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전남광주=조효근 기자]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부실수사 의혹을 조사한 경찰 특별수사단이 당시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수사 지휘라인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이하 특별수사단)'은 21일 전남광주시 광주경찰청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당시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준 혐의를 받는 당시 강력팀원 1명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전했다.
특별수사단은 수사 과정에서 당시 서장과 형사과장, 강력팀장이 순차적으로 공모해 장윤기의 스토킹·강간 목적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수사서류에 반영되지 않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보고서 내용을 수정하거나 일부 내용을 제외하도록 하고 장윤기 조사 과정에서도 성적 범행 목적과 관련한 조사 범위를 제한했다는 게 특별수사단의 판단이다.
특별수사단은 당시 수사팀이 장윤기의 범행 목적을 규명할 수 있는 정황과 증거를 다수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이 아닌 형법상 살인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봤다.
형사과장에게는 주요 증거물인 장윤기의 차량을 조기에 가족에게 돌려주도록 지시해 증거 확보를 어렵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앞서 구속 송치된 당시 강력팀장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케이블타이를 압수하지 않도록 하고 성적 범행 가능성을 언급한 보고서 등을 수사기록에서 제외하거나 수정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지난 7월 5일부터 수사에 착수해 22명 규모로 출범한 수사팀을 최대 41명까지 확대했다.
국가수사본부와 광주경찰청, 광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하고 사건 관계자 44명을 상대로 모두 96차례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다.
다만,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사건을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가 나눠 수사하도록 한 국가수사본부와 광주경찰청의 지휘 자체에서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광산경찰서는 당시 스토킹·강간 관련 사건과 살인 사건을 형사과에서 병합해 수사하겠다고 국수본에 요청했지만, 국수본은 죄종과 기능에 따라 여성청소년과와 형사과가 각각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특별수사단은 이 같은 분담 지시 이후에도 성적 목적 여부를 확인하도록 지속적으로 지휘가 이뤄졌고 광산경찰서 수사팀 역시 강간살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황과 증거를 확보했던 만큼 분리수사 자체가 부실수사의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는 앞서 검찰이 내린 판단과는 차이가 있다.
광주지검은 지난 2일 박성주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과 당시 국수본 간부 3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국수본의 분리수사 지시가 장윤기의 강간살인 혐의를 규명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판단했다.
박 전 본부장 측은 당시 지시는 기능별 전문성을 고려한 정상적인 수사지휘였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장윤기는 지난 5월 전남광주시 광산구에서 귀가하던 여고생 이채원양을 성범죄 목적으로 납치하려다 살해하고 이를 막으려던 남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장윤기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선고는 오는 30일 오후 2시 광주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