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국내 증시가 추석 연휴를 맞아 문을 닫는 동안에도 미국 증시는 정상적으로 거래를 이어간다. 최근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인공지능(AI)·반도체를 비롯해 전력 인프라와 스테이블코인 관련주까지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연휴 기간 눈여겨볼 종목군으로 꼽힌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45% 오른 2만7244.28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AI 관련주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기술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추석 연휴 기간 가장 먼저 주목할 분야로는 AI·반도체주가 꼽힌다. AI 투자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음 달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서다.
특히 오는 30일 예정된 마이크론 실적 발표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가늠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10월 초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마이크론의 실적과 향후 전망이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미 AI와 메모리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실적 발표 전후 주가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주가가 실적 발표 전 먼저 오르면 호실적에도 차익 실현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지만, 미리 조정을 받는다면 실적이 다시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열풍이 장기화하면서 반도체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 인프라 기업도 새로운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미국 공공 전력망 확충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전력 공급 자체가 AI 산업 성장의 핵심 병목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모건스탠리는 오는 2028년까지 미국의 전력 부족량이 33기가와트(GW)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새롭게 가동될 AI 반도체가 필요로 하는 전체 전력량의 3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이미 송전 인프라를 확보한 데이터센터 부지나 건물을 제공하는 이른바 '파워드 셸(Powered Shell)'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사이퍼 디지털, 허트8, 라이엇 플랫폼스, 갤럭시 디지털, 테라울프 등이 향후 대형 임대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공공 전력망 대신 데이터센터 인근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자가발전 관련주도 관심 대상으로 꼽힌다. 블룸에너지와 GE버노바, 커민스를 비롯해 솔라리스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비스트라 등이 대표적이다. AI 데이터센터 개발사와 빅테크가 안정적인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립적인 발전 설비를 찾으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블룸에너지는 천연가스 등을 이용해 현장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어 데이터센터 전력 부족의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다. GE버노바와 커민스 역시 발전 설비와 분산형 전력 시스템 등을 보유하고 있어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 가능성이 제기된다.
AI 투자 열기가 '반도체 확보 경쟁'에서 '전력 확보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AI 반도체 성능이 높아지더라도 이를 가동할 전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데이터센터 증설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전력 생산·저장·송전 인프라가 AI 산업의 또 다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주도 연휴 기간 눈여겨볼 종목군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인터넷그룹'이 최근 대형 호재를 맞았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서클에 1억달러를 투자하고 USDC의 글로벌 유통 확대를 위한 5년짜리 상업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낸스는 서클 클래스A 보통주 123만7011주를 주당 80.84달러에 인수했다.
서클 입장에서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이어 바이낸스의 글로벌 유통망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바이낸스는 기존·신규 저축 및 투자상품에 USDC를 통합하고 주요 USDC 거래쌍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바이낸스가 USDC 이용 확대에 직접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게 된 점도 눈에 띈다. 새 계약에 따라 서클은 바이낸스 플랫폼에서 보유되는 USDC 잔액 등을 기준으로 매달 인센티브 수수료를 지급한다. 바이낸스가 USDC 사용을 확대할수록 관련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다만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수준까지 올라온 만큼 연휴 기간 추격 매수에는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추가 상승 가능성만 보기보다 일정 수준의 현금을 확보해 향후 조정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상희 연구위원은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S&P500지수도 고점에 근접한 상황에서 추가 상승분을 모두 얻으려 하기보다 중간선거 전에 나타날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며 "주식을 하기로 했다면 주식 비중을 70% 아래로 낮출 필요는 없지만 나머지 30%를 현금으로 확보해 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도 연휴 기간 미국 증시의 방향을 가를 변수다. 유가가 안정될 경우 인플레이션과 금리 부담이 완화되면서 기술주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수 있지만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돼 유가가 급등하면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추석 연휴 서학개미들의 시선은 AI·반도체 랠리의 지속 여부와 함께 AI 산업의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른 전력 인프라로 확산될 전망이다. 마이크론을 비롯한 반도체주와 블룸에너지·GE버노바 등 전력 인프라주, 바이낸스 투자라는 호재를 맞은 서클 등 가상자산 관련주의 움직임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