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부터 '암표' 거래 근절을 위한 개정 공연법이 시행됐다. 기존보다 부정구매와 부정판매의 범위를 확대하고 제재 수단도 강화됐다. 막을 법이 생긴 지금 공연 현장은 실제로 달라졌을까. <더팩트>가 개정 공연법 시행 이후 '암표' 시장의 변화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콘서트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 무섭게 정가의 몇 배를 웃도는 가격에 올라오는 '암표'는 공연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정부와 업계가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암표' 거래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거래 방식 역시 점점 다양해졌다. 이에 정부가 공연 입장권 등의 부정구매와 부정판매를 금지하는 개정 공연법을 시행하면서 '암표' 근절에 다시 한번 칼을 빼 들었다.
"원가 주고 콘서트를 가본 적이 대체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콘서트를 즐겨 찾고 여러 아이돌을 좋아하는 20대 여성 A 씨의 말이다. 최근 콘서트 티켓 가격은 일반석도 10만 원대 중후반에 형성돼 있고 VIP석의 경우 20만 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그러나 인기 아이돌의 공연은 이마저도 정가에 구하기 쉽지 않다. 예매 직후부터 좌석과 구역을 가리지 않고 정가의 몇 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글이 온라인상에서 쏟아지기 때문이다.
'암표'로 인한 팬들의 고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현장에서 보고 싶을 뿐이지만 치열한 예매 경쟁에서 티켓을 구하지 못하고 웃돈을 주고서라도 표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어느 순간부터 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플미'(티켓이나 물건 등을 원가보다 비싸게 파는 것)를 주고 티켓을 구하는 일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암표'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리셀'과 '플미'의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 '리셀'은 말 그대로 자신이 구매한 상품을 다시 판매하는 행위를 뜻한다. 티켓 역시 예매 후 개인 사정으로 공연을 관람하지 못하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다시 판매할 수 있다. '리셀' 자체가 반드시 웃돈 거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자신이 구매한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붙여 판매하면서 '플미'가 생긴다. '플미'는 '프리미엄'의 줄임말로 팬들 사이에서 티켓에 원래 가격보다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행위를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된다. 가령 16만 원에 구매한 티켓을 16만 원에 다시 판매한다면 단순히 '리셀'이지만, 이를 30만 원에 내놓는다면 14만 원의 '플미'가 붙는 셈이다.
특히 인기 공연에서는 이러한 웃돈 거래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하나의 재판매 시장이 형성됐다. 공연을 관람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처음부터 웃돈을 받고 되팔 목적으로 티켓을 확보해 반복적으로 판매하는 이른바 '암표 업자'도 등장한 것이다. 이에 팬들 사이에서는 '암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졌다.
문제는 그동안 이러한 거래를 법으로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기존 공연법도 '암표'에 해당하는 '부정판매'를 규정하고 있었지만 실제 금지·처벌 대상은 정보통신망에서 매크로(자동 반복 입력 프로그램)를 이용해 입장권을 구매한 뒤 이를 부정판매하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매크로 사용 여부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은 '암표' 거래에는 규제의 한계가 있던 셈이다.
다만 '암표'나 '플미'라고 부르는 모든 거래가 법에서 규정하는 '부정판매'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배포한 '암표방지를 위한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관련'에 따르면 개정 공연법에서 부정판매는 최초 판매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사람이 '상습 또는 영업으로'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넘는 금액에 입장권을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개인이 16만 원에 구입한 티켓 한 장을 한 차례 20만 원에 판매했다면 흔히 '플미를 붙였다'고 표현할 수 있지만 이 사실만으로 공연법상 부정판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티켓 한 장을 한 차례 판매한 경우 일반적으로 '상습 또는 영업으로' 판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개정 공연법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가장 큰 변화는 규제 범위를 넓혔다는 점이다. 기존 법령에서는 매크로를 이용해 구매한 입장권 등의 판매를 금지했지만 개정법은 매크로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부정구매'와 '부정판매'를 모두 금지한다.
특히 티켓을 되파는 행위뿐 아니라 이를 확보하는 과정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개정법에서 새롭게 규정한 '부정구매'는 재판매를 목적으로 최초 판매자가 정한 공정한 구입 과정을 우회하거나 방해해 티켓을 구매하는 행위다. 즉 '매크로를 사용했느냐'만으로 부정구매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예매처가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티켓 수를 제한했음에도 다른 사람의 계정을 도용해 다수의 티켓을 구매하거나 매크로 등 악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최초 판매자가 정한 구매 시간을 우회하는 경우 등이 부정구매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재판매할 목적으로 티켓을 구매했다는 요건 등이 충족돼야 한다.
부정판매 역시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규제할 수 있게 됐다.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고 정상적인 예매를 통해 티켓을 확보했더라도 최초 판매자의 동의 없이 상습 또는 영업으로 자신이 구입한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했다면 부정판매에 해당할 수 있다.
팬클럽 선예매 권한이나 예매 계정을 돈을 받고 양도하는 행위 역시 경우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입장권 판매자 등의 동의를 받지 않고 상습 또는 영업으로 웃돈을 붙여 입장권 판매를 알선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면 부정판매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규제 대상이 넓어진 만큼 처벌과 제재 수단도 강화됐다. 부정구매 또는 부정판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취득한 금품이나 이익은 몰수·추징할 수 있다. 여기에 부정판매를 한 사람에게는 판매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포상금 제도도 새롭게 도입됐다. 부정구매 신고자에게는 최대 5000만 원, 부정판매 신고자에게는 해당 위반행위에 부과된 과징금의 50% 이내에서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사안에 따라 신고기관의 자료 제출 요구와 수사기관 정보 제공, 관련 게시물 노출 제한 등의 후속 절차도 진행된다.
'암표' 의심 사례는 '공연 및 스포츠 암표 통합 신고 누리집'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고할 수 있다. 신고자는 공연명과 공연 일시, 정가, 거래가 이뤄진 곳과 부정거래 가격 등 관련 정보를 입력하고 게시물 캡처 등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좌석번호나 예매처 등 추가 정보를 알고 있다면 함께 기재할 수 있다.
예매번호나 좌석번호를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암표' 거래가 의심되는 정황과 관련 정보를 확보했다면 신고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예매정보가 포함될수록 보다 신속한 확인이 가능하다. 신고가 접수되면 관련 자료를 수집·검토한 뒤 사안에 따라 '암표' 거래 의심 게시물의 차단·삭제 요청이나 수사 의뢰 등의 후속 조치가 이뤄진다.
이번 개정으로 '암표'를 규제할 수 있는 범위는 이전보다 분명히 넓어졌다. 매크로를 이용해 확보한 티켓을 되파는 행위에 집중됐던 규제를 재판매 목적의 부정한 티켓 확보 과정까지 확대했고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부정구매·부정판매로 제재할 수 있게 됐다.
공연계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암표'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는 한층 촘촘해진 셈이다. 다만 법의 규제 범위가 넓어진 만큼 다양한 거래 가운데 실제 부정구매와 부정판매를 얼마나 정확하게 가려내고 제재할 수 있을지가 개정 공연법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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