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인턴', 최민식·한소희의 존재가 한국판의 무기


2015년 국내 개봉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 리메이크한 작품
실버 인턴과 젊은 여성 CEO의 세대와 직급을 뛰어넘는 우정 그려

16일 개봉하는 영화 인턴은 론칭 3년 만에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선우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가 입사하면서 시작되는 세대도 직급도 뛰어넘는 오피스 라이프를 그린 작품이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더팩트|박지윤 기자] 인기를 얻은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건 양날의 검과도 같다. 제작 단계부터 높은 관심과 기대를 모을 수 있지만 그만큼 원작과의 비교와 우려의 시선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베일을 벗은 '인턴'은 최민식과 한소희로 차별화된 매력을 장착했으나 흐른 시간이 무색하게 제자리걸음인 이야기로 아쉬움을 남긴다. 배우들의 존재감이 한국판의 무기가 됐지만 그 외에 뚜렷한 장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오는 16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인턴'(감독 김도영)은 론칭 3년 만에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선우(한소희 분)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 분)가 입사하면서 시작되는 세대도 직급도 뛰어넘는 오피스 라이프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 '82년생 김지영' '만약에 우리' 등을 선보였던 김도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유학을 갔다가 그곳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가정을 꾸린 딸과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을 그리워하며 홀로 시간을 보내던 기호는 우연히 본 패션 브랜드 WOO22(우투투)의 실버 인턴 공고에 지원해 면접을 보고 합격한다. 그가 인턴 목걸이를 걸고 출근한 회사에는 젊은 CEO 선우를 비롯해 실리주의 부대표 영환(김준한 분), AI 과몰입 경영지원 팀장 민아(류혜영 분) 등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직원들이 바쁜 업무에 치이고 있다.

경력 37년 사회생활 만렙의 베테랑인 기호는 낯선 디지털 업무 환경과 자유분방한 조직 문화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게다가 누구 하나 그에게 선뜻 일을 맡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은 기호는 옷으로 가득 찬 사무실을 정리하고 바쁜 선배를 대신해 현장에 간다고 자처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서 성실하게 해낸다. 또한 연륜이 묻어나는 인간미 넘치는 소통으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그는 선우와도 평범하지만 특별한 추억을 쌓고 인생 선배로서 따뜻한 위로와 따끔한 충고도 건네며 세대와 직급을 뛰어넘고 든든한 동료가 된다.

2015년 개봉한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한 인턴은 실버 인턴과 젊은 여성 CEO가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쌓으며 서로의 삶과 가치관에 변화를 불러온다는 원작의 기본적인 틀을 이어간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인턴'은 2015년 국내에서 개봉한, 앤 해서웨이와 로버트 드 니로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최민식과 한소희가 이끄는 한국판도 실버 인턴과 젊은 여성 CEO가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을 쌓으며 서로의 삶과 가치관에 변화를 불러온다는 원작의 기본적인 틀을 이어간다.

이 가운데 한국판만의 색을 만들어내는 건 단연 최민식과 한소희의 존재감이다. 먼저 실버 인턴 기호로 분한 최민식은 다정하고 푸근한 미소와 애드리브인지 대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유머러스함을 자연스럽게 탑재하며 살면서 한 번쯤 꼭 만나고 싶은 좋은 어른으로 존재한다.

또한 그는 홀로 살아가는 쓸쓸함부터 낯선 회사 생활에 서툰 모습, 자신이 가진 경험과 연륜으로 주변 사람들과 어우러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 쌓아온 기호의 여유와 따뜻함 그리고 진정성이 스크린 너머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유는 무게감 있는 연기와 편안한 생활 연기를 오가는 최민식의 대체 불가한 내공이 인물에 고스란히 녹아든 덕분이다.

젊은 여성 CEO 선우로 분한 한소희도 단단하게 극의 한 축을 담당한다. 초반 연기 톤이 작위적으로 느껴져서 몰입을 방해하는 구간도 있지만 이내 안정을 찾고 탁월한 감각과 과감한 추진력을 갖춘 능력 있는 여성의 매력을 마음껏 드러낸다. 더 나아가 그는 일과 삶 모두 과부하에 빠진 인물의 외로움과 불안함도 놓치지 않으며 다양한 얼굴을 꺼내고 컷마다 바뀌는 의상을 찰떡으로 소화하며 확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실버 인턴 기호 역을 맡은 최민식은 대체 불가한 내공으로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을 어루만지고, 젊은 여성 CEO 선우로 분한 한소희는 다양한 얼굴을 꺼내고 화려한 스타일링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확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잠시 직급을 내려놓고 인생 선배로서 선우에게 현실적인 위로를 건네는 기호와 이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선우의 모습이 담긴 장면이다.

이는 최근 유튜브 채널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에서 MC 이영지에게 "(20대로 돌아간다면) 조금은 날 위해 살지 않을까"라고 솔직하게 답하며 울먹거렸던 한소희의 얼굴과 오버랩된다. 선우가 짊어진 책임과 외로움이 한소희가 털어놓았던 솔직한 마음이 겹치고, 최민식의 깊이 있는 연기와 묵직한 존재감이 더해지면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넘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위로로 확장되며 더욱 짙은 잔상을 남긴다.

다만 이 외에 새로운 재미를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할리우드 영화가 개봉한지 약 11년 후 한국판으로 재탄생하면서 K-정서에 맞춰 세부적인 설정 등에 변화를 줬지만 이야기의 주된 흐름이 익숙한 궤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다 보니 예상 가능한 여운에 그치고 만다.

그렇기에 변화한 사회와 세대를 반영해 지금의 시선으로 더 새롭게 풀어낼 수 있는 지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전개에 꼭 필요한지 의문이 드는 장면들도 더해지며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늘어진다는 인상도 준다. 전작 '만약에 우리'로 성공적인 리메이크를 보여줬던 김도영 감독의 신작인 만큼 과감한 해석과 변화를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직급과 세대를 뛰어넘고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새로운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보게 만드는 두 주인공의 관계를 잘 조명한 '인턴'이다. 작품 자체가 가진 따뜻함은 시간의 흐름과 달라진 언어와 상관없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바쁜 일상에서 잠시 숨 돌릴 틈을 찾고 있는 관객들이라면 편안하게 선택해 볼 만하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32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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