필요한데 광양항이 있고, 마지막으로 일할 젊은 인력이 필요한데 신대지구에 청년 인구가 두텁게 모여 있다.

여기에 여수·순천·광양 인근의 소재·부품·장비, 이른바 소부장 업체들까지 더하면 방위산업 입지로 순천만 한 도시가 없다고 자신한다.

순천은 현재 방산 육성 조례 제정을 앞두고 있고, 지난 8월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미래신산업 혁신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해룡2-2산단·도시첨단산단·인접 국가산단을 합쳐 총 144만 평의 산업용지도 선제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방산 앵커기업이 자리 잡으면 순천뿐 아니라 여수·광양을 비롯한 동부권 전체가 함께 먹고사는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경제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의 기반인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중요하다. 어떻게 지원할 계획인가?

조사를 해보니 순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70% 이상이 한 달 수입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점포를 운영하며 직원 급여는 챙길 수 있어도 정작 사장 본인은 일한 만큼의 대가를 가져가지 못하는 구조이다.

신대지구에 대형 유통시설 입점까지 예정돼 있어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최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 용역을 발주했고, 이번 명절을 계기로 지역사랑상품권 특별 할인율도 15%까지 끌어올렸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 수 있으려면 앞으로의 형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의대 유치 등 좋은 소식들이 이어지며 시민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진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계속 강구해 나가겠다.

-최근 순천이 국기원 주최 '2027 세계태권도한마당' 개최지로 최종 선정됐다. 전 세계에 순천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데

세계 60여 개국, 6000여 명이 모이는 글로벌 스포츠 축제 유치라 매우 기쁘고, 삼남 이남 지역 최초 유치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태권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목이자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인 만큼, 이번 대회가 순천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안전하고 품격 있는 대회 운영은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이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한다. 대회를 계기로 선수단과 관계자, 관광객들이 순천에 머물며 골목상권과 숙박, 식당까지 활력을 체감할 수 있는 체류형 관광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순천만국가정원·습지 같은 생태자산에 원도심과 전통시장, 야간관광까지 연결한 코스를 준비해 대회를 찾는 분들이 순천에 더 오래 머물도록 만들겠다.

좋은 스포츠 이벤트 하나가 도시 관광의 체질을 바꾸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믿고, 2027년까지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

-청년이 머무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임기 동안 가장 집중할 정책은 무엇인가?

좋은 일자리 못지않게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중요하다.

특히 어린 자녀가 한밤중에 갑자기 고열이 나도 순천에는 심야에 문을 여는 소아 진료 병원이 마땅치 않아 많은 부모들이 광주까지 과속으로 달려가야 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3개소에 대해 진료 시간을 확대하는 방안, 성가롤로병원에 소아응급실 등 소아 진료 체계를 갖추는 방안 등을 통해 의료 공백을 해소하려 한다.

아울러 원도심 활성화와 청년 주거 안정을 함께 잡기 위해 원도심 인근에 저렴한 임대료로 상당 기간 거주할 수 있는 청년 아파트도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 일자리와 결혼·주거를 잇는 '청년 라이프 커넥트' 사업을 통해 미혼남녀 교류 프로그램, 결혼 준비금·축하금 지원 등도 함께 확대해 청년이 순천에서 살기 더없이 좋은 여건을 만들어가겠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순천과 동부권의 전략은 무엇인가?

통합특별시 시대에 순천이 반드시 가져와야 할 것은 '삼축(三軸)'이라는 말로 요약하겠다.

첫째는 청사다. 광주청사, 무안청사에 비해 동부청사는 지나치게 왜소한 만큼, 규모 있는 건물을 확보해 더 많은 기능을 동부청사로 가져와야 한다.

둘째는 산업이다. 반도체 분야에 광주·서남권으로 900조 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되는 반면 동부권에는 이렇다 할 신성장 산업이 아직 없어 균형에 맞는 신산업 유치와 함께 광양제철·여수화학단지 등 기존 산업의 재편도 필요하다.

셋째는 예산이다. 광주·무안·동부 세 청사에 예산이 균형 있게 3분의 1씩 배분돼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 그 동부권의 거점 도시가 바로 순천이라고 본다.

순천·여수·광양은 이미 하나의 생활권으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서로 경쟁하기보다 각자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광양은 철강, 여수는 화학과 관광에 강점이 있고, 순천은 정주·교육·생태도시로서 이 도시들을 잇는 배후도시이자 거점 도시 역할을 해왔다.

어느 한 도시가 무엇을 유치하든 인근 도시에도 함께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순천은 주변 도시와 다투지 않고 고흥의 우주항공산업처럼 각 도시가 커지는 것이 결국 순천을 위한 길이라는 마음으로 동부권 7개 도시의 상생을 조율해 나가겠다.

올해부터 2년간 맡게 된 여순광 행정협의회 회장 도시로서 지역사랑상품권 통합 사용, 광역교통망 확충 등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하나씩 실현해 가겠다.

-순천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취임 첫날,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작은 목소리까지 듣겠다고 약속드렸고, 그 마음으로 하루하루 임하고 있다.

과거에는 시민을 기다리던 행정이었다면, 이제는 공직자들이 먼저 현장으로 나가 시민의 불편과 기업의 어려움, 소상공인의 고충을 직접 듣고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순천의 주인인 시민들과 함께 더 큰 순천을 열어가겠다.

그리고 4년 뒤 '손훈모 시장이 참 열심히 했어, 운도 좋았어, 덕분에 순천이 너무나 살기 좋아졌어'라는 말을 듣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bbb2500@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