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체면 구긴 '부실 아시안게임', 남의 일 아니다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전북 올림픽 유치전에 던진 무거운 질문
2036올림픽 유치 도전, 전북이 ‘저비용’보다 먼저 따져야할 것들

19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미즈호 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아이치·나고야, 전통의 HEART BEAT를 주제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나고야=뉴시스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개막 초기부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친환경'과 '건전재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전용 선수촌을 포기했으나,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실태는 '비용 절감'이 아닌 '준비 부족과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다. 섬세한 준비와 정교한 현장 대응을 강점으로 내세워온 일본의 국제 스포츠 이벤트 운영 능력에도 적지 않은 의문을 남겼다.

이번 대회의 파행은 특정 분야에 그치지 않고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기본인 주거, 식단, 수송, 의전 전반에서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선수들의 영양을 책임져야 할 식단은 부실 논란에 휩싸였고, 전용 선수촌을 없애고 마련한 컨테이너 조립식 숙소는 폭우에 물바다가 되거나 195cm짜리 침대에 장신 선수들이 다리를 구부려 자야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일부 외신과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선수촌이 아니라 난민촌 같다"는 혹평을 쏟아냈다.

태국 테크볼 대표팀의 레왓 파브촘푸 감독이 경기장에서 제공된 부실한 점심 식사를 공개하고 있다./Teqball Thailand Inside SNS 캡처

◆ 눈을 의심케 하는 현장의 부실과 행정 파행

무엇보다 선수들의 건강과 영양을 책임져야 할 식당이 최소한의 뷔페식조차 제공하지 못하면서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내외신 보도에 따르면 자원봉사자가 접시에 야채 한두 가지와 소량의 고기만 덜어주는 제한 배식 방식으로 운영됐고, 일부 선수단이 SNS에 올린 사진에도 종이접시 위에 닭고기 몇 조각과 파스타 한덩어리, 채소 한 가지가 담긴 부실한 식사가 등장했다.

영양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지자 일부 선수단은 열악한 컨테이너 숙소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도핑과 위생 관리가 중요한 국제종합대회에서 선수단이 공식 식사 대신 외부 배달 음식에 의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는 것은 식음료 운영 체계에 분명한 허점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대회는 대규모 신축 아파트형 선수촌을 조성해 운영해오던 종전 대회와 달리 대회 조직위원회가 건축 비용 절감과 친환경 기치를 내세워 전용 선수촌을 새로 짓지 않았다. 대신 크루즈선, 컨테이너형 임시 숙소, 호텔 등을 활용해 선수단을 여러 숙소로 분산 수용했다.

일본 나고야 항구에 아시안게임 기간 최대 5000명의 관계자와 선수를 수용할 이탈리아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정박해 있다. / 나고야(일본)=AP 뉴시스

하지만 컨테이너형 숙소는 21평 남짓한 공간에 최대 6명 투숙을 상정해 설계돼 매우 협소했고, 기본 침대 길이가 195cm에 불과해,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등 장신 선수들이 다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구부려 자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조립식 건물 특성상 마감이 조악해 폭우 시 화장실 세면대 배수관이 누수되어 바닥이 물바다가 되거나, 내부 누수로 선수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한 크루즈선 및 호텔 숙소 역시 수용 인원 배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입국 후 숙소에 들어가기까지 공항 및 로비에서 5~14시간 이상 대기하는 파행이 이어지는 등 운영 미비에 대한 각국 선수단의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대회 운영진의 기본적 자질 미달은 국가적 상징을 훼손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로도 이어졌다. 한국 남자 하키 대표팀의 방글라데시전 경기 전에는 북한 국가가 잘못 재생되는 황당한 사고까지 발생했다. 참가국에 대한 최소한의 사전 점검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치명적 행정 실책이다.

수송 물류의 붕괴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과 카타르의 축구 조별리그 1차전 당시, 양 팀 선수단을 태운 버스 기사가 목적지인 축구장이 아닌 전혀 다른 야구장으로 운전해 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현장 기사들에게 정확한 동선 매뉴얼이나 사전 숙지 교육조차 제공되지 않았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대목이다.

19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미즈호 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나루히토 일왕이 개회를 선언을 하고 있다./나고야(일본)=뉴시스

◆ 현장 인력 대응력 미비의 구조적 원인

상식 밖의 사고가 속출한 원인을 단순히 현장 인력의 개인적인 일탈이나 실수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전용 선수촌을 짓지 않고 호텔, 크루즈선, 컨테이너형 숙소 등에 선수단을 분산 수용하면서 운영의 복잡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 1만7000여명(선수·임원 포함)의 참가자가 여러 숙소에 나뉘어 머물렀고, 정식종목 증가로 당초 예상했던 1만 5000여명보다 참가 규모도 커졌다. 조직위는 비용 절감과 대회 이후 유휴시설 문제 등을 이유로 전통적인 선수촌을 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설을 줄인 만큼 이를 보완할 운영 체계가 더 정교하게 작동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숙소 배정과 수송 동선, 식사, 현장 대응 등 여러 과정이 촘촘하게 연결돼야 했지만, 정보 전달과 현장 대응이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하면서 버스 오배차와 음원 사고 같은 기본적인 운영 실수가 발생했다. 여기에 일본 사회 전반의 인력 부족과 고령화라는 구조적 여건도 대형 국제행사의 현장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선수촌을 없애 비용과 환경 부담을 줄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시설을 줄인 만큼 운영 시스템은 더 정교해져야 한다. 한곳에 모아 관리하던 선수단을 여러 숙소로 분산했다면 그에 맞춰 숙소 배정과 수송, 식사, 현장 대응을 더욱 촘촘하게 연결했어야 한다. 아이치-나고야의 사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운영 역량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시설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운영까지 줄일 수는 없다.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당시 야영지 모습. 부실한 준비와 기록적인 폭염 등으로 대회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 타산지석: 전북도의 올림픽 유치 잔혹사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나고야의 파행을 씁쓸하게 바라보면서도 서늘함을 느끼는 이유는, 이 장면이 2036 하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는 전북특별자치도의 현재 상황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북은 불과 3년 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통해 대형 국제행사는 거창한 비전보다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가’를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폭염 대책과 위생·시설 문제 등으로 국제적인 비판을 받았던 경험을 감안하면, 올림픽 유치 역시 숙박·수송·경기장·재원 조달 계획이 실제 현장에서 감당 가능한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올림픽은 잼버리와 비할 바 없이 규모가 크고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메가 이벤트다.

전북은 당초 전주시를 중심으로 단독 유치를 추진했지만, 경기장과 숙박·수송망 등의 현실적 한계가 제기되면서 최근 서울시와의 공동 개최를 제안했다. 지난해 2월 국내 후보 도시로 선정될 당시 제시했던 구상에서 변화가 생긴 만큼, 이제는 그에 대한 책임공방보다 새로운 공동 개최 구상이 실제로 올림픽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이는 그동안 제시해온 유치 계획의 현실성을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2025년 2월 28일 당시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5년도 대한체육회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전북이 2036년 하계올림픽대회 유치 후보 도시에 선정된 후 오세훈 서울시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더팩트 DB

전북이 내세워온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저비용·고효율 올림픽’ 역시 같은 기준에서 살펴봐야 한다. 아이치-나고야 사례가 보여주듯 시설과 비용을 줄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시설을 줄인 만큼 숙박·수송·식음료·보안·의료 등 운영 시스템이 더 정교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하계올림픽은 아시안게임보다 경기 일정과 시설 운영, 선수단 수송, 방송·보안·의료 등 훨씬 복잡한 운영 역량을 요구한다.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를 단기간에 보완하려면 막대한 지방재정이 투입될 수 있고, 대회 이후 시설이 유지비만 드는 애물단지로 남을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

아이치-나고야의 사례는 지자체의 개최 역량을 넘어선 유치와 준비 부족이 개최 도시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가의 대외 신뢰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국제 스포츠 유치가 지역 발전이나 국위 선양의 치적으로 소비되던 시대는 지났다. 전북의 올림픽 유치 역시 ‘일단 따고 보자’는 접근이 아니라 객관적인 인프라 평가와 실질적인 재원 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현실성을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잼버리의 잔혹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리한 유치전이 아니라 지자체의 실질적인 개최역량과 행정 능력을 스스로 먼저 점검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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