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성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자동차의 현지 생산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밝히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향후 개최될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자동차 진출을 둘러싼 긍적적 논의가 오갈 수 있다는 전망에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곳에 생산 공장을 열고 싶어 한다면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도 그렇게 하고 있으며, 그들은 우리사람을 고용한다"며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우리 사람을 고용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자동차의 수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민주당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자동차의 미국 판매를 허용할 계획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언급하자, "완전히 허위 소문"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아직 미국 완성차 업계 등에서 나온 공식 논평은 없다. 다만, 중국 자동차의 미국 진출을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 주요 완성차 업체가 결성한 대표 협회 '자동차 혁신 연합(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은 앞서 9월 초, 제119대 의회 회기 종료 전에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판매, 수입 및 제조를 영구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존 보젤라 자동차 혁신 연합 회장은 "현재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전 세계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커넥티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탑재한 차량을 덤핑 판매하고 있다"며 "중국은 차량 및 소비자의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 처리, 중국 공산당에 전송할 수 있는 차량을 통해 유럽, 호주, 동남아시아, 멕시코, 남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 위협의 규모와 시급성을 고려할 때, 올해 회기 종료 전에 중국산 차량,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금지 법안을 제정하고 이를 전국적인 법으로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최대 자동차 단체가 중국 브랜드의 미국 진출을 원천 차단해달라고 촉구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업계의 의견에 반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에도 중국의 미국 현지 생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중국 자동차의 조건부 미국 진출을 허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올해 안으로 미중 정상회담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회담에 중국 자동차의 미국 진출이 안건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 완성차 업계는 멕시코 등으로 우회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다 사실상 원천 차단된 상태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소프트웨어 수입 제한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중국산 전기차에 100% 이상의 관세를 매기고, 멕시코 자동차에도 25%의 관세를 부과해 우회 진출을 막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 일자리 창출을 옹호하고 있다. BYD, 지리자동차그룹 등이 북미 인근 지역에 완성차 제조 공장 인수를 추진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중국 브랜드의 미국 진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주요 완성차 업체의 혼란은 깊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중국의 미국 진출을 둘러싼 엇박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책 혼선이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구성하는 변수가 된다고 우려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가장 기피하는 게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기업들은 혼선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