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정채영·이태훈 기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첩에서 내년 서울시장 후보군이 공개되면서 당내 시선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 기존 주자들에 정청래 전 대표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우원식 전 국회의장 등까지 더해지며 후보군은 10명을 훌쩍 넘어섰다. 후보군은 풍성하지만 서울의 보수화된 정치 지형을 뚫을 뚜렷한 '필승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내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보군을 둘러싼 논의가 일찌감치 달아오르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7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최종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게 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의 수첩이 공개되면서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이 단숨에 정치권의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포착된 김 대표의 수첩에는 '서울시장 후보'라는 제목 아래 강 실장, 우 전 의장, 정 전 대표 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김 대표는 이후 수첩 속 인물이 강 실장, 우 전 의장, 정 전 대표 외에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경민 서울대 교수, 김진애 전 의원 등이라고 직접 밝혔다.
수첩에 이름이 없었던 기존 주자들도 후보군에서 빠진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과 박주민·서영교·전현희·박홍근 의원 등을 '기본 후보군'으로 전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첩 속 인사까지 합치면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후보만 10명을 훌쩍 넘는 셈이다.
김 대표가 실시 여부도 불확실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을 벌써부터 추리는 데는 해당 선거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는 물론,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김 대표는 8·17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대표 책임하에 2027년 서울시장과 강릉 국회의원 보궐선거 준비를 즉각 시작하고, 선거 후 당대표 재신임을 물어 무너진 책임정치 윤리를 재확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김 대표가 자신의 지휘로 치른 보궐선거에서 야당에 패할 경우, 당권을 잃고 2028년 총선 공천권마저 행사하지 못할 수 있다.
아울러 내년 열리는 재보궐선거는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으로, 정부 국정 동력 확보·소실의 '중대 분수령'이 될 공산이 크다. 한 정치권 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당이 내년도 재보궐선거에서 진다면 6·3 지방선거 이상의 충격이 정부와 여당에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정부도 힘을 잃고, 국정 동력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김 대표 역시 수첩 작성 배경에 대해 어떤 인물이 서울 시민에게 소구할 수 있는 '필승카드'인지 분석하는 과정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실제 출마 의사를 타진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후보의 이미지와 강점을 놓고 서울시장 선거 경쟁력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후보군의 양보다 서울의 변화한 정치 지형에서 본선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보수화 흐름 속에서 기존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중도층까지 끌어올 수 있는 후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울시장 선거는 결국 누가 중원을 차지하느냐의 싸움"이라며 "서울 시민들에게는 서울에 산다는 자부심과 도시가 더 세련되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이 다시 서울시장에 도전했을 때도 ‘서울을 럭셔리하고 세련되게 만들겠다’, ‘당신이 사는 동네를 멋있게 바꿔주겠다’는 이미지가 통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도 기존 지지층에 소구하면서 이런 서울 시민들의 욕구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후보를 찾아야 한다"며 김 대표의 수첩에 적힌 후보군을 두고는 "현재 거론되는 인사 가운데 그런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기존에 거론되던 주자들도 당장 재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민주당 서울시당 관계자는 정 전 구청장의 재도전 가능성에 대해 "출마할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크게 적극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본인만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 아니고 여러 인물이 후보군에 올라 있는 만큼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서울의 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중도층에 소구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서울의 보수화 흐름까지 고려해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세우려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