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대전·세종·충남·충북 시·도지사는 지난 17일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제1회 충청광역연합협의회를 열고 충청권 공동 현안과 초광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충청권의 미래를 함께 그리겠다는 자리였다.
6개 공동협력 안건도 서명·의결했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5극3특 대응, 초광역 도로·철도사업의 국가계획 반영, 충청광역연합 특별법 제정, 행정수도 특별법 연내 제정, 이전 공공기관 지역인재 의무채용 제도 개선 등이 테이블에 올랐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충남 유치 공동 대응'이다.
충남에 발전공기업 통합본사를 유치하기 위해 충청광역연합 차원에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충남의 현안을 충청권 공동 현안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이날 나온 발언들도 한목소리였다.
박수현 충청광역연합장(충남도지사)은 "충청권 4개 시·도가 하나의 생활권이자 경제권으로 결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개별 시도의 경계를 넘어 공동 현안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상호 세종시장은 "행정수도 완성은 세종만의 과제가 아니라 충청권 전체의 발전"이라고 했고, 신용한 충북지사는 "형식적인 협력이 아닌 실리에 기반한 공조"를 강조했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문제는 회의장 밖의 현실이다.
같은 충청권에서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을 둘러싼 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전은 기존 지역 내 재설립을 요구하고 있고, 세종은 행정수도와 중앙행정기관과의 연계성을 내세워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충남 역시 지역의 입지 여건을 앞세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지역의 이익을 위해 지방정부가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가기관 하나가 지역에 들어오면 일자리와 인구, 관련 산업과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각 지자체가 자기 지역에 하나라도 더 가져오려는 이유가 분명한 셈이다.
그러나 여기서 묻게 된다. 충청권의 공동 이익은 어디까지이고, 개별 지자체의 이익은 어디부터인가.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에는 '충청권 공동 대응'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대전·세종·충남이 각자의 이름으로 유치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두 사안의 성격이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관의 기능과 입지 조건, 지역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경쟁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충청권 상생'과 '지역의 실리'가 충돌하는 순간 어떤 원칙을 적용할 것인지는 분명해져야 한다.
충청광역연합이 출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각 지역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해 하나의 광역권으로 더 큰 힘을 만들어내자는 취지다.
그렇다면 상생은 필요할 때만 꺼내 드는 구호가 아니라,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더욱 필요한 원칙이어야 한다.
한쪽에서는 '충청권 전체의 발전'을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우리 지역 유치'를 외치는 것이 반드시 모순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방정부에는 주민을 위해 지역의 몫을 확보해야 할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반복된다면 충청권 공동체가 과연 어디까지 함께 갈 수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충청권 4개 시·도는 이제 공동사업을 하나둘 늘려가고 있다. 도로와 철도를 함께 요구하고, 행정수도 완성을 함께 외치며, 공공기관 유치에도 공동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공동'이라는 단어가 아닐지도 모른다.
무엇을 함께할 것인지보다,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어떻게 함께할 것인지에 대한 약속이다.
회의장에서는 모두가 같은 꿈을 꾸었다. 그러나 회의장을 나서는 순간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챙겨야 하는 것이 지방정부의 현실이다.
그래서 충청권의 숙제는 어쩌면 하나다.
같은 꿈을 꾸는 것보다, 서로 다른 꿈을 꾸면서도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지금 충청권은 '상생'이라는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다만 그 말 속에 담긴 꿈은 아직 서로 다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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