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새 4배 늘어난 코인 해외 유출…내년 22% 과세에 '탈한국' 가속하나


국내→해외 이전액 19.7조→87.3조…건수도 99만→309만건
해외·DEX로 투자 수요 이동…과세 인프라 논란에도 내년 시행 방침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이전된 가상자산 규모가 최근 3년 새 4배 넘게 증가한 가운데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세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의 해외 유출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옮겨간 가상자산 규모가 최근 3년 새 4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제공되지 않는 투자 상품 등을 찾아 해외로 향하는 자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내년 22%의 가상자산 소득 과세까지 시행되면 국내 투자자들의 '탈 한국'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당 10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에서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로 이전된 가상자산 규모는 2023년 상반기 19조7000억원에서 2025년 하반기 87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3년 새 약 4.4배로 불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이전 건수도 99만건에서 309만건으로 3.1배 증가했다. 반기별 이전 금액은 2023년 하반기 25조3000억원, 2024년 상반기 52조3000억원, 하반기 73조2000억원, 2025년 상반기 76조2000억원, 하반기 87조3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실제 해외로 이동하는 가상자산 규모는 이보다 클 가능성도 있다. 해당 통계는 건당 100만원 이상 출고만 집계한 수치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령상 100만원 미만 출고에는 트래블룰이 적용되지 않아 국내에서 해외로 이전된 물량을 목적지별로 구분하기 어렵다.

민간 조사에서도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이동 흐름이 포착된다. 웹3 리서치사 타이거리서치가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와 국내외 거래소 연관 주소와 한국 이용자 추정 지갑을 분석한 결과 2021년 이후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로 이동한 가상자산은 약 700조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에만 약 168조원이 이동했으며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에 지급한 거래 수수료도 약 5조원으로 추정됐다. 다만 금융위원회 통계와 해당 분석은 집계 대상과 방식이 달라 수치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자금의 목적지도 해외 중앙화 거래소를 넘어 탈중앙화거래소(DEX)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 추정 지갑에서 하이퍼리퀴드 등 DEX로 이동한 자금은 누적 약 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는 이용하기 어려운 무기한 선물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가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1월 시행되는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해외 자금 이동을 부추기는 추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2027년부터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연간 손익에서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소득세 20%가 부과되며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실질 세율은 22%다. 연간 순이익이 1000만원이라면 25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에 대해 165만원의 세금을 내는 구조다.

과세 시행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공개된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 청원은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심사 요건을 충족했다. 지난 5월 가상자산 과세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데 이어 과세를 둘러싼 반발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쟁점은 세율뿐 아니라 과세 인프라다. 국내 거래소는 거래자료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해외 거래소와 DEX, 개인 간 거래(P2P), 개인지갑 등을 거친 거래는 취득가액과 실제 손익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한 뒤 국내 거래소로 옮길 경우 국내 거래소에는 입고 수량은 남지만 최초 취득가격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가 간 거래정보 공유에도 시차가 존재한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활용해 해외 가상자산 거래정보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국가별 참여 시점이 다르다. 한국과 영국·일본·독일 등은 2027년 정보교환을 시작할 예정인 반면 싱가포르·홍콩·스위스·아랍에미리트(UAE)는 2028년, 미국은 2029년부터 참여할 예정이어서 과세 초기에는 일부 해외 거래를 파악하는 데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로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것 자체가 과세 회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더라도 국내 거주자에게 과세 대상 소득이 발생하면 납세 의무가 생긴다. 다만 이미 파생상품과 DEX 등 국내에서 충족되지 않는 투자 수요가 해외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거래 간 과세정보 격차까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국내 시장의 경쟁력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해외 거래정보 확보와 취득가액 산정, 국내외 거래 간 과세 형평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정부는 내년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과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과 투자자들의 유예 요구에도 과세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 기본원칙에 따라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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