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하동=이경구 기자]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희귀 특산식물 처진물봉선이 하동 금오산에서 새롭게 확인됐다.
국내에서도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식물인 만큼, 금오산의 생태적 가치와 보전 필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하동군에 따르면 경남도와 하동군 야생화 동호회 ‘하자함(하동의 자연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현장조사를 진행하던 중 하동 남부 해안에 위치한 금오산 능선부 암괴류 너덜지대 주변에서 처진물봉선의 자생 군락을 확인했다.
처진물봉선은 봉선화과의 한해살이풀로, 높이 40~60cm까지 자란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한국 특산식물이며 적색목록에서 취약종(VU)으로 분류되는 희귀식물이다.
현재 국내에서도 경남과 전남 해안지역의 암괴류 너덜지대 등 제한된 장소에서 소규모 군락으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 그대로 꽃자루가 줄기에서 아래쪽으로 처지는 것이 특징이다. 1998년 거제도에서 처음 발견됐을 당시에는 ‘거제물봉선’으로 명명됐지만 이후 꽃자루의 형태적 특징을 반영해 2010년 ‘처진물봉선’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이번 발견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금오산 자체가 희귀·특산식물의 서식처로서 높은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이기 때문이다. 해발 849m의 금오산은 남해안에 접한 산 가운데 가장 높은 산으로, 화강암이 오랜 기간 풍화·침식되면서 형성된 암괴류 너덜지대가 발달해 있다.
특히 남해안의 해양성 기후 영향으로 온대성 식물과 난대성 식물이 함께 자라는 독특한 산림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남해 도서지역과 지리산을 연결하는 생태적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지역으로도 의미가 크다.
금오산에서는 처진물봉선 외에도 백양꽃, 남해분취, 정영엉겅퀴, 좀비비추, 수리취, 노각나무, 히어리 등 다양한 희귀·특산식물이 확인되고 있어 식물자원의 보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처진물봉선의 보전을 위해 자생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금오산 전역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식물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자함을 운영하는 정재민 박사는 "처진물봉선은 한해살이풀이어서 기후 온난화와 생태계 교란에 매우 취약해 멸절 위험이 높다"며 "귀한 자원식물인 만큼 자생지 보존이 중요하고, 하동군의 식물자원 발굴을 위해 금오산 전역에 대한 식물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동군은 이번에 확인된 처진물봉선 자생 군락을 지속적으로 관리·보존하기 위해 생태계 교란 방지와 자생지 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시민과 탐방객을 대상으로 한 홍보·교육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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