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잭팟 전에 주식부터 샀나…합동대응단, 에이비엘바이오 파고든 까닭


직원 등 10명 공시 전 주식 취득 혐의…부당이득 약 10억원 추산
1000억 시세조종서 공개매수·공시·내부정보까지 조사 범위 확대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 의혹과 관련해 코스닥 상장사 에이비엘바이오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

[더팩트|윤정원 기자] 수조원대 기술수출로 주가가 들썩이기 전 에이비엘바이오 직원들이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1000억원대 시세조종을 잡겠다며 출범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이제 상장사 내부자의 10억원대 미공개정보 거래까지 파고들고 있다.

◆ 수조원 기술수출에 상한가…공시 전 직원 거래 추적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전날 서울 강남구 에이비엘바이오 본사와 관련 직원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직원 등 약 10명이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 체결 사실이 공시되기 전 회사 주식을 취득했다가 공시 후 주가가 오르자 매도하는 방식으로 약 10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다. 에이비엘바이오 측은 압수수색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는 입장이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지난해 내놓은 기술이전 정보는 발표 직후 회사 몸값을 바꿔놓을 정도의 대형 호재였다. 지난해 4월7일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과 단기 마일스톤 최대 1480억원에 개발·허가·상업화 마일스톤 최대 3조9623억원을 더한 전체 계약 규모는 최대 4조1000억원을 웃돌았다.

주가는 곧장 반응했다. 계약 발표 당일 에이비엘바이오는 개장 직후 가격제한폭까지 뛰어 전 거래일보다 29.96% 오른 4만4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당시 코스닥지수가 5.25% 급락하고 주요 바이오주도 줄줄이 떨어졌지만 에이비엘바이오는 상한가를 유지했다. 시장 전체가 급락하는 날에도 4조원대 계약 하나로 주가 흐름이 완전히 갈린 셈이다.

7개월 뒤에는 일라이 릴리와 또 한 번 대형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1월12일 체결된 기술이전·공동연구개발 계약은 계약금 4000만달러에 개발·허가·상업화 마일스톤 최대 25억6200만달러를 더해 총 26억200만달러, 당시 약 3조8000억원 규모였다. 2024년 에이비엘바이오의 연결 영업수익 334억원과 비교하면 최대 계약금액은 약 114배에 달한다.

주가는 이틀 연속 급등했다. 계약 발표일인 11월12일 29.95% 오른 12만67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튿날에도 29.04% 상승한 16만3500원에 마감했다. 11월11일 종가 9만7500원과 비교하면 이틀 만에 67.7% 뛰었다. 장중에는 16만4700원까지 올라 당시 52주 신고가도 갈아치웠다. 키움증권은 계약 직후 기술 신뢰도가 높아졌다며 에이비엘바이오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18만원으로 80% 올렸다.

지난해 상·하반기 두 차례 기술이전 계약의 최대 규모만 합쳐도 약 7조9000억원이다. 합동대응단이 어느 계약과 관련한 거래를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계약 체결 정보가 시장에 알려지기 전 직원들이 주식을 취득한 정황을 토대로 정보가 내부에서 전달된 경로와 주식 매매 내역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상장사 임직원 등이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 중요정보를 주식 거래에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 1000억 '작전' 잡던 조직…4860만원 과징금 사건까지

합동대응단 출범 초기와 비교하면 이번 사건은 금액보다 조사 대상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1호 사건은 종합병원·대형학원 운영자 등 재력가와 자산운용사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등이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동원해 거래량이 적은 종목의 시세를 장기간 조종한 사건이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3월 개인 11명과 관련 법인 4개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합동대응단의 조사망은 이후 주가를 직접 끌어올리는 '큰손'에서 시장보다 먼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들로 빠르게 넓어졌다. 증권사 고위 임원이 업무상 알게 된 공개매수 정보를 반복적으로 이용하고 지인에게 전달한 사건에서는 임원과 관련자 8명이 검찰에 고발됐고 별도 8명에게 과징금이 부과됐다. 금융당국은 이들이 수십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했다.

회사 안팎에서 공시를 다루는 사람들도 조사 대상이 됐다. 호재성 내부정보를 직무상 취득해 이용한 상장사 공시담당자 등 2명에게는 검찰 고발·통보에 이어 약 10억8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해당 사건의 부당이득은 약 8억7000만원이었다. 코스닥 상장사의 공시 업무를 대신하던 업체 대표 등이 업무 과정에서 얻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금액이 작다고 조사망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다. 금융위가 지난 7월 공개한 합동대응단 조사 사례에는 상장사 내부자 한 명이 호재성 내부정보를 이용했다가 검찰에 고발·통보되고 486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건도 포함됐다. 특정 종목에 대한 호재성 기사를 보도하기 전 주식을 미리 사들였다가 기사 공개 후 매도한 언론사 기자들의 선행매매 사건도 조사 중이다.

합동대응단은 지난해 7월 30일 36명으로 출범한 뒤 올해 1월 62명, 상반기에는 90명 규모로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인력을 100명 수준까지 늘리는 동시에 미공개정보가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 권한을 신설하고, 원금 몰수·추징 대상도 시세조종에서 미공개정보 이용과 부정거래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에이비엘바이오 건은 확대된 조사망이 회사 내부의 정보 흐름을 향한 사례다. 공시 직후 상한가와 신고가를 만들 정도의 기술이전 정보를 직원들이 시장보다 먼저 주식 거래에 활용했는지 여부가 압수물과 거래내역 분석을 통해 가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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