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세금 또 미뤄지나…정치권 '유예론'에 코인株 촉각


"공정하게 걷을 기반부터 갖춰야"…국민의힘도 재검토 요구
22일 장중 급등 후 상승폭 반납…23일 오전 관련株 일제히 약세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유예론이 다시 불붙으면서 관련 종목의 주가 흐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과세가 다시 정치권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이 현행 과세 체계의 재검토를 요구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이후로 시행 시점을 늦추자는 공개 제안이 나왔다. 최근 비트코인 반등으로 변동성이 커진 가상자산 관련주에도 세제 변화 가능성이 새로운 변수로 더해졌다.

◆ 세 차례 밀린 가상자산 과세…민병덕 "공정하게 걷을 기반부터"

23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민병덕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전날 가상자산 과세를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이후로 늦추자고 제안했다. 여당에서 내년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과세 유예 필요성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 의원은 "원칙대로 과세하려면, 공정하게 걷을 수 있는 기반부터 갖춰야 한다"며 "지금은 그 기반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외 거래자료 확보와 손실 이월공제, 취득가액 산정 등의 문제가 남아 있는 만큼 세금을 먼저 걷기보다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 의원은 "우리나라가 법은 느리고 과세만 빠르다는 지적을 벗어나기 위해선 과세 시점은 디지털자산기본법 통과 이후에 할 것을 제안한다"고도 했다.

현행 소득세법대로라면 가상자산 과세는 2027년 1월 1일부터 시작된다.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초과분에 소득세 20%가 부과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세율은 22%다. 내년에 발생한 소득의 첫 신고·납부는 2028년 5월이다.

과세 시점은 이미 세 차례 밀렸다. 당초 2022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2023년과 2025년으로 연기된 데 이어 2024년 말 다시 2027년까지 늦춰졌다. 시행까지 약 석 달을 남긴 상황에서 네 번째 연기 가능성이 다시 정치권 의제로 올라온 셈이다.

국민의힘도 과세 준비가 충분한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1일 국내 5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과 정책간담회를 연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취득가액과 거래내역 확인, 새로운 형태의 소득·손실 처리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에서는 현 상태에서 과세 시행은 무리라는 입장까지 나왔다.

정부의 기존 입장은 예정대로 시행하는 쪽에 가깝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상자산 투자자의 85%가 500만원 미만을 보유하고 있고 연 250만원 기본공제도 적용되는 만큼 "지금 가상자산 과세를 출발하는 게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는 구체적인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도 연내 공표한다는 계획이다.

◆ 장중 급등 뒤 상승폭 반납…코인株에 쏠린 눈

정치권에서 과세 논쟁이 다시 불붙은 시점에 증시의 가상자산 관련주는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직접적인 재료는 비트코인 가격이다. 비트코인은 22일 8개월여 만에 8만6000달러선을 넘어섰고, 23일 오전에도 8만6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22일 장 초반에는 비트플래닛과 우리기술투자, 한화투자증권이 각각 두 자릿수와 7%, 4%대까지 뛰었다. 다만 종가로 갈수록 분위기가 달라졌다. 비트플래닛은 전 거래일보다 11.25% 오른 3065원에 마감했지만 우리기술투자는 장중 6610원까지 올랐다가 6020원으로 내려와 1.63% 하락 마감했다. 한화투자증권도 1.27% 내린 4660원에 거래를 마쳤다.

23일 오전에는 세 종목 모두 전날 종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비트플래닛은 2880원, 우리기술투자는 5960원, 한화투자증권은 4605원 안팎이다. 전날 종가와 비교하면 각각 약 6.0%, 1.0%, 1.2% 낮은 수준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8만6000달러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도 전날 장중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우리기술투자와 한화투자증권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을 보유해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가상자산 관련주로 분류된다. 비트플래닛은 비트코인을 직접 매입하는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전략을 추진하면서 비트코인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치권의 과세 유예론이 이들 종목의 실적에 곧바로 영향을 주는 구조는 아니지만, 국내 가상자산 거래 활성화 여부를 좌우할 제도 변화라는 점에서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세 시점을 결정할 또 다른 변수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입법 일정은 오히려 늦어지고 있다. 당초 오는 30일 개최가 유력했던 국회 정무위원회의 기본법 공청회는 정부안 제출이 지연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금융위원회는 11월 정무위 법안소위 논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10월 국정감사와 이후 예산안 심사까지 예정돼 있어 연내 처리 여부는 불확실하다. 민 의원이 기본법 통과를 과세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입법 지연이 내년 1월 과세 일정에도 영향을 줄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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