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원태 기자] 남양유업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 체제로 전환한 후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경쟁사들과 달리 뚜렷한 신사업이나 투자 움직임 없이 기존 유제품 본업에만 의존하고 있어, 회사의 장기적 성장성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특히 올해를 '성장 원년'으로 삼겠다는 대외적 선언과 엇박자를 내듯, 연구개발(R&D) 비용은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R&D 비용은 한앤컴퍼니 체제 이전인 2023년 상반기 43억2500만원에서 2026년 상반기 31억7100만원으로, 3년 새 26.7% 줄었다. R&D 비용 급감의 결정적인 배경은 인건비 축소다. 같은 기간 인건비 지출은 17억6800만원에서 13억6400만원으로, 22.9% 감소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24년 1월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따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후 한앤컴퍼니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위기에 직면했던 남양유업을 이끌어 온 김승언 경영지배인을 대표집행임원 사장으로 선임해 정상화에 속도를 냈다.
수익성 중심 경영에 집중한 결과, 남양유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52억원과 순이익 71억원을 내며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비결은 대대적인 판관비(판매비와관리비) 손질에 있었다. 2023년 2607억원이었던 판관비를 2025년 1875억원으로 줄이며 2년 새 28.1%나 감축한 것이다.
이 역시도 인건비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실제 2023년 378억원이었던 인건비는 2025년 340억원으로, 10.1%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간제를 포함한 남양유업 임직원 수도 2023년 2070명이 2025년 1649명으로, 20.3% 줄었다. 다만 남양유업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었으며, 신입사원 채용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연간 매출은 3년 연속 매해 4%대 감소세를 보이며 외형 축소에 직면했다. 2023년 9968억원이었던 연 매출도 2025년 9141억원으로, 2년 만에 8.3% 감소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유업계 특성상 제품 간 차별화가 어렵고 비슷한 제품들이 난립해 본업만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식음료 트렌드가 급변하는 시점에서는 단기 손익이 악화하더라도 R&D 기술력에 집중하는 전략이 필수적인데, 특이성이 없는 단순 상품 수(SKU)를 늘리기는 무의미하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R&D 투자를 줄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판관비 쥐어짜며 흑자…R&D 투자도 '후퇴'
남양유업은 올해 분유를 필두로 해외 사업이 활로를 찾으면서 매출도 반등세를 나타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7.9% 증가한 4832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18억원)과 순이익(78억원)은 각각 79.5%, 276.7% 급증했다. 베트남과 몽골을 중심으로 해외 공급망을 늘리면서 상반기 수출액(466억원)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오른 결과다.
남양유업은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챙겨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고 자평했으나, 실제 지표를 들여다보면 사측의 평가와 괴리되는 지점들이 발견된다.
남양유업은 올해 1분기 오너였던 홍원식 전 회장 일가의 피해변제 공탁금 82억7000만원을 기타 영업외수익으로 반영했다. 본업인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18억원)을 합산하면 전체 순이익은 100억원을 넘겨야 한다. 하지만 상반기 최종 순이익은 78억원에 머물렀다. 이는 공탁금을 제외하면, 남양유업이 순손실로 돌아서며 다시 적자 늪에 빠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재고자산도 1851억원으로, 지난해 말(1632억원) 대비 반기 만에 13.4% 증가했다. 본업이자 주력인 유제품 소비 둔화로 재고가 쌓인 영향이다. 그 결과 장부상 흑자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90억원이 넘는 현금이 유출되며 적자로 돌아섰다.
남양유업은 올해 상반기에도 판관비를 전년 944억원에서 4.8% 절감한 899억원으로 낮췄다. 같은 기간 인건비는 4.7% 줄어든 163억원에 그쳤다. 인력 감소세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25년 상반기 1687명이었던 임직원 수는 2026년 상반기 1632명으로, 1년 새 또 3.3% 감소했다.
반면 상반기 매출원가는 전년(3523억원) 대비 11.1% 증가한 391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율도 78.7%에서 81.0%로 2.3%p 오르면서 원가 부담이 확대됐다. 매출원가 상승 압박에도 판관비 감축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한 구조인 셈이다.
김승언 남양유업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흑자 전환을 이뤄낸 만큼, 올해를 본격적인 성장 궤도 진입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대주주 한앤컴퍼니 역시 최근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 모델이 기업 평판 회복과 지배구조 혁신을 이끈 우수 사례로 학계에서 조명받고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공개했다.
다만 경영진의 선언과 달리, 미래 성장을 담보할 신규 사업 투자나 계획은 부재하다는 평가다. 극심한 저출산 여파로 유업 경쟁사들이 외식, 유통,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외연을 넓히는 동안 남양유업은 해외 판매망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한앤컴퍼니 체제 이후 R&D 비용마저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회사의 전방위적 판관비 감축 기조가 연구개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남양유업 측은 "연구개발비는 개발 과제와 집행 시점 등에 따라 기간별 변동이 발생할 수 있어 비용 총액만으로 연구개발 활동의 확대·축소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비용 총액뿐 아니라 개발 과제의 질과 실제 사업화 성과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전략에 대해서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단백질 등 성장 제품군 확대와 해외시장 개척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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