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이후 경찰①] 첩보 내사도 중수청에 '즉시 통보'…"인권침해·업무부담 우려"


중대범죄 의심 사건 중수청 통보 의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논란도 우려
'수사 과정' vs '내사'…모법과 시행령 충돌

21일 중수청법 제43조에 따르면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중대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즉시 중수청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중수청은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 법왜곡 등 7대 중대범죄를 수사한다. 경찰은 이들 범죄를 인지하면 3일 내 중수청에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김영봉 기자

오는 10월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서 경찰의 권한은 강화된다. 경찰은 권력 남용을 방지하고 수사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수사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들여다보면 경찰이 책임성있게 수사를 하기에는 모순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더팩트>는 형사사법 체계 개편을 열흘 앞두고 경찰 수사의 한계와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더팩트ㅣ김영봉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 경찰은 인지한 중대범죄 의심 사건을 통보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특히 진정 접수나 범죄 첩보 등록,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부터 중수청에 알리도록 하면서 인권 침해와 불필요한 업무 부담 우려도 나온다. 상위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섰다는 지적도 있다.

21일 중수청법 제43조에 따르면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중대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즉시 중수청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중수청은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 법왜곡 등 7대 중대범죄를 수사한다. 경찰은 이들 범죄를 인지하면 3일 내 중수청에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서면에는 피의자나 피혐의자의 인적사항과 죄명, 범죄사실의 요지, 인지 경위, 체포·구속 여부 등이 기재된다.

중수청법 시행령 제18조는 고소·고발·진정·수사 의뢰가 있는 경우 접수일을 범죄 인지 시점으로 규정한다. 그 밖의 경우에는 입건 전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어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실관계 확인 등 필요한 조사를 위해 사건을 수리·등록한 날이나 범죄 인지서를 작성한 날을 인지 시점으로 본다.

경찰이 자체 수집한 중대범죄 의심 첩보를 확인하기 위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내사 사건으로 등록만 해도 중수청 통보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경찰 안팎에선 본격 수사에 착수하기 전 범죄 첩보나 내사 사건도 중수청에 알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사는 범죄 의심 정황이 있을 때 정식 수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입건하지 않고 종결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청 폐지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강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사 단계부터 중수청에 통보해야 한다는 것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수청법 시행령 제18조는 고소·고발·진정·수사 의뢰가 있는 경우 접수일을 범죄 인지 시점으로 규정한다. 그 밖의 경우에는 입건 전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어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실관계 확인 등 필요한 조사를 위해 사건을 수리·등록한 날이나 범죄 인지서를 작성한 날을 인지 시점으로 본다./뉴시스

3일 내 서면 통보에 따른 부담도 있다. 짧은 기간 조사 대상자와 피해 규모, 범행 수법 등 핵심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데, 불완전한 통보가 반복될 경우 이첩 여부 판단을 어렵게 하고 중수청과 경찰 모두 행정적 부담만 커질 수 있다. 아울러 서면에 담긴 인적사항 등 정보가 중수청에 전달되면서 추후 혐의없음으로 종결될 경우 불필요한 낙인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통보해야 하는 사건이 늘면서 경찰과 중수청 모두 업무가 가중될 수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수청 통보 대상 사건은 약 58만건이다. 경찰은 중수청과 협의를 통해 일반 사기·공갈·횡령·배임은 5억원 이상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 사건만 통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첩보나 내사 등 단계 사건까지 더해지면 통보 규모는 예상을 크게 웃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사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진정, 수사 의뢰나 내사는 접수 초기에 대상자와 피해 규모, 범행 방법 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내사까지 모두 통보하면 건수가 예상보다 크게 늘고 추가로 확인한 내용을 다시 알려야 해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중수청법 시행령이 통보 의무의 발생 시점을 앞당겨 상위법과 충돌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행령의 범죄 인지 시점은 대법원 판례와도 차이가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 6월24일 모해증거위조 혐의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실제 수사를 시작해야 범죄를 인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경찰 체포 전에 이뤄진 증거 위조에는 모해증거위조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행령이 상위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섰다는 위법 소지가 있다"며 "처음 법을 설계할 때 통보 시점과 절차 같은 세부적인 문제까지 하나씩 살펴봤어야 했는데, 검찰 수사권 폐지에 집중하다 보니 모법과 시행령이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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