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 딸을 키우던 40대 가장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외동아들로 태어난 박종희(48) 씨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스스로를 챙기고 집안일을 도왔다. 한 번도 속 썩인 적 없는 착한 아들이었다고 한다.
박 씨는 학교 졸업 후 20여년간 판매직에 종사했다. 정이 많았던 박 씨는 누구와도 잘 어울렸다.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보면 먼저 다가가 도왔고, 직장에서도 동료와 손님들을 살갑게 대해 가족처럼 지냈다. 식사를 한번 대접받으면 서너 번은 자신이 살 정도로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했다.
박 씨는 바쁜 생활 속에서도 어머니에게 자주 안부를 물었고, 쉬는 날이면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결혼 이후 슬하에 딸 한 명을 뒀지만, 아내와는 일찍 사별했다.
박 씨는 지난 8월23일 밤 평소처럼 어머니와 전화로 안부를 나눴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연락이 닿지 않았고,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뇌출혈로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생전 박 씨가 기증과 나눔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온 점을 고려해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특히 박 씨는 10년 전 어머니가 사후 시신기증 의사를 밝혔을 때도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좋은 일이라며 지지했다고 한다.
결국 박 씨는 지난 4일 조선대학교병원에서 심장과 간, 신장(양측), 안구(양측)을 기증해 6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떠났다.
박 씨의 어머니 노판임 씨는 "빈소에 많은 친구와 직장 동료들이 찾아왔다"며 "'짧게 살았지만 잘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종희야 일찍 떠난 것은 무척 아쉽지만 좋은 일을 하고 갔다고 생각하면 엄마도 행복하다"며 "엄마 걱정하지 말고, 여기에서 살아온 것처럼 그곳에서도 좋은 일만 하며 지냈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