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신중지 약 도입 공표했지만…'생명경시·안전기준·접근성' 난제 수두룩


종교계, 정부가 생명 경시 확대 
미프진, 과다출혈·불완전 유산 가능...법적 안전기준 필요
건강보험 적용 등 접근성확대 요구도

사진은 2017년 10월 18일 서울 중구 제일병원 신생아실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활용을 공표했지만 풀어야할 난제가 많다. 생명 경시 우려 등 반대 의견이 거세다. 반대하지 않더라도 임신중지 약 복용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이 상당해 약물 도입 전 환자 안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반면 여성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7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임신 9주 이하 대상 임신중지 약물 사용을 허용 방침을 공식화했다. 초기 2년은 병원에서 처방과 조제하고, 이후 부작용과 안정성 검토를 거쳐 의사 처방과 약국 조제 방식으로 확대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 1분기 안에 임신중지 약물이 현장에 도입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약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한 임신중지 약물인 '미프진' 허가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1분기 임신중지 약물 도입이 예상된다.

그동안 임신중지 의약품은 법적 공백으로 도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헌법불합치 결정했지만 임신중지 허용 시기, 방법, 약물 사용 기준, 의료인 책임 관련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임신중지 의약품은 허가되지 않았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종교계 등은 손쉽게 낙태할 수 있는 임신중지 약 도입이 우리 사회 생명 경시 세태를 확대한다며 정부는 손 쉬운 낙태를 허가하는 것이 아닌 위기 여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생명 경시를 우리 사회에 더 깊이 뿌리내리게 한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임신 9주든, 병원과 약국에서든, 이 약물은 자궁 안에 있는 인간 생명을 죽이는 것이다. 관리를 단계적으로 정교하게 한다해서 그 행위가 도덕적으로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 "행정 방안은 국회 입법과 국민적 합의를 대신할 수 없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국회 입법을 요청했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권리를 함께 저울질하는 이 중대한 문제는 국민 대표가 모인 국회에서 깊이 숙고되고 사회적으로 합의돼야 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마련해야 할 것은 낙태약을 확대하는 로드맵이 아니라, 위기에 놓인 여성이 생명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지원 로드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기 임신 상담, 주거와 생계 지원, 의료와 돌봄, 성폭력 피해자 보호, 한부모 가정 지원, 출산 이후 양육 지원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남성 공동 책임을 법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019년 4월 16일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진료 대기실 모습. /더팩트DB

임신중지 약물 도입에 반대하진 않지만 부작용 가능성이 상당해 도입 전 환자 안전을 위한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에 따르면 약물 임신중절은 수술적 치료에 비해 간편한 대안처럼 비치기 쉽지만, 실제로는 출혈, 극심한 복통, 불완전 유산, 패혈증 등 산모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고위험 의료행위다. 전문의의 정밀한 사전 검단과 사후 대응 체계 없는 투약은 위험함 수 있다는 의견이다. 흔한 이상반응으로는 오심, 쇠약감, 발열 또는 오한, 구토, 두통, 설사, 어지럼증 등이 보고돼 있다. 대부분 환자에게 일반적인 월경보다 많은 출혈이 예상된다. 이들은 불완전 유산이 발생하거나 임신이 지속되는 경우 추가적인 약물치료 또는 수술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다며 약물 복용 후 임신중절이 제대로 완료됐는지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약물 투약이 100% 임신 종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불완전 임신중절로 인해 불완전 유산으로 진행되면 태아 조직이나 태반 일부가 자궁 내에 남아 부패할 경우 중증 자궁내막염, 골반염, 심각한 패혈증으로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발열이 동반되지 않는 비전형적 감염도 보고되고 있어 전문의사의 추적관찰 없이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프진 복용 후 약물이 실패해 임신이 지속될 경우, 복용한 미소프로스톨 등에 노출된 태아는 두개안면 기형, 사지 결손 등 치명적 선천성 기형을 안고 태어날 위험이 높아 2차적인 침습적 수술이 불가피하다고도 말했다.

또 미프진은 모든 여성에게 투약할 수 있는 약이 아니며, 엄격한 금기증이 있다는 의견이다. 심혈관 질환이나 만성 부신부전, 조절되지 않는 중증 천식, 중증 간·신기능 장애 환자에게 투약 시 기저질환의 급격한 악화를 부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약과의 병용 위험도 거론된다. 항응고제나 아스피린 등 항 혈소판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지혈 장애로 사망 위험이 급증하며, 특정 간 대사효소 유도제(항경련제, 결핵약 등) 복용 시 약효가 급감해 치료 실패를 유발한다는 입장이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약물 도입을 서두르기 전 환자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의료진 재량이라는 이유로 국가 책임을 개별 의사와 환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명확한 법적 근거와 표준 진료지침, 응급 대응과 사후관리 체계, 의료진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임신중지 약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한국여성민우회와 시민건강연구소 등 여성·인권단체로 구성된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는 "임신 당사자에게 필요한 것은 필요한 시기에 안전하게 실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의료체계"라며 초기 2년간 임신중지 의약품 병원 내 조제, 병원 내 투약 방식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청소년들이 초기 임신중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보호자 등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안전하게 유산유도제를 처방받도록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임신중지 약물 비용을 낮추기 위한 건강보험 적용 요구도 나온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약물을 필요로 하는 누구나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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